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앤코 공개매수 나서며 단기차입금 3835억원 증가올 1분기 총차입금의존도 49.8%…3개월새 10%p 늘어10월까지 만기 도래 회사채 1950억원…고금리 차환 발행 불가피
[IB토마토 권성중 기자]
쌍용C&E(003410)가 공개매수를 위해 진행한 지속적 차입으로 재무건전성 개선 숙제를 떠안았다. 여기에 연내 2000억원 가까운 회사채 만기가 도래할 예정이라 자금 조달을 위한 회사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쌍용C&E 동해 공장.(사진=쌍용C&E)
'공개매수'에 불어난 차입금…재무부담 단기 급증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쌍용C&E의 올해 3월 말 연결 기준 총차입금의존도는 49.8%로 3개월 전인 지난해 12월 말(39.3%) 대비 10.5%포인트 증가했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 역시 130.5%에서 201.7%로 70.2%포인트 늘었다.
3개월간 차입금이 급격히 증가한 결과다. 지난해 12월 말 쌍용C&E의 총차입금은 1조4304억원이었지만, 올해 3월 말 기준 1조8139억원으로 3835억원 늘었다.
회사의 최대주주인 한앤컴퍼니(이하 한앤코)가 올해 초부터 약 7000억원 규모 쌍용C&E 잔여 지분 공개매수를 결정한 것이 차입금 증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 회사는 올 2월부터 완전자회사 편입과 상장폐지를 위해 잔여지분 1억25만4756주(20.1%)에 대한 공개매수를 진행해 자사주로 편입했다. 이 과정에서 3380억원의 자금이 투입됐다.
실제 회사는 이를 위해 올해 2월 금융기관 단기차입 규모를 대폭 늘린 바 있다. 이 같은 사례를 포함해 같은 기간 단기차입금은 3371억원에서 6405억원으로, 유동성사채는 1997억원에서 2797억원으로 각각 증가했다.
신용평가업계는 이 같은 쌍용C&E의 행보에 부정적인 견해를 내비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나이스신용평가 등 국내 신용평가 3사는 이달 10일 쌍용C&E의 신용등급을 일제히 ‘A(부정적)’으로 평가했다. 한국기업평가는 이달 회사의 신용등급을 기존 ‘A(안정적)’에서 한 단계 하향조정했고, 한국신용평가·나이스신용평가도 지난 3월 같은 조치를 취한 바 있다.
홍석준 한국신용평가 실장은 “지난해 종속회사인 쌍용레미콘 지분과 관련 토지 매각을 통해 지난해 말 순차입금을 1조3000억원까지 줄였으나, 올 들어 공개매수 관련 자금소요 발생으로 차입금이 재차 확대됐다”라며 “기존 배당금 지급 규모가 현금창출력 대비 다소 과중한 가운데 의미 있는 수준의 재무구조 개선에는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라고 평가했다.
10월 만기 회사채 1950억원…냉담한 공모시장 속 자금조달 '과제'
이처럼 쌍용C&E의 재무 부담이 급격히 가중된 가운데 연내 대규모 회사채들의 만기가 돌아오고 있다. 자체 대응 여력이 부족해 차환 발행이 불가피한 실정이지만, 최근 회사는 공모 시장에서 쓴맛을 봤다. 올 하반기 회사의 자금 조달 역량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유다.
회사는 오는 9월 제322회 무보증사모사채(250억원)와 제312-2회 무보증공모사채(1000억원), 제316-1회 무보증공모사채(300억원) 등 총 1550억원 규모 회사채 만기가 예정돼 있다. 10월에도 제320-1회 무보증공모사채(400억원)의 만기가 돌아오는 등 10월까지 갚아야 하는 사채 규모만 1950억원에 달한다.
최근 쌍용C&E는 이들 사채의 상환을 위해 공모 시장의 문을 두드렸지만, 결과는 썩 좋지 못했다. 회사는 이달 중순 2년물 700억원, 3년물 300억원 등 총 10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에 나섰다.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3년물 300억원 모집에는 320억원의 매수 주문이 몰리며 수요를 채웠으나, 2년물 700억원에는 380억원의 주문만 들어왔다. 다만 총액인수 계약을 맺은 NH투자증권과 KB증권, 한국투자증권이 1000억원을 모두 인수, 일반투자자들에게 추가 청약을 받아 지난 21일 모든 물량이 완판됐다.
회사의 이번 공모채 발행은 1000억원 규모 제312-2회 무보증공모사채 상환을 위한 것이었다.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1600억원까지 증액을 고려해 나머지 금액 상환에도 보탤 계획이었지만, 증액 발행은 어려워졌다. 또한 차환을 위해 높아진 이자율도 감당해야 한다. 기존 연 2.934%인 회사채를 연 5%대 금리(2년물 연 5.083%, 3년물 연 5.250%)로 발행한 회사채를 통해 상환해야 하기 때문이다.
올해 3월 말 연결 기준 쌍용C&E가 보유한 유동성은 현금 및 현금성자산 1259억원과 단기금융자산 533억원을 포함해 총 1792억원에 불과하다. 회사채 만기 도래를 자체 자금으로 대응할 수 없는 탓에 차환을 발행해야 한다. 다만 높아진 재무 부담에 따른 신용등급 하향 압력이 거세지는 가운데 공모 시장에서 성공적인 회사채 발행은 장담할 수 없는 실정이라는 평가다.
쌍용C&E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향후 안정적인 자금 조달을 통해 유동성 대응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성중 기자 kwon8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