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장사 주식, 외국 기업에 비해 가치 평가 절하취약한 지배구조·미흡한 주주환원·회계불투명 등 원인기업 지배구조 문제서 일반주주 권익 보호 중요성 커져
국내 자본시장은 글로벌 시장에서 상위권 규모임에도 그에 걸맞지 않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증시 저평가, 즉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는 국내 주식시장 취약성을 집약적으로 드러낸 표현이다. 첫 관찰 이후 2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하다. 이에 정부는 지난 2월 밸류업(Value-up) 프로그램을 발표, 기업가치를 끌어올려 증시를 부양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하지만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고질적인 저평가 상태를 해소하기엔 부족하다는 인식이 그대로다. 정부가 제시한 세제 혜택도 입법화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지친 혁신기업들은 해외 상장으로 눈을 돌린다. K밸류업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해법이 될지 의문이다. 이에 <IB토마토>는 창간 5주년을 맞아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과 현황부터 밸류업 프로그램 전략, 기대효과 등을 총체적으로 살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황양택 기자] 정부가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해 각종 제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와 K밸류업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밸류업 개선 방안은 일반주주 보호 등과 함께 주주가치 확립 부문에서 다뤄지고 있다. 상장기업 밸류업은 국내 주식시장의 디스카운트 문제를 해소하고 중장기적으로 우상향 개선하는 것이 목표다. 다양한 원인 중에서도 특히 기업 지배구조 개편과 일반주주 권익 보호가 강조되고 있다.
국내 증시 평가 절하 '고질적 문제'
코리아 디스카운트란 국내 상장기업의 주식 가치평가가 외국의 유사한 상장기업 대비 낮게 형성되는 것을 말한다. 이는 2000년대 초반부터 나타난 현상으로 2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해소되지 않는 문제다. 국내 주식시장이 선진 수준으로 도약하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사안으로 꼽힌다.
자본시장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코리아 디스카운트 수준 파악과 평가를 위한 지표로는 주가-장부가(Price-to-Book) 비율과 주가-수익(Price-to-Earning) 비율 등이 있다.
(사진=자본시장연구원)
한국의 주가-장부가 비율은 지난 2012년부터 2021년까지 10년 기준 평균이 1.2인 반면 선진국은 2.2, 신흥국 2.0, 아시아태평양 1.7, 세계 평균 2.2 등으로 나온다. 해당 기간 모두에 걸쳐 한국은 비교집단보다 수치가 낮게 형성됐다.
주가-수익 비율 역시 한국이 비교집단 대비 낮은 수준을 보였다. 같은 기간 한국의 주가-수익 비율 평균은 17.0이며 선진국은 22.2, 신흥국 21.3, 아시아태평양 20.4로 나타난다. 해당 비율은 2008년, 2019년, 2020년을 제외하고 나머지 기간에서 한국이 비교집단 중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국가별 순위는 한국의 주가-장부가 비율이 45개국 가운데 41위로 최하위권에 속했다. 주가-수익 비율의 경우 38개국 중 29위를 차지했다. 분야별로는 의료와 부동산을 제외한 모든 영역에서 한국이 비교집단보다 비율 수준이 떨어졌다.
지배구조와 주주환원, 회계 불투명 등 원인
코리아 디스카운트 원인으로는 기업의 취약한 지배구조와 미흡한 주주환원이 우선적으로 언급된다. 이와 함께 회계적 불투명성, 국내 투자자의 단기적·투기적 투자 성향, 기관투자자 비중, 지정학적 위험성 등도 주요 배경으로 거론된다.
국내 상장기업은 지배주주의 소유권(Cash flow rights)과 지배권(Control rights) 사이 괴리가 크다는 특징이 있다. 지배주주가 실제 소유하고 있는 지분보다 훨씬 더 큰 지배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구조적으로 지배주주의 사적 이익 추구 유인을 높이며, 결국 기업가치를 떨어뜨리게 만든다.
지배주주 문제는 주주환원 부족으로 연결된다. 잉여 현금흐름이 지배주주 사익을 위해 남용되거나 효과적이지 못한 과잉투자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이에 따라 주주환원에 대한 투자자 수요를 충족하지 못하게 된다는 지적이다.
(사진=연합뉴스)
회계 정보의 불투명성과 국내 투자자의 단기·투기적 투자 성향도 한 원인으로 꼽힌다. 재무적 정보는 기업과 투자자 관계에서 정보의 비대칭 문제를 해소하는 핵심 수단이다. 회계적 신뢰성이 떨어지면 투자자는 기업에 대한 가치평가를 보수적으로 하거나 리스크 요인이 있다고 판단해 부정적 영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단기투자 성향은 국내 주식시장의 내부 구성과 연관되는 부분이다. 개인투자자 비중과 거래회전율이 높다는 것인데, 거래 양상이 기업의 본질적 가치보다 단기적인 가격 변동에 영향받을 수 있음을 뜻한다. 이는 주가 변동성 측면에서 부정적이다.
이 외에도 기관투자자 참여 정도와 지정학적 위험성 등이 있다. 일반적으로 기관투자자 지분율이 높을수록 기업가치가 커지고 투자자 보호 수준도 제고될 수 있다고 평가받는다. 다만 국내 기관투자자 보유 비중은 낮은 편이다. 지정학적 위험은 남북미 관계나 북한의 핵실험 등과 관련된 내용으로 안보적 차원이다.
(사진=연합뉴스)
기업 지배구조 속 '일반주주' 권익 보호 부각
다양한 원인 중에서도 최근 주요하게 강조되는 부분은 일반주주의 권익 보호다. 특히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사이에 발생하는 이해상충 문제가 있다. 여기에는 지배주주 일가의 개인회사 일감 몰아주기, 특수관계인에 대한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저가 발행, 불공정한 합병비율, 쪼개기 상장 등이 포함된다.
이사 선임에 대한 주주 권리가 낮은 것도 파생되는 문제점이다. 이사가 주주의 이익을 고려해 충실하게 업무를 집행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일반주주들이 기업 특성과 상황에 맞는 목소리를 내는 데 감점 요인이다.
일반주주에 대한 이익 침해가 기업의 가치 저하로 반영, 결과적으로 시장에서 주식 가치를 보다 낮추는 데 핵심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강소현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 선임연구위원은 “취약한 지배구조 요인은 투자자 입장에서 환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을 의미한다”라면서 “소액주주가 불공평한 혜택을 얻을 수 있는 것이고, 합당한 수준의 주가 상승이나 배당 등에 대한 기대에서 불확실성이 커진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만큼 기업의 가치가 저평가될 요인이 있는 것”이라며 “지배구조가 미흡한 기업들의 가치가 낮아지는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