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유율 상위 5개사 평균 유동비율 100% 미만티메프 점유율 확보 위한 '출혈경쟁' 지속 전망네이버, 다각화된 포트폴리오로 수익 '안정적'모회사 경영지원 기업 중심으로 시장 재편 예상
위메프·티몬 정산 지연 사태로 인해 이커머스 업계에 유동성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온라인 쇼핑 규모는 급증했지만 정산기한이나 상품권 발행 관련 법령은 미흡하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이커머스 업체가 정산기한을 늘리고 판매대금을 유동성 수단으로 활용해 기업의 부실을 판매자와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정부는 뒤늦게 수습에 나섰지만 출혈경쟁 등으로 인해 만성 적자를 겪고 있는 이커머스 기업에 대한 소비자 불신이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IB토마토>는 이커머스 기업의 유동성을 점검하고 방향성을 제시하고자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박예진 기자] 국내 이커머스 기업들은 수천억원대에서 수조원대 매출을 올리면서도 지속적인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 과열로 마케팅 비용과 기술투자 등이 과도하게 집행되면서다. 티메프(티몬과 위메프) 정산 지연 사태로 이들이 보유하고 있던 점유율 8%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모회사의 경영지원을 받거나 안정적인 재무건전성으로 지속 투자가 가능한 기업을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평균 유동비율 95.47%에 불과…G마켓, 112.27%로 가장 높아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쿠팡·
NAVER(035420)·G마켓·SSG닷컴·11번가 등 국내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 상위권 5개 기업 평균 유동비율은 95.47%를 기록했다. 유동비율은 기업의 지급능력을 판단하는 지표로 일반적으로 200% 이상을 이상적으로 본다. 하지만 이를 충족하는 기업은 한곳도 없다.
이 가운데 G마켓이 112.27%로 가장 높다. 단기성금융을 포함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4380억원이다. 보유 중인 매입채무 및 기타채무(1382억원) 대비 3배 이상 많은 수치다. 이커머스 기업에서 매입채무는 회사가 공급자나 판매자(밴더)에 아직 지불하지 않은 금액을 의미한다. 판매자에 돈을 지급하고도 2998억원 가량의 현금이 남는다는 의미다.
고객 예수금 등 미수금을 제외한 부채비율은 지난해 121%로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 중이다. 전자금융감독규정법령에서는 미수금을 제외해 부채비율을 계산하도록 하고 있다. 기업의 영업활동에서 생긴 순이익으로 배당이나 현재 사내에 유보한 금액인 이익잉여금도 2213억원을 기록했다. 결손금이 아닌 이익잉여금을 보유하고 있는 이커머스 기업은 네이버를 제외한 4개사 중 G마켓이 유일했다.
G마켓 다음으로 유동비율이 높은 곳은 네이버(111.46%)다. 증권가에서는 네이버가 티메프(티몬과 위메프) 사태로 인해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분석한다. 네이버는 전체 오픈마켓 시장의 40% 이상을 점유하면서 쿠팡과 양강구도를 구축하고 있어서다.
네이버가 커머스 중개와 판매로 얻는 수익은 2023년 기준 2조5466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매출액 9조6706억원 중 커머스 사업 부문에서 약 26.33%를 차지했다. 지난해 말 연결 기준 1년 내 상환을 완료해야 하는 매입채무 및 기타채무는 1조8382억원으로, 단기금융상품을 포함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 4조3847억원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는 각각 47.4%, 11.7%로 양호한 수준을 기록 중이다.
특히 네이버의 경우 커머스 외에도 핀테크·콘텐츠 등 다각화된 수익기반을 중심으로 덩치를 키우고 있다. 순운전자본은 7225억원으로 플러스(+)다. 순운전자본은 유동자산에서 유동부채를 뺀 것으로 기업의 단기 재무 건전성을 판단하는 핵심 지표다.
서울 강남구 티몬 본사 전경. (사진=뉴시스)
쿠팡·SSG닷컴, 낮은 유동비율에도 모회사 '경영지원' 가능성
이 외에 11번가는 91.14%, 쿠팡은 90.62%, SSG닷컴은 71.86%로 유동비율이 상대적으로 더 낮다. 유동비율 100% 이하는 유동자산보다 유동부채가 더 많다는 의미로, 단기적인 재무상태가 좋지 않다는 의미다.
다만, 11번가의 미지급금은 903억원 규모로 단기금융상품을 포함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1209억원) 보다 낮은 수준에 그쳤다. 미지급금은 회사가 물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고 아직 지급하지 않은 금액으로, 매입채무와 비슷한 개념이다. 티메프와 달리 정산기한도 업계에서 가장 빠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11번가는 현재 매각절차를 밟고 있지만 SK스퀘어를 모기업으로 두고 빠른 성장을 이뤄왔다. 네이버(
NAVER(035420)) 쇼핑 역시 국내 최대 플랫폼인 네이버를 기반으로 빠른 점유율 확보와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커머스의 사업 기반에 따라 점유율 확보와 재무안정성도 차이를 보이고 있다.
특히 SSG닷컴은 5개 이커머스 기업 중 유동비율이 최하위권을 기록했지만 G마켓과 함께 모회사인 신세계그룹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SSG닷컴은 이마트가 지분 45.6%를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다. 신세계도 지분 24.4%를 갖고 있다. 최근 오프라인 유통업계가 위기를 맞고 있지만 여전히 신세계그룹은 지난해 자산 기준으로 재계 서열 11위의 대기업이다. 신세계와 이마트의 신용등급은 각각 AA(안정적), AA-(안정적)의 높은 등급을 유지 중이다. 지난해 말 기준 신세계와 이마트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각각 8024억원, 1조7712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말 기준 매입채무와 기타채무는 4744억원으로, 단기금융상품을 포함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1999억원) 대비 약 2.37배 높았다. 유동자산에서 유동부채를 뺀 순운전자본은 마이너스(-) 1892억원이다.
SSG닷컴 측은 "올 2월 신규 차입으로 유동성을 확보했고 전년 기말재무제표에 포함되지 않은 가용 한도대출까지 사용한다고 가정하면 유동비율은 추가 상향된다"라며 "부동산 담보 여력이 있고 대출 한도 내 미사용 잔액이 있는 만큼 그룹사 지원이 필요하지 않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쿠팡 역시 보유 현금 및 현금성자산(4조9325억원) 보다 매입채무 및 기타채무(6조8592억원)가 1.39배가량 많다. 순운전자본은 -7917억원이다. 일각에서는 쿠팡의 최상위 지배기업인 쿠팡INC가 지원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쿠팡INC는 6월 말 기준 현금성자산 58억달러(8일 환율 기준 한화 약 7조9723억원)를 보유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티메프가 판매자와 소비자의 신뢰를 잃은 이상, 이용자 이탈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티메프 점유율을 가져오기 위해 이커머스 산업 내 과당경쟁은 지속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향후 재무건전성이 높은 기업을 중심으로 시장이 돌아갈 것이라는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커머스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이커머스 업계 내 경쟁과열은 오래전부터 계속된 일이라 이번 사태가 터졌다고 해서 경쟁이 쉽게 사그라들지는 않을 것"이라며 "판매자와 소비자들이 신뢰할 수 있을 만큼 재무건전성이 높은 기업을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예진 기자 luck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