[IB토마토 최윤석 기자] 국내 최대 라벨지 제조업체 한국코스틱과 한국폼텍이 경영권 교체와 합병 등을 거치며 코스틱폼텍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사모펀드(PEF) 운용사 지오투자파트너스가 지난해 원지생산업체인 한국코스틱과 라벨 제조업체 한국폼텍의 지분 100%를 취득해 운영 중이다. 한 곳에서 원지와 제품 모두 생산이 가능해 비용절감은 물론이고 생산효율도 끌어올렸다. 공장가동률이 절반 수준임에도 연속 흑자를 내던 곳이라 신시장 개척 등으로 물량만 확보하면 탄탄대로다. 경영목표도 '퀀텀 점프'다. 이를 위해 최근 화두로 떠오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절대적 우위에 있는 문구류 시장은 물론이고 물류와 유통, 가전, 일상용품 등에 이르기까지 사업을 확장, 퀀텀 점프를 노리는 코스틱폼텍 본사를 찾았다.
코스틱폼텍은 올해 목표를 '퀀텀 점프 2024'로 잡았다.(사진=코스틱폼톅)
일상 곳곳 스며든 명품 라벨 '폼텍'
경기 파주시 코스틱폼텍. 1만평이 넘는 넓은 부지 곳곳에는 대형 두루마지 휴지를 연상케 하는 '원지'가 쌓여 있다. 원지는 각종 라벨지를 만드는 데 쓰는 원재료격인 종이로 가로폭 150cm 한 롤당 수백kg에 달한다.
PE공정 전 원지가 쌓여 있는 모습(사진=IB토마토)
라벨지는 크게 표면지와 이형지로 이뤄져 있다. 표면지가 라벨용으로 쓰이는 종이고 이형지는 떼어서 버리는 부분이다. 파스에 붙어있는 종이나 필름도 이형지 중 하나다. 표면지는 유광이나 무광으로 코팅된 뒤 필요한 문구나 그림을 입히고 목적에 맞는 접착제를 바른다. 이형지는 저밀도 폴리에틸렌(LDPE)과 고밀도 폴리에틸렌(HDPE)을 먼저 도포한 뒤 실리콘을 덧발라 표면지가 들러붙지 않도록 한다.
(사진=코스틱폼텍)
코스틱폼텍 공장은 다양한 품목을 생산하는 만큼 공정이나 설비도 여럿이다. 종이를 다루는 일반 공장과 달리 바닥에 떨어진 먼지 하나 찾기 어렵다.
라벨지 생산 첫 단계는 이형지다. 라벨지 뒷면을 만드는 작업이다. 원지는 필요한 만큼 종이를 풀어내는 언와인더를 시작으로 PE와 실리콘을 입히는 라미네이션 공정을 거친다. 라벨지를 쉽게 떼어낼 수 있도록 PE와 실리콘을 얇게 코팅하는 과정이다. 두께를 맞춰 조정된 후 되감아 다음 공정으로 보내진다. 라벨지 한 장 생산하기 위해 원지를 풀고 되감는 과정을 적어도 5~10번은 반복한다는 게 공장장인 이한욱 상무 설명이다.
공장을 총괄하는 이한욱 상무가 라벨지 제작과정을 설명하고 있다.(사진=IB토마토)
공장 한편에선 점착 작업이 진행 중이다. 표면지에 점성을 더하는 작업이다. 작업은 솔벤트를 기반으로 한다. 코 끝을 맴도는 화학약품 냄새의 정체다. 상대적으로 위험한 공정이라 작업장에선 긴장감마저 느껴졌다. 곳곳에 써 붙인 안전 강조 문구가 유독 눈에 띈다. 베트남 근로자를 위해 일일이 한글 문구 아래 베트남어로 풀어써놨다.
라벨 인쇄 공정(사진=IB토마토)
공정 중에서는 표면지와 이형지를 라벨지 형태로 합지하는 게 관건이다. 표면지와 이형지가 잘 붙어있도록 숙성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코스틱폼텍은 이를 단축시켰다. 합지된 라벨지에 열을 가해 숙성시간을 줄이는 방식이다. 생산 속도가 비약적으로 높아진다. 일반적으로는 합지 후 롤 형태로 다시 감긴 뒤 숙성고로 이동된다. 확실히 다른 곳보다 덥다. 직원들 사이에서는 우스갯소리로 사우나로도 불린다.
숙성이 끝나면 재고 창고로 옮겨진다. 가로폭 150cm짜리 대형 두루마리가 4단으로 쌓여있다.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을 연상케 한다. 전용 지게차가 주문량에 맞게 가져다가 풀어내서 쓰고, 남으면 다시 걸어둔다.
코스틱폼텍의 물류창고 모습(사진=IB토마토)
코스틱폼텍은 고객 요청에 따라 원하는 디자인을 인쇄해 남품하기도 하고, 직접 일반 고객이 쓰는 소매용 라벨지도 자체 상표로 제작·판매한다. 택배 상자에 붙은 송장이나 각종 제품 정보를 담은 라벨은 물론이고, 원하는 문구를 프린트해서 쓰는 A4용지 크기의 라벨지도 만든다. 한국코스틱과 한국폼텍이 통합하기 전 한국홈텍은 소매용 라벨지 생산업체로 문구부문 국내 1위였다. 합병 후 소매용 라벨지는 전체 매출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이처럼 다양한 제품 생산이 가능한 이유는 기술력에 있다. 영세 업체와 달리 연구개발실도 갖췄다. 사무동 한쪽에 마련된 이곳에는 제품 개발을 위한 자료가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우리가 흔히 쓰고 버리는 작은 라벨지도 수많은 고민과 노력이 결과물인 것을 알 수 있다.
ESG로 퀀텀 점프 노린다
김 대표가 선임 이후 가장 먼저 한 일은 두 법인의 통합이었다. 원지 생산과 제품 제조가 한곳에서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코스틱폼텍의 가능성을 보고 왔다"라며 "법인통합으로 원가 경쟁력 확보와 생산 일원화가 가능해졌다"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택배용 운송장 라벨지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폭발적으로 늘어난 택배 시장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한다면 회사 목표인 퀀텀점프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위·변조 방지용 특수라벨 시장도 그 중 하나다. 앞서 코스틱폼텍은 2020년 생산 공장을 경기 김포시에서 파주시로 옮기면서 최신식 라벨 생산 설비를 구비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코스틱폼텍의 보안 점착라벨(사진=코스틱폼텍)
최근 기업들의 고민거리 중 하나인 ESG 경영에 적합한 사업 모델 구상도 마쳤다.
김 대표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목표는 기업의 ESG 요구에 맞춘 '신시장 개척'이라고 말한다.
그는 “처음 회사에 부임할 때 충분한 기술력을 갖췄지만 한정적인 시장에서만 영업이 이뤄져 가동률이 지금보다 낮았다”라며 “하지만 라벨지가 필요로 하는 신시장 개척과 더불어 생산에서의 효율성 개선을 통해 불과 1년여 만에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괄목할 성장을 이뤄냈다”라고 말했다.
이어 “라벨지는 기업의 생산과 물류, 유통에 필수적일뿐만 아니라 일상 생활에도 쓰이는 필수재"라며 “ESG에 초점을 맞춘 제품을 기획해 TF를 운영 중이고 이르면 올 연말 가시적 성과를 낼 것"이라고 기대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