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난 빠진 퀄리타스반도체…상장 반년 만에 또 주주에 손벌려
운영자금 575억원·타법인증권 취득자금 20억원 총 595억원 모집
지난해 영업손실 112억원으로 확대돼 자금 조달 필요성 '증가'
공개 2024-05-09 09:00:00
[IB토마토 이조은 기자] 퀄리타스반도체(432720)가 코스닥 상장 6개월만에 운영자금 모집을 위해 600억원 규모로 유상증자를 단행해 주주들의 지분가치 희석이 우려된다. 퀄리타스반도체는 지난해 10월 상장하면서 적자 폭을 줄이기로 했으나 오히려 손실이 늘어난 가운데 자금 조달 필요성이 커졌다. 조달한 운영자금으로 차세대 칩렛 인터페이스 ‘UCIe(유니버설 칩렛 인터커넥트 익스프레스) PHY’를 개발해 2025년부터 흑자 전환을 노리겠다는 방침이다. 
 
(사진=퀄리타스반도체)
 
코스닥 상장 6개월 만에 운영자금 모집 위해 유상증자 600억원 발행
 
8일 금융감독원 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퀄리타스반도체는 지난 7일 운영자금으로 575억원, 타법인증권 취득자금으로 20억원 총 595억원에 달하는 주주배정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유상증자 예정 발행가는 2만3000원이며 발행가 확정 예정일은 7월10일이다. 
 
반도체 설계자산(IP) 기업 퀄리타스반도체는 지난해 10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지 6개월 만에 대규모 유상증자에 나섰다. 앞서 퀄리타스반도체는 상장 당시에도 연구개발비 충당을 위해 유상증자로 306억원을 조달한 바 있다. 하지만 퀄리타스반도체가 상장 6개월 만에 또다시 대규모 유상증자에 나서 과도한 자금 조달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퀄리타스반도체는 이번 유상증자로 발행되는 운영자금 575억원은 2027년까지 전액 연구개발에 투입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연구개발(R&D) 사업장 신설 비용 80억원을 제외하면 495억원은 차세대 제품 개발비용과 인공지능 활용 개발 프로세스 혁신 비용으로 사용할 방침이다. 최근 다양한 초고속 인터페이스 IP의 개발이 요구되는 가운데 차세대 제품으로 삼성전자, 엔비디아, 인텔, ARM, TSMC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이 참여해 신설한 칩렛 표준 규격인  ‘UCle(유니버설 칩렛 인터커넥트 익스프레스) PHY 설계자산(IP)’을 개발할 계획이다. 
 
다만 대규모 유상증자가 연속되면서 주주들의 지분 가치 하락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번 유상증자 신주 발행 수는 258만8452주로 전체 발행 주식수 1098만9140주의 23.55%에 달한다. 신주 배정 기준일은 6월 10일인데 지분 가치가 희석될 것이 자명한 가운데 이미 시장에서는 유상증자를 악재로 간주했다. 유상증자 발행을 발표한 7일 종가 3만900원에서 하루 만인 8일 종가 2만4100원을 기록해 22.01% 떨어졌다.  
 
퀄리타스반도체 관계자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시장에서는 현재 시총 대비 (유상증자) 금액이 좀 크다는 반응도 많으신 것 같다”면서도 “적은 규모로 사채로 조금씩 발행하기보다는 저희가 2027년경까지 연구 개발 자금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이렇게 의사결정이 된 부분이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UCle PHY IP를 개발해 칩렛 시장을 선점하고자 한다. 빠르면 2025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반도체 불황에 실적 하락·자금 조달 필요성 높아져
 
퀄리타스반도체가 또다시 대규모 유상증자에 나선 것은 지난해 반도체 불황 여파가 지속되면서 실적 부진에 시달린 것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퀄리타스반도체는 상장 당시 투자설명서에 향후 3개년 전망치를 담은 손익계산서를 제출했는데 지난해 실적은 전망치에 한참 못 미쳤다. 
 
투자설명서에 따르면 매출은 2022년 108억원에 비해 2023년 126억원으로 16.37% 증가하고,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37억에서 54억원으로 소폭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지난해 실제 매출은 108억원에 머물렀고, 영업손실은 112억원으로 확대됐다. 이에 따라 영업활동현금흐름은 2022년 3억원에서 지난해 -113억원으로 적자 전환했고, 현금창출력을 나타내는 잉여현금흐름(FCF)는 같은 기간 -18억원에서 -136억원으로 늘어나면서 자금 조달 필요성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005930) 등 반도체 기업을 주요 매출처로 삼고 있는 만큼 지난해 반도체 불황의 직격탄을 함께 맞은 것으로 풀이된다. 퀄리타스반도체는 삼성전자 파운드리 생태계에서 핵심 인프라인 초고속 인터페이스 물리계층(PHY) 등 필수 설계자산(IP)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에 대한 매출 비중은 67.9%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연구개발비가 늘면서 판매비와관리비도 2022년 145억원에서 2023년 220억원으로 증가했다.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이 2022년 80.34%에서 지난해 190.26%로 급증함에 따라 연구개발비는 2022년 87억원에서 2023년 205억원으로 확대됐다. 
 
퀄리타스반도체 관계자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안정적인 매출이 발생하고 IP 산업이 어느 정도 성장하기까지는 시간이 좀 필요한 것 같다. 작년에 제출한 투자설명서 상으로도 올해는 영업손실이 날 것으로 예상되고 내년에 영업이익을 목표로 하고 있어 올해까지는 쉽지 않은 상황인 것 같다”라며 “금년부터 준비되고 있는 고가의 IP들을 통해 본격적인 실적 개선에 나서겠다”라고 말했다.  
 
이조은 기자 joy8282@etomato.com
 

이조은 친절하고 깊이 있는 기사를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