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정준우 기자]
한국철강(104700)이 철근 감산에 돌입하며 수익성 방어에 나섰다. 하지만 철근 수요가 회복되지 않아 감산만으로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충분한 수요가 있다면 감산을 통해 과잉 공급이 해소될 수 있지만 계속된 건설 경기 침체가 발목을 잡는다.
(사진=한국철강)
건설경기 침체로 수요 감소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국철강의 올해 1분기 매출액은 1480억원, 영업이익은 11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보다 매출(2330억원)은 36.5%, 영업이익(170억원)은 93.5%나 감소했다.
급격한 실적 하락 원인은 건설 경기 침체다. 철근 수요가 줄면서 공급이 넘쳤기 때문이다. 금리 상승에 따라 국내 건설 착공 면적이 줄어든 이후, 철근 생산량은 그로부터 1년 뒤에 감산이 본격화됐다. 수요가 줄어드는 가운데 공급은 뒤늦게 감소하면서 철근이 과잉 생산, 가격이 하락했다. 철근 제조사들의 수익성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국내 철근 수요 감소는 건설 경기 동향을 통해 파악할 수 있다.
통계청의 건축 착공 현황 통계에 따르면 신규 착공된 건축 연면적은 2022년 상반기 8204만㎡에서 지난해 5848만㎡로 감소했고, 올해 상반기는 5503만㎡로 쪼그라들었다. 착공 면적 감소율은 각각 28.7%와 5.9%다.
이에 반해 철근 생산량은 2022년 상반기 525만4000톤에서 지난해 502만톤으로 4.5% 감소했다. 철근 생산 감소율은 건축 착공 면적 감소율보다 낮았다. 이어 올해 상반기 철근 생산량은 408만2000톤으로 전년 대비 18.7% 감소하며 시간차를 두고 건축 착공 면적 감소를 따라가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철강을 포함한 철근 업계는 올해 들어 감산을 본격화한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1분기 한국철강의 가동률은 95.2%를 기록했지만, 올해 1분기 67.2%에 그쳤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한국철강은 올해 2분기 매달 9~11일씩 가동을 쉰 까닭에 2분기 가동률도 1분기 수준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수요 침체 지속…감산 효과 '제한적'
철근 감산으로 철근 가격은 상승 중이다. 수요가 빈약한 탓에 감산을 통한 수익성 개선의 효과가 크게 나타나기 어려운 이유다. 수요가 적을 경우 판매량이 줄어들면서 매출과 영업이익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에 한국철강의 감산 효과도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감산을 통한 수익성 확대는 수요가 충분할 경우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다.
삼성전자(005930)가 대표적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2분기부터 메모리 반도체 감산을 시작하고 3분기와 4분기 감산 규모를 대폭 늘렸다. 수요가 여전한 상황에서 올 들어 생산량을 조금 늘리자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은 6조6060억원으로 1년 전에 비해 10배 이상 증가했다.
반면 철근의 경우 감산을 뒷받침할 수 있는 수요가 부족한 실정이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건설투자액은 257조원으로 지난해 대비 2.4%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늘어나는 철근 재고도 감산 효과를 상쇄하고 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철근 재고량은 380만5000톤으로 지난해 상반기(289만9000톤)에 비해 31.3% 증가했다.
철근은 건설 현장과 가까운 곳에서 생산하는 특성상 수출도 어렵다. 올해 철근 수출이 증가하고 있지만 수출량은 전체 생산량에 비해 미미하다. 지난 6월 철근 수출량은 7000톤으로 1월(1000톤)에 비해 7배 증가했지만 6월 생산량(65만7000톤)의 1%에 불과하다.
한국철강 측은 <IB토마토>에 “현재 철근 시장은 건축 준공 승인이 떨어져도 착공하지 않는 상황이 나타나는 등 수요 부진이 나타나고 있어 철근 수요가 함께 줄고 있다”라며 “수요 문제가 해소되지 않고 있어 감산을 통한 수익성 개선 효과를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말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