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최윤석 기자]
대신증권(003540)이 종합금융투자사(종투사) 진출을 위한 몸집 불리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증권업계로서는 세 번째로 재계 순위에도 이름을 올렸다. 종투사 진입은 단순히 덩치 키우기가 아닌 대형 증권사 일감 쏠림에 대응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다행히 일부 기업금융(IB) 사업 성과와 실적 회복이 나타나고 있지만 시장에선 일회성 호재보다 안정적 수익 확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대신증권)
대기업에 이름 올린 대신증권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신증권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하는 대기업 집단(공시대상기업집단)에 편입됐다. 정확히는 대신증권을 비롯한 대신파이낸셜그룹이 지정된 것으로 대신파이낸셜그룹은 최종 88개 대기업 집단 가운데 78위에 안착했다. 증권업이 주력인 기업으로는
미래에셋증권(006800)의 미래에셋그룹과
키움증권(039490)의 다우키움그룹이 있다.
공정위의 집계에서 대신파이낸셜그룹의 자산총액은 2023년 말 기준 5조7600억원으로 파악됐다. 현재 공정위의 대규모 기업집단 기준은 자산총액 5조원이다.
대기업 집단 편입은 사실상 경영권 승계가 완료됐다고 평가받는 양홍석 대신증권 부회장이 추진하는 10번째 종투사 진출 과정에서 나온 결과다. 대신증권은 지난해 10번째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진출을 위해 주력 계열사인 대신증권에 대신에프앤아이와 대신자산운용 등 계열사에서 4800억원가량의 중간배당을 실시했고 올 3월 상환전환우선주(RCPS) 발행을 통해 약 2300억원을 조달했다.
이 같은 외형 확대에 힘입어 대신증권은 지난해 말 기준 별도 자기자본은 약 2조8500억원으로 종투사 자격 요건인 별도 자기자본 3조원에 근접하는 데 성공했다. 이어 올 1분기 3조1040억원을 기록하면서 요건을 충족했다.
종투사 진출, 생존 위한 몸부림
대신증권이 종투사 진입에 열의를 보이는 까닭은 단순히 오너 의지 때문만은 아니다. 최근 IB를 비롯한 증권업계 전반에서 나타나는 대형사로의 쏠림 현상 때문이다. 코로나19 발발 이후 발생한 저금리와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열풍으로 시장엔 유례없는 유동성이 공급됐다. 주식발행과 채권 발행이 잇달았지만 대부분 대형사가 차지했고 이는 시장점유율 확대로 이어졌다. 대신증권의 종투사 진입이 생존을 위한 선택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종투사로 지정될 경우 우선 신용공여 한도가 자기자본의 100%에서 200%로 두배 늘어난다. IB 확대 여력을 갖출 뿐만 아니라 헤지펀드에 자금 대출이나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와 외화 일반 환전 업무도 가능해진다.
대신증권은 이를 위해 자금을 운용하고 관리할 조직을 개편하는 동시에 인력 수급에도 나서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대신증권은 올 초 진행된 조직개편에서 기업금융파트를 1담당과 2담당으로 나누고 인력도 충원했다. 현재 15명 정도인 인력을 두배로 늘리는 한편 상대적으로 약세였던 부채자본시장(DCM) 분야에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다.
실제 대신증권은 올해 DCM에서 약진하는 데 성공했다. <IB토마토> 3월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대신증권은 올해 DCM 주관실적과 인수실적에서 모두 10위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순위권에 포함됐다.
LG에너지솔루션(373220)과
에코프로(086520), 호텔롯데 등 주요 기업의 중대형급 회사채 발행 주관에 성공한 덕분이다.
지속적인 수익 확보가 관건
종투사 문턱을 완전히 넘으려면 지속적인 영업 성과를 통한 자본 확충도 이어져야 한다. 다행히 최근 대신증권의 실적에선 증시 회복에 따른 안정적인 영업이익이 이어졌다. 하지만 지난해 불안정성을 씻는 호재로 작용하려면 지속적인 수익 확보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신증권은 올해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730억2700만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33.9% 늘어난 규모다. 매출액은 1조760억원으로 5.8% 감소했지만 당기순이익은 530억원으로 1.5% 증가해 자기자본은 별도 기준 3조1040억원을 기록했다.
이번 실적은 일평균 거래대금 증가가 주효했다. 리테일 수익성 개선과 트레이딩과 기업금융 순영업수익에서 같은 기간 각각 23.3%, 130.5% 늘어난 덕분이다. 상대적으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충당금 부담이 적었던 것도 실적 개선에 영향을 줬다.
윤유동
NH투자증권(005940) 연구원은 "대신증권은 지난 1분기 시장의 컨센서스를 상회하는 실적을 기록했고 이는 증권 본업의 견조한 실적과 부동산 위험노출액(익스포저)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었기 때문"이라며 "다만 1분기 실적을 견인한 롯데그룹의 회사채 딜 등 빅딜 참여를 통한 실적 회복이 2분기에도 지속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다만 대신증권은 상반기 DCM와 주식자본시장(ECM)을 통해 자본확충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실제 대신증권은 상반기 기대 이상의 성과를 기록한 DCM을 뒤로하고 ECM에서도 사업 확대에 다섰다. 1110억원 규모 하나마이크론 유상증자와 400억원 규모 엑시콘 유상증자를 단독 주관해 기업공개(IPO) 분야에선 라메디텍과 엑셀세라퓨틱스가 상반기 내 상장을 목표로 진행 중이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1분기 DCM에서의 사업 역량 확대가 있었고 ECM에서도 사업을 진행 중"이라며 "지속적인 자본 확충과 철저한 리스크 관리로 종투사 진출에 필요한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