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젠바이오, CB 조기 상환에 유동성 '우려'
3회차 CB 98억원 조기 상환…주가 낮아 나머지 83억원도 풋옵션 우려
유증·추가 CB 발행으로 대응…현금창출력 악화에 근본 해결책 필요
공개 2024-06-07 06:00:00
[IB토마토 김혜선 기자] 엔젠바이오(354200)가 발행한 제3회차 전환사채(CB) 중 98억원에 대한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이 발생하면서 유동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특히 현재 전환가액보다 주가가 크게 낮은 상태이기 때문에 추가 풋옵션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다. 이에 엔젠바이오는 유상증자 등을 통해 자금 조달에 나섰지만, 자체 현금창출력이 부진하다 보니 돌파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사진=엔젠바이오)
 
CB 조기 상환 요구에 유동성 악화 우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엔젠바이오가 제3회차 전환사채(200억원)의 절반가량(98억원)을 상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취득 사유는 사채권자와의 협의에 따른 만기 전 사채 취득이다. 이는 제3회차 전환사채의 만기 이자율이 없는 가운데 주가가 하락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엔젠바이오는 지난 2022년 200억원 규모의 제3회차 전환사채를 발행했다. 만기 이자율은 0%, 전환가액은 9290원이며, 최저 조정가액도 설정하지 않아 주식 전환에 유리한 조건으로 발행했다. 
 
이후 지난해에만 제3회차 전환사채의 전환가액 조정(리픽싱)이 다섯 차례 이어졌다. 앞서 지난해 9월 전환가액이 6990원까지 조정됐고, 이후 13억원(전환주식수 18만5979주) 가량이 주식으로 전환되기도 했다.
  
문제는 이후 제3회차 전환사채의 전환가액이 6510원으로 조정됐음에도 여전히 엔젠바이오의 주가(3일 종가 기준 3395원)를 훨씬 웃돈다는 점이다. 통상 전환사채의 주식 전환은 전환가액보다 주가가 높을 경우 차익 실현을 위해 실행된다. 그러나 현재 전환가액보다 주가가 낮기 때문에 제3회차 전환사채의 잔액 83억원에 대한 추가 상환 요청이 들어올 수 있다.
 
이에 유동성에 대한 우려가 크다. 엔젠바이오가 올해 1분기말 기준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은 165억원 수준이다. 1분기 말 이후 조기 상환된 제3회차 전환사채 금액(98억원)을 단순 감산하면 67억원이 남는다. 여기에 지난 4월에는 미국 신규 투자를 위해 미국 TOPLAB을 인수하면서 유상증자에 참여해 37억원의 추가 현금 유출도 발생했다.
 
 
부진한 현금창출력…자금조달도 '무용지물'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엔젠바이오는 전환사채 발행,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단기차입금 등를 통해 자금 조달을 실행했다. 그러나 제3회차 전환사채 잔액을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며, 현금창출력은 개선되지 못하고 있어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엔젠바이오는 최근 30억원 규모의 제4회차 전환사채를 발행했다. 발행 목적은 제3회차 전환사채에 대한 채무 상환 자금으로, 만기 이자율은 2%로 설정됐다. 엔젠바이오 입장에서는 만기 이자율이 늘었기 때문에 부담이 더 큰 조건의 신규 전환사채를 발행하게 된 것이다.
 
여기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50억원)와 단기차입금 증액(26억원)을 통해 총 76억원의 자금도 확보했다. 그러나 해당 자금의 조달 목적은 운영자금과 타법인증권 취득이며, 제3회차 전환사채의 잔액보다 규모가 작기 때문에 추가 조기 상환이 발생했을 때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단순 계산시 136억원으로 풋옵션 우려 CB 잔액 83억원과 회사 운영 자금을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엔젠바이오는 1년에 연구개발비로 40억원 이상을 쏟아 왔다. 실제 올해 1분기에는 연구개발비로 7억2623만원을 사용하면서 직전연도 같은 기간(12억원)보다 소폭 줄긴했지만, 2021년(45억원)과 2022년(46억원)뿐만 아니라 지난해(45억원)까지 40억원 중반대를 유지해 왔다.
 
외부 자금 조달을 통해 유동성 제고에 힘쓰고 있지만, 실질적인 현금창출력을 나타내는 영업활동현금흐름 개선이 절실한 상황이다. 엔제바이오가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영업활동현금흐름도 마이너스(-) 행진이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 기준 엔젠바이오는 영업활동으로 21억원의 현금이 유출됐다. 실적 개선이 이뤄지지 못하다 보니 당기순손익으로 시작하는 영업활동현금흐름이 플러스(+) 전환되지 못했고, 지난 2020년 상장한 이래로 2021년(75억원)과 2022년(78억원)을 거쳐 지난해(92억원)까지 현금 유출이 이어졌다.
 
엔젠바이오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만약 추가적인 조기 상환 요청이 들어오더라도 확보된 추가 자금과 수익을 통해 최대한 상환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되며, 필요시 전략적 파트너와 논의해 적절하게 대응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엔젠바이오가 자체 현금창출력 개선을 위해 기대를 걸 수 있는 것은 최근 인수한 미국 실험실표준인증 검사실(클리아랩)인 TOPLAB이다. TOPLAB은 혈액검사와 마약검사 서비스를 실행하며, 지난해 매출 800만달러(약 110억원)를 달성한 곳이다.
 
이번 인수를 통해 TOPLAB의 랩 운영 역량과 영업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 진단 서비스를 준비하고 관련 시장을 개척해나간다는 방침이다. 특히 엔젠바이오 NGS 정밀진단 제품과 소프트웨어는 유럽 체외 진단 의료기기 인증 획득과 국내 대형 의료기관 레퍼런스 제품의 성능과 정확도가 검증됐기 때문에 TOPLAB의 NGC 서비스로 조기 도입해 미국 시장에 진출할 예정이다.
 
엔젠바이오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TOPLAB의 경우 코로나19 매출의 비중이 적어 포스트 코로나에도 안정적인 매출과 이익을 유지하고 있다"라며 "기존 캘리포니아 클리아랩과 함께 시너지 창출과 사업 확장도 두 배 이상으로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고, 미국 이외 시장성이 높은 다른 국가에서도 전략적 제휴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혜선 기자 hsun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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