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정준우 기자]
풍산(103140)이 급등한 구리 가격과 방산 수요 증가의 수혜를 받아 향후 투자 재원 마련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풍산은 방산 생산 능력 확대와 구리제품(신동제품) 고부가가치 비중을 늘리기 위해 2600억원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데, 투자 재원은 영업활동현금흐름을 통해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을 키우기 위해서는 영업이익 확대와 방산 등 수요 증가가 필요한 상황이다. 올해 2분기 구리 가격이 급등한 가운데 전쟁 장기화로 방산 수요가 증가하면서 풍산이 순조롭게 투자 재원을 마련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풍산 서울사업장(사진=풍산)
구리 가격 급등에 영업현금흐름 증가 전망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풍산은 향후 2661억원을 들여 신동 제품 생산 포트폴리오 변경과 방산 생산량 확대 등 과제를 추진한다. 신동 제품이 생산되는 울산 공장에 1285억원, 방산 사업이 이뤄지는 부산과 경주 공장에 1209억원이 투입된다.
풍산은 전세계 탄약 수요 증가에 대응하고 고부가가치 신동 제품 비중을 늘리기 위해 투자를 결정했다. 풍산은 내년 상반기까지 탄약 생산이 이뤄지는 안강 공장에서 대구경탄(155mm이상)을 최대 2배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방산업계에 따르면 대구경탄이 전세계 방위 산업에서 수요가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풍산은 영업활동현금흐름을 통해 투자 재원을 마련한다. 다만, 지난 1분기 풍산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1182억원을 기록하며 영업을 통한 재원 마련이 어려웠다. 지난해 1분기에 비해 올해 1분기 구리 가격이 낮아지면서 매출 감소 효과로 이어진 까닭이다.
올해 1분기 풍산의 판매량은 4만5563톤으로 지난해 1분기(4만4060톤) 대비 3.4% 증가했지만, 매출과 영업이익은 올해 1분기 기준 각각 9635억원, 542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에 비해 매출(1조449억원)은 7.8%, 영업이익(848억원)은 36.1% 감소했다.
그에 반해 CAPEX는 증가하면서 자금 지출이 커졌다. 올해 1분기 풍산의 유형자산 취득액은 582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519억원)에 비해 12.1% 증가했다. 이에 풍산은 지난 4월 2년만에 1500억원 규모 회사채를 발행하기도 했다. 풍산은 회사채로 조달한 자금을 외화 차입금 상환과 원자재 구매 대금으로 사용한다고 밝혔다.
다만, 올해 2분기부터는 상황이 풍산에 유리하게 조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원자재 가격이 오를 경우 풍산의 매출과 영업이익도 함께 오르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올해 2분기부터 구리 가격이 급등한 탓에 금속 산업 전반의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란 전망이 주를 이루고 있다.
구리 가격이 상승할 경우 신동 제품에 구리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반영해 매출 규모를 키울 수 있고,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구리 가격이 낮을 때보다 가격을 더 높게 받아 영업이익도 확대할 수 있다. 국제 구리 가격은 신재생 에너지로 전환 및 인공지능 수요에 대비하기 위한 데이터 센터 건설 수요 등에 힘입어 지난 1분기 1톤당 8434달러에서 2분기 9752달러로 15.6% 상승했다. 이에 풍산의 투자 재원 마련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몇 안 되는 탄약 생산자…수요 몰려
풍산의 방산 사업은 앞으로 유리하게 전개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구리 가격이 오르는 가운데 탄약 수요도 함께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방산업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
현대로템(064350)이 생산하는 전차에 풍산이 탄약을 공급하면서 수출량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전차가 인도될 때마다 풍산의 방산 매출도 함께 증가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4월 폴란드 정부와 K9 자주포 152문 및 천무 72대에 대한 2차 수출 계약을 체결했고, 현대로템은 폴란드에 수출할 820대의 K2 전차 중 180대에 공급 계약을 연내 체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전쟁 장기화도 탄약 수요를 늘리고 있다. 방산업계에서는 탄약 수요가 국제적으로 많이 모자란 상태라고 진단하고 있다. 풍산은 지난 3월 방위사업청과 1313억원 규모의 탄약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등 대규모 탄약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풍산의 방산사업의 영업이익률은 적게는 10%, 긴급한 수요의 경우 20%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통상 금속 제조업의 영업이익률이 5% 수준임을 고려하면 영업이익률이 2배 이상 높은 것이다. 풍산은 지난해 9896억원이었던 방산 매출이 올해 1조1500억원 수준이 될 것이라 예측했다.
관련 업계도 풍산이 방산 사업 호조를 바탕으로 영업현금흐름이 개선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대신증권은 올해 풍산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3990억원, 내년에는 5070억원으로 증가할 것이라 전망했다.
풍산 측은 향후 재원 마련 방안 등을 묻는 <IB토마토>와의 질문에 “투자재원은 풍산의 사업에서 발생하는 영업현금흐름을 바탕으로 마련할 계획”이라 답변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