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과기공제회, '소탐'으로 불안 심리 부추긴다
태영건설 시공하는 반포 사업장 좌초 위기
과기공이 선순위 채권 회수 통보하며 공매 절차
업계서 상위 10% 사업장 평가 미분양 우려 낮아
공개 2024-05-27 06:00:00
주식과 부동산시장에서 사람들의 심리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주식과 부동산시장의 분위기 상승 여부에는 여러 요인들이 있겠지만, 사람들의 심리도 절대 무시하지 못할 요인 중 하나라는 점이다. 사람들 사이에서 불안 심리가 전염병처럼 확산하면 정상적인 주식과 부동산시장도 한 번에 훅 꺼질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정확한 판단을 하지 못해 잘못된 선택을 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태영건설(009410)이 시공을 맡고 있는 서울 반포동 개발 사업도 불안 심리 확산으로 과학기술인공제회(과기공)가 잘못된 선택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사업은 반포동 59-3·4·5번지 2582.3㎡ 부지에 지하 4층~지상 20층 규모 도시형 생활주택 72세대와 오피스텔 25세대를 짓는 주거복합시설 개발사업이다. 지난 2022년 8월 2380억원 규모 본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조달해 공사에 착수했다.
 
태영건설이 시공하고 있는 반포 사업장 현장 모습.(사진=IB토마토)
 
문제는 이 사업장에 돈을 대출해준 과기공이 최근 채권 회수 절차에 나서겠다고 통보한 것이다. 과기공은 해당 사업장에 PF 선순위 대출 936억원, 중순위 대출 350억원을 투입한 채권자다. 여기에 KB증권도 중순위와 후순위로 이 사업장에 250억원을 대출했다. 현재 과기공은 추가 자금 투입보다 사업을 중단하고 경·공매로 매각해 채권을 회수하는 것이 더 이익이라고 판단한 상황이다.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업계 평가는 사뭇 다르다. 먼저 사업장 위치가 반포동이라는 점에서 미분양 우려가 적다는 점이다. 실제 업계에서는 이 사업장을 상위 10% 사업장으로 평가하고 있고, 향후 부동산 시장이 크게 나빠져도 할인 분양 등을 통해 완판을 기록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사업장 담보로 대출을 받아 투자금을 회수할 수도 있다. 현재 업계에서는 부동산 시장에 대한 우려가 높지만, 지방보다는 수도권, 수도권보다는 서울, 서울 내에서도 강남은 불패 시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아울러 경·공매로 넘어갈 경우 정상적인 가격을 받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현재 이 사업장은 공정률 30%를 기록하고 있다. 공매로 낙찰받아도 같은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면 사업장 정비에 비용이 소요된다. 이로 인해 낙찰가격이 크게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낙찰가격이 크게 하락할 경우 다른 채권자 뿐만 아니라 과기공도 중순위 채권 350억원을 받지 못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출 회수를 강행하는 이유에 대해 의구심이 높아지고 있다.
 
아울러 현재 사업을 계속 진행시키기 위해 KB증권이 260억원을 추가 투입하고 선순위 지위를 얻으려고 하는 것도 과기공이 반대하는 상황이다. 이럴 경우 과기공이 채권 순위에서 중순위 이하로 밀려나기 때문이다. 이에 과기공은 무조건 사업장을 경·공매로 넘겨 팔리는 금액에서 선순위 채권을 회수하는 것이 목표다. 이는 사업을 성공시켜 수익을 얻기보다 당장 대출금 회수라는 작은 명분에만 집중하면서 여러 상황을 고려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부동산 시장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PF 등 부동산 시장 경착륙을 위한 구조조정은 필요하다. 부동산 거품이 한 번에 꺼질 경우 피해를 보는 것은 서민들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번 사업장 같은 우량 사업장까지 문제가 생길 경우 이는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상위 10% 사업장까지 불안 심리로 인해 사업이 망가질 경우 다른 사업장 분위기는 불 보듯 뻔하다. 주식과 부동산시장은 심리가 크게 작용하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진정한 옥석 가리기다. 여전히 브릿지 PF 단계에 머물러 있는 사업장이 많은데 본 PF로 공정률 30%를 기록한 사업장까지 무너질 경우 불안 심리 여파는 심각해질 수 있다. 과기공은 너무나 보수적 시각으로 이번 사업을 바라보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번 고민할 필요가 있다. 현 시점에서 과기공이 중순위 채권까지 포기하면서 사업장을 공매로 넘길 이유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그만큼 부동산 시장이 불황은 아니라는 평가다. 과기공은 옥을 품고도, 분위기에 휩쓸려 옥을 버리는 일이 없길 바란다. 
 
최용민 산업부장
 

최용민 하루하루 버티는 당신에게 힘이 되는 기사를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