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정준우 기자] 정부가 중국으로 수출되는 동스크랩에 대해 제동을 걸면서 국내 황동봉 시장 1위 기업
대창(012800)의 원가율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대창 등 국내 동 제조사들은 황동봉의 원료인 동스크랩이 중국으로 다량 수출되면서 웃돈을 주고 동스크랩을 사는 현상이 이어졌다. 동스크랩 유출이 줄어들 경우 국내 동스크랩 유통량이 늘어나면서 원료 가격도 점차 안정화될 전망이다.
대창의 쾌삭봉 제품(사진=대창)
동스크랩 부족에…97% 넘어선 원가율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대창의 연결기준 매출액은 1조3230억원, 영업손실은 93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2022년에 비해 매출(1조4413억원)은 8.2% 줄었고, 영업이익(91억원)은 영업손실로 적자 전환했다. 특히 같은 기간 판관비가 444억원에서 398억원으로 감소했음에도 원가율이 지난해 97.7%로 크게 상승하면서 영업적자로 돌아선 것이다.
대창의 매출원가율은 매년 상승하고 있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21년 말 기준 원가율은 91.9%를 기록했지만, 2022년은 96.3%로 상승한 후 지난해는 97.7%를 기록했다. 원가율이 멈추지 않고 오르는 이유는 국내 동스크랩이 지속적으로 유출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된다. 동스크랩 유출 문제는 2020년 들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올해도 이어졌다.
금속업계에서는 중국으로 유출되는 동스크랩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동스크랩은 산업 특성상 동네 고물상부터 수집이 시작된다. 동네 고물상(소상)들이 중상에 동스크랩을 넘기고, 중상들이 대상에 스크랩을 넘기면 대상들이 대창 등 동 제조사와 거래하는 거래 구조다.
소상에서 모이는 동스크랩은 영세하기 때문에 매 거래마다 세금계산서를 발급하기 어렵다. 소위 무자료 물량이라 불리는 이러한 동스크랩들은 부가가치세법 위반 등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이 틈을 비집고 중국 스크랩 업자들이 세금계산서 없이 시세의 5~10%를 얹어 동스크랩을 매집해 중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중국으로 유출된 동스크랩 양은 매년 커지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국으로 수출된 동스크랩은 총 3만522톤으로 지난해 1분기 2만1859톤에 비해 39.6% 증가했다. 지난해부터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산업 활동에 위축된 까닭에 국내 동스크랩 발생량이 줄어들어 원가 부담은 더 커지고 있는 양상이다.
금속업계에 따르면 이렇게 무자료로 웃돈을 주고 팔려나가는 동스크랩이 국내 동스크랩 발생량의 30~40%에 달할 것이라 추정하고 있다. 웃돈을 주는 거래가 늘어나면서 대창 등 국내 제조사들도 원료 확보에 애를 먹으며 비싸게 원료를 매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동스크랩 유출에 정부 ‘행동’…원가율 감소 기대
무분별하게 중국으로 동스크랩이 유출되면서 대창 등 업계는 정부에 동스크랩 유출을 막을 수 있는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창 등 금속업계는 한국비철금속협회 등 유관기관과 함께 동스크랩 유출을 막아 국내 동스크랩 가격을 안정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에 30~40%에 달하는 무자료 동스크랩 물량을 양성화하기 위해 동스크랩 업자들의 매출액 중 일정 비율을 소득세로 징수하는 방안 등이 요구되고 있지만, 현재 징수 형평성을 문제로 기획재정부 등에서 난색을 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정부는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다른 방법으로 동스크랩 유출을 막을 수 있는 조치에 나서고 있다. 금속업계에 따르면 최근 부산세관은 중국으로 동스크랩을 수출하는 업체 8곳을 압수수색했다. 국내에서 세금계산서 발행없이 매입한 동스크랩은 부가가치세 납부가 되지 않은채로 수출되기 때문에 부가가치세법 위반 소지가 있다.
금속업계에서는 이번 조사를 통해 중국으로 유출되는 동스크랩 물량이 위축될 수 있을 것이라 보고 있다. 관세당국이 중국으로 수출되는 무자료 동스크랩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동스크랩 수출업체들도 앞으로 수출을 더 늘리기 어려울 것이란 판단이다. 아울러 중국으로 유출되는 동스크랩 물량이 줄어들면 국내 동스크랩 유통량이 늘어나면서 시세보다 웃돈을 더 줘야하는 상황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으로 넘어가는 동스크랩 물량이 국내에서 유통될 경우 대창의 원가율도 낮아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세의 5~10%에 해당하는 웃돈이 줄어들 경우 대창의 매출원가는 최대 300억~400억원가량 줄어들 여지가 있다.
대창 측은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현재 중국으로 수출되는 동스크랩 물량이 늘어나며 원가 부담이 늘어났다”라며 “현재 동스크랩 수출에 대해 관세 당국이 조사에 들어가면서 유출 물량이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