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제강, 불황 속 단기사채 발행 반 토막…유동성 '빨간불'
매출채권 감소에 ABS 발행 반 토막
ABS 감소에 영업현금흐름 악화 가능성
차입금 감축 등 자금조달 경로 협소해져
철근 가격 정상화 등 영업 통한 유동성 확보 총력
공개 2024-07-23 06:00:00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동국제강(460860)이 철근 시장 불황 심화로 영업활동현금흐름에 적신호가 켜졌다. 동국제강은 매년 매출채권을 바탕으로 수 천억원의 자산 유동화 사채(AB사채, 자산 유동화 증권의 한 종류)를 발행하고, 현금을 조기에 조달해 영업활동현금흐름을 크게 키웠다. 그러나 올해 매출 감소 탓에 매출채권도 줄어들며 상반기 자산 유동화 증권 발행액과 횟수도 크게 줄었다. 철근 시장 불황을 버티기 위해 실탄 확보 필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동국제강은 철근 가격 인상을 통해 유동성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
 
동국제강 본사 페럼타워 전경(사진=동국홀딩스)
 
절반으로 줄어든 AB사채 발행 규모
 
1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프로나젠제이차의 AB사채 발행액은 1088억원, 발행횟수는 9번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3년에 비해 발행 액수와 횟수가 모두 줄어든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상반기 프로나젠제일차의 ABS 발행액은 2347억원, 발행횟수는 10회로 발행액과 발행횟수가 올해 상반기와 비교해 1년 사이 각각 53.6%, 10% 감소했다.
 
프로나젠은 동국제강의 유동화전문회사다. 동국제강은 매년 유동화전문회사를 통해 신용카드 거래 등으로 발생한 매출채권을 조기에 현금으로 조달해왔다. 매출채권 유동화를 통해 매출채권을 현금으로 전환할 경우 유동성 유입을 조기에 이룰 수 있어 영업현금흐름을 빠르게 개선할 수 있다.
 
계열분리 이후인 지난해 6월부터 12월까지 동국제강의 당기순이익은 1422억원을 기록한 반면 영업활동현금흐름은 3830억원으로 순이익의 2.7배에 달할 정도로 자산 유동화는 동국제강의 현금흐름 개선에 기여했다.
 
다만, 올해 들어 철근 시장 불황이 심화되는 가운데 자산유동화 규모까지 줄면서 영업현금흐름 감소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동국제강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도 감소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올해 동국제강의 영업현금흐름은 1367억원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 4348억원이었던 동국제강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은 올해 3484억원으로 19.9% 감소할 것으로 추산된다.
 
차입금 등 다른 유동성 확보 방안도 있지만 차입금을 늘리면서까지 실행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 철근 시장 침체가 이어지면서 이자 비용을 줄이기 위해 차입금 상환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동국제강의 올해 1분기 총차입금은 1조30억원으로 지난해 말(1조707억원)에서 6.3% 감소했다. 이에 따른 이자지급액은 올해 1분기 155억원을 기록했다.
 
 
철근 시장 불황에 유동성 확보 '총력'
 
현재 동국제강을 둘러싼 유동성 확보 환경은 녹록지 않다. 철근 수요가 줄어드는 가운데 원가 이하의 철근 가격이 형성되는데다 전기료 등 제조 비용도 상승하고 있는 추세다.
 
이에 현금흐름을 최대한 개선하기 위해 동국제강은 철근 가격 인상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동국제강은 원가 이하의 철근 판매를 중단하는 등 조치에 들어갔다. 시장 정상화를 위해 추락하는 가격을 방어하겠다는 것이 철근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동국제강은 지난 7월1일에 이어 오는 8월1일 철근 가격을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인상 조치는 9월까지 이어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최저 원가 이상으로 철근을 판매하기 위해 철근 마감가 고시제를 다시 시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마감가 고시제는 철근 가격 할인없이 고시한 가격대로 철근을 판매하는 정책이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원가 이하의 철근이 철근 유통사를 중심으로 많이 팔리고 있는 것으로 철근 산업 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일부 철근 제조사들이 출혈 경쟁을 감수하고 있기 때문으로 전해진다. 이에 건설사들의 철근 수요도 유통으로 몰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동국제강 등 철근 제조사들의 거래 확대가 어려운 실정이다.
 
다만, 동국제강 등의 전방 산업인 건설 산업이 회복되어야 유동성 확보 조치가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철근 수요 감소에 따라 지난해 상반기 국내 철근 생산량은 502만톤이었으나 올해 상반기는 342만5000톤으로 31.8% 감소했다. 관련 업계에서도 내년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내년에 들어서야 주택 착공 및 분양 사정이 소폭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면서 철근 업계도 회복될 것으로 전망된다.
 
동국제강 측은 유동성 감소 추세에 대해 묻는 <IB토마토>와의 질문에 “철근 시장이 침체됨에 따라 신용거래 비중이 줄어드는 반면 현금거래 비중이 늘어 매출채권 규모가 감소한 것”이라 설명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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