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 멀티레이블 체제 '득과 실' 상존…어도어 분쟁은 '진행형'
내부 결속력 낮은 구조지만…멀티레이블 고도화 추진 방점
어도어 2년 만에 실적 3위 올랐지만 하이브 아메리카 '부진'
공개 2024-05-08 06:00:00
[IB토마토 이조은 기자] 하이브(352820)가 최근 민희진 어도어 대표이사와 법적 분쟁을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멀티 레이블 체제를 더 공고히 할 방침이다. 어도어는 지난해 흑자로 전환하고 실적 3위 레이블로 올라섰지만, 레이블 간 경쟁 구도와 높은 아티스트 의존도는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아울러 지난 2021년 1조원을 넘게 주고 인수한 이타카 홀딩스가 지속적으로 손실을 내고 있는 가운데 하이브 아메리카는 올여름 신인 걸그룹 '캣츠아이'에 기대를 걸 전망이다.
 
뉴진스 (사진=하이브)
 
1분기 비수기에 실적 '부진'·멀티 레이블 체제는 '개선'할 것
 
3일 금융감독원 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하이브는 올 1분기 매출 3609억원, 영업이익 144억원을 기록했다고 잠정 집계했다. 지난해 1분기보다 매출은 12.1%, 영업이익은 72.6% 줄어든 수치다. 1분기는 가요계 비수기인 만큼 신규 앨범 발매가 감소하고 신인 그룹의 데뷔 초기 비용이 발생한 탓이다.
 
다만 기존 아티스트들의 활동 공백에도 신인 그룹인 투어스와 아일릿이 성공적으로 데뷔하며 실적을 보완한 것으로 나타났다. 투어스와 아일릿은 데뷔 앨범으로 각각 50만장 이상 판매고를 올리며 하프 밀리언셀러에 나란히 올랐다.
 
2분기부터는 기존 아티스트들의 컴백 일정이 이어져 올해 연간 신규 앨범 발매는 전년 대비 30%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 4월엔 세븐틴과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보이넥스트도어가 컴백했고 엔하이픈과 뉴진스도 컴백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회사 측은 최근 민희진 어도어 대표이사와 ‘배임’ 혐의를 두고 극명한 입장 차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멀티 레이블 체제에 대해서는 더 개선할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박지원 하이브 대표이사(CEO)는 “하이브는 멀티 레이블을 개척하며 크고 작은 난관에 수없이 봉착했다. 이 과정에서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라며 “이번 사안을 통해 멀티레이블에 의문을 가질 수 있겠지만, 멀티 레이블 고도화를 위해 무엇을 보완해야 할지 지속적으로 고민하며 개선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법적인 상황은 진행 중인 만큼 하이브 측은 관련 질문은 받지 않았다. 
 
 
매출 증가해도 내부 결속력 작고·각 사 아티스트 IP 의존도 높아 
 
하이브의 멀티 레이블 체제는 짧은 기간 내에 다수 레이블이 융화되면서 득과 실이 명확하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하이브는 매출 첫 2조원을 달성하고 자산총계는 5조원을 넘어서며 대기업 반열에 오르게 됐지만, 내부적으로 경쟁 구도가 형성돼 결속력이 다소 떨어질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무엇보다 각 레이블이 대표 아티스트 지식재산권(IP)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관련된 리스크가 실적에 영향을 줄 우려가 있다. 하이브는 최근 민희진 어도어 대표이사와 팽팽한 법적 공방을 이어가고 있는데 뉴진스의 거취 여부에 따라 어도어의 실적 전망도 갈릴 예정이다.
 
앞서 빅히트엔터테인먼트를 전신으로 둔 하이브는 2019년 8월엔 쏘스뮤직, 2020년 5월과 11월 각각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와 KOZ엔터테인먼트를 연달아 인수·합병(M&A)하면서 몸집을 확 불렸다. 2021년 11월에는 어도어를 설립했고, 지난해엔 CJ엔터테인먼트와 합작 법인으로 설립했던 빌리프랩 지분을 전량 인수했다. 미국 법인 ‘하이브 아메리카’ 산하엔 이타카홀딩스·QC미디어홀딩스, 일본 법인 ‘하이브 재팬’ 산하엔 하이브레이블즈 재팬 등을 합쳐 총 11개 레이블을 보유했다. 빅히트뮤직의 경우 방탄소년단 전원 입대 이후 매출과 당기순이익이 모두 소폭 감소했지만,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는 세븐틴이 지난해 앨범 1600만장을 판매하며 매출과 당기순이익이 각각 125%, 275% 올랐다.
 
어도어는 설립 2년 만에 뉴진스가 국내외 음원차트 1위를 휩쓸며 지난해 매출 1103억원, 영업이익 338억원을 달성하면서 하이브에서 세 번째로 높은 실적을 올렸다. 2022년 매출 335억원, 영업손실 40억원을 낸 것과 비교하면 매출은 6배 가까이 늘고 1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어도어는 2022년까지만 해도 당기순손실 32억원을 냈는데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265억원을 기록했다. 빅히트뮤직이 당기순이익 1403억원, 플레디스가 600억원을 낸 것과 비교하면 아직 작지만 쏘스뮤직이 162억원을 기록한 것 보다는 높다. 
 
다만 이번 내홍의 핵심이 된 어도어의 경우 태생 자체가 달랐다. 다른 레이블의 경우 대부분 인수를 통해 합병됐지만, 어도어는 하이브가 2021년 154억원을 출자해 새롭게 설립한 회사다. 하이브가 어도어를 설립한 배경도 신인 걸그룹을 론칭하는 과정에서 민희진 대표가 쏘스뮤직의 소성진 대표와 갈등을 빚어 독립된 회사를 차리게 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뉴진스는 민희진 대표가 전적으로 기획과 프로듀싱을 맡았고, 르세라핌은 방시혁 의장이 프로듀싱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쏘스뮤직의 르세라핌과 어도어의 뉴진스 간 미묘한 경쟁 구도는 이때부터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회사 측은 두 그룹 모두 하이브 공식 유튜브 채널에 활동이 게재되고 있으며 차별 없이 충분한 지원을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한편, 하이브는 하이브 아메리카를 통해 2021년 이타카홀딩스(Ithaca Holdings)를 1조525억원을 투자해 인수했지만, 지속 적자를 내고 있다. 하이브아메리카 당기순손실은 2022년 701억원에서 지난해 1424억원으로 두 배 이상 확대됐다. 이는 빅히트뮤직이 지난해 1403억원 이익을 낸 것보다도 많은 손실을 낸 것이다. 지난해 QC미디어 2089억원, 엑자일 뮤직은 187억원 영업권이 추가됐으나 이타카홀딩스에 대한 영업권은 2022년 8919억원에서 지난해 8302억원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대표 가수인 저스틴 비버와 아리아나 그란데의 이적설이 반복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하이브 아메리카는 올해 신인 글로벌 걸그룹 ‘캣츠아이’에 희망을 걸고 있다. 캣츠아이는 올여름 미국 현지에서 데뷔할 계획이다.
 
하이브 관계자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이타카 홀딩스를 비롯해 QC 미디어 등 주류 음악 시장에서 입지를 구축한 기업들을 인수함으로써 글로벌 레이블·매니지먼트 사업에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타카홀딩스의 음악과 아티스트 콘텐츠를 하이브 전사적으로 융합, 시너지를 창출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운영 효율화를 모색하고 확장된 인프라를 활용해 이익 극대화를 모색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조은 기자 joy8282@etomato.com
 

이조은 친절하고 깊이 있는 기사를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