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톺아보기
에스엘에너지, 상장폐지 위기에 주식병합 단행
주식병합 통해 1주당 가액 100원에서 500원으로 변경
공시번복·불이행에 벌점 쌓이며 2022년 말부터 매매거래 정지
공개 2024-07-03 18:04:22
[IB토마토 권성중 기자] 상장폐지 위기에 몰린 정유정제 업체 에스엘에너지(214310)가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주식병합에 나섰다. 이와 함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75% 비율의 무상 감자도 단행했지만, 한국거래소의 시선은 곱지 않은 실정이다.
 
에스엘에너지의 부생연료유2호 생산설비.(사진=에스엘에너지)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에스엘에너지는 지난 2일 공시를 통해 총 1839만5554주인 보통주식을 367만9110주로 병합한다고 밝혔다. 병합 전 100원이던 1주당 가액은 병합 후 500원으로 상승한다.
 
이는 오는 17일로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의결될 예정이며, 신주의 효력은 8월14일부터 발생한다. 주식병합으로 인해 매매거래도 8월12일부터 같은 달 29일까지 정지된다. 에스엘에너지는 주식병합의 목적을 '적정 주식 수 유지를 통한 기업가치 제고'라고 명시했다.
 
주식병합은 여러 개의 주식을 합해 1주당 액면가를 높이는 행위로, 통상 '액면병합'이라고도 불린다. 발행 주식 수는 줄어들지만, 주식의 단위 가치는 증가하기 때문에 기업은 주가 안정과 기업 이미지 제고를 위해 주식병합을 단행하곤 한다.
 
주식병합을 위해 먼저 주주총회의 의결이 필수적이다. 주주들의 투표를 통해 과반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주주총회 의결 이후 회사는 병합 결정을 공시하고, 신주의 효력이 발생하는 날부터 주식병합이 본격적으로 이뤄진다.
 
해당 기업의 주주들에게 친화적인 정책으로 풀이된다. 병합으로 인해 1주당 액면가가 증가함에 따라 이론상 1주당 시장 가격 역시 상승하게 된다. 다만 주주들의 실제 자산가치에는 변화가 없다.
 
그러나 에스엘에너지는 지난 2022년 공시 번복과 공시불이행 등이 누적되며 한국거래소로부터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돼 벌점이 누적됐다. 이에 2022년 12월6일 306원으로 마감한 뒤 현재까지 매매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지난해 한국거래소로부터 상장적격성 실질삼사대상으로 선정된 이후 같은 해 4월18일 거래소는 기업심사위원회를 열어 에스엘에너지의 상장폐지 여부를 논의했다. 결론은 ‘상장폐지’였다. 회사는 지난해 8월 거래소에 상장폐지 관련 이의신청서를 제출하며 시간을 벌었다. 그러나 올해 들어서도 지난 4월8일까지인 사업보고서 제출기한을 준수하지 못하면서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
 
에스엘에너지는 지난 3월 삼정KPMG를 매각주관사로 선정하고 회사 매각에 나섰지만, 5월 공개매각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실패했다. 적절한 인수제안서를 제출한 투자자가 없었다는 게 이유였다.
 
한국거래소는 지난달 24일 에스엘에너지에 대한 상장폐지 결정을 재차 내렸다. 에스엘에너지는 이에 대한 이의신청서를 곧바로 제출한 뒤 주식병합과 75% 비율의 무상 감자를 결정하며 기업가치 제고 노력을 한국거래소에 강조하고 있다.
 
에스엘에너지 측은 “지난해부터 삼정KPMG를 매각주관사로 선정해 최대주주 지분매각을 통한 공개매각을 지속적으로 추진했으나, 적절한 인수제안서를 제출한 투자자가 없었다”면서 “지난 2022년 12월 주권거래정지 이후 경영정상화 및 경영투명성을 확보했고, 주권거래 재개를 위해 전 임직원이 노력을 기울여왔다”라고 강조했다.
 
권성중 기자 kwon88@etomato.com
 

권성중 IB토마토 권성중 기자입니다. 어려운 사실도 쉽게 전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