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산업 및 증권가에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이슈가 한창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본래 가치에 비해 주식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실제 주식 시장을 살펴보면 순자산 가치보다 시가총액이 낮은 기업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지금 청산해도 100원을 남길 수 있는 기업의 시가총액이 100원이 안 되는 기이한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주가가 미래 성장 가능성을 먹고 자란다고 하지만,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에 정부도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 나서는 모습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올해 초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기업가치를 제고하는 기업 지원을 약속하기도 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상장기업이 자율적으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하반기부터 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각종 지원책을 제공하기로 했다. 대표적으로 모범 납세자 선정 우대, 연구개발(R&D) 세액공제 사전 심사 우대 등 세전 지원이 있다.
신성통상 홈페이지 모습. (사진=신성통상)
다만, 이러한 정부의 노력에도 여전히 현장에서 느끼는 기업 밸류업 방법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정부가 추진하는 혜택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 등이 부재하면서 여전히 실효성에 의구심이 높기 때문이다. 밸류업 방안을 발표한 후에는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저 PBR(주가순자산비율) 종목을 중심으로 주가가 반등하는 모습을 보이기는 했지만, 여전히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대한 전반적인 분위기를 반등시키기에는 부족한 느낌이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정부의 정책 미흡을 떠나서 개미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대주주에 의해 피해를 당하는 일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하면서 공시 의무를 확대하고, 배당을 늘리라고 압박하자 오히려 자진 상장폐지를 통해 알짜 기업을 저가에 독식하려는 대주주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올해만 자진 상장폐지한 기업이 7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는 4곳 등 점차 늘고 있다.
최근에는
신성통상(005390) 대주주가 공개 매수를 통해 자진 상장폐지를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신성통상 상장폐지가 소액 주주들 사이에서 공분을 사고 있는 이유는 최근 10년간 단 1차례 배당만 이뤄졌기 때문이다. 특히 신성통상은 탑텐, 지오지아 등 국내 대표 패션기업으로 과거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힘입어 돈을 많이 벌어온 기업이다. 그러면서 올해 1분기 기준 배당 가능한 이익잉여금이 3천억원을 넘어선 상태다. 자진 상장폐지가 이뤄질 경우 이익잉여금은 전부 대주주 소유가 된다.
대주주가 법적 절차를 통해 자진 상장폐지하고 회사를 개인 소유로 돌리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런 일들이 자주 발생할 경우 국내 투자자는 물론 외국 투자자 그 누구도 국내 주식에 투자할 이유를 찾지 못할 것이다. 실적 하락 시기에는 유상증자 등 주주들에게 손 벌려 회사를 운영하면서, 회사에 돈이 쌓이고 나면 주주 환원보다 대주주 이익을 먼저 생각하는 기업 풍토가 결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도움을 주지는 않을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이런 일들이 반복해서 발생하는 국내 주식시장이라면 정부가 아무리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정책을 발표해도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기 쉽지 않다. 특히 신성통상은 실적 개선에 비해 주가가 크게 부진하면서 대주주 일가가 적은 비용으로 공개매수를 진행하기 위해 일부러 주가 관리에 전혀 신경 쓰지 않은 것 아니냐는 의심까지 사고 있다. 이런 일이 아무런 제약 없이 진행될 경우 또 다른 자진 상장폐지 회사들이 줄을 이을 수 있다. 이에 정부 정책이 혜택에만 머무르지 말고, 소액주주들이 쉽게 피해를 보지 않을 수 있도록 좀 더 실효성 있는 규제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최용민 산업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