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정준우 기자]
HD현대중공업(329180)(이하 현대중공업)이 해양플랜트 사업과 해상풍력 사업을 합친 후 조선 사업으로부터 분리시키며 들쑥날쑥한 해양 사업 수주잔고를 끌어올릴 전망이다. 해상풍력 사업은 공간의 제약이 있는 육상풍력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으며 높은 성장이 예상되는 사업이다. 또한 기존 해양플랜트 설비를 활용할 수 있어 투자 부담도 적다는 이점이 있어 투자 대비 이익이 높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HD현대 판교 GRC 전경(사진=HD현대)
줄어드는 수주에 해양플랜트 사업 '난기류'
25일 현대중공업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의 지난해 해양플랜트 사업 매출액은 1조2697억원, 영업손실 372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조선사업이 매출 7조9015억원에 영업이익 1488억원, 엔진 사업이 매출 2조7098억원에 영업이익 2865억원을 달성한 것에 비하면 해양플랜트 사업은 매출과 수익 규모가 작은 것으로 파악된다.
아울러 수주 규모도 들쑥날쑥하다. 2021년 대비 지난해 현대중공업의 사업별 수주잔고는 조선이 16조6503억원에서 32조3993억원으로 94.6% 성장했고 엔진 수주액도 같은 기간 2조9332억원에서 7조500억원으로 140.4% 성장했다. 그에 반해 해양플랜트 사업은 같은 기간 2조2605억원에서 2조111억원으로 줄었다.
해양플랜트 수주가 크게 늘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조선 수주 증가와 연관 있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최근 친환경 선박 수요 증가에 따른 선박 건조가 늘어나면서 조선소 내 선박 건조 공간 비중이 늘어났다. 이에 해양플랜트 건조를 확대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파악된다. 최근 국내 조선업계의 선박 수주가 고수익성 선박인 LNG선박 중심으로 옮겨간 점도 해양플랜트 사업 확대를 줄이는 요소로 작용한다.
아울러 해양플랜트 사업은 조선 사업에 비해 건조 기간과 비용이 많이 들고, 발주처의 요구에 맞춰 개별 설계를 해야 하기 때문에 만약의 계약 취소 시 리스크 부담도 크다. 고유가가 지속될 경우 해양플랜트 수주잔고도 늘어날 수 있지만 불확실성이 크다. 지난 2010년대 국내 조선산업이 해양플랜트 사업을 확대했었지만, 2015년 이후 국제 유가가 하락하면서 플랜트 계약 취소가 이어지며 해양플랜트 사업에서 큰 손실을 입은 전례가 있다. 플랜트 사업의 리스크가 큰 까닭에 국내 조선업계도
삼성중공업(010140)을 제외하면 해양플랜트 등 해양사업 수주잔고가 늘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현대중공업은 해양플랜트 사업과 해상풍력 사업을 합쳐 해양 사업 수주를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HD현대(267250) 주주총회에서 정관에 신재생에너지 개발·매매 등 새로운 사업 목적이 추가되며 사업 근거를 마련했다. 현대중공업이 해양플랜트 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해상풍력 구조물 제조 사업과 시너지가 발생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해상풍력 구조물은 기존 조선소 설비를 활용해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투자 부담이 적어 최소 비용으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사업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해상풍력 얹어 수주 확대 기대
현대중공업은 해상풍력 사업과 해양플랜트 사업을 묶어 조선사업부에서 분리시키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기존 조선해양사업부는 조선사업 부문과 해양에너지사업부로 분리돼서 각자 운영된다. 신재생에너지를 담당하는 사업부 분리로 조선 사업과 별대로 독자적인 운영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4월 초 경쟁사
한화오션(042660)이
한화(000880)그룹 사업 재편에 따라 해상풍력 사업을 인수하는 등 국내 조선업계는 해상풍력 사업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해상풍력 시장의 성장성을 보고 조선사들도 미래 성장 동력으로 해상풍력 사업을 꼽고 있다. 앞서 해양플랜트 사업과 해상풍력 사업을 먼저 시작한
SK오션플랜트(100090)는 지난해 플랜트 등 해양 사업 매출액이 6811억원을 기록해 2022년(4785억원)보다 크게 성장했다.
이에 현대중공업도 해상풍력 시장에 진출해 비교적 낮았던 해상 사업 수주잔고를 차츰 채워갈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4월 영국에 부유식 해상풍력 구조물을 공급하기로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수주 절차를 밟을 전망이다.
현시점에서 육상풍력 시장이 해상풍력보다 월등히 크지만 향후 성장 전망치는 해상풍력 시장이 높다. 육상풍력은 들어설 공간이 한정적이라 지속적인 건설이 어렵다. 따라서 공간에 제약이 없는 바다에 해상풍력 발전소가 들어서고 있는 추세다.
세계풍력에너지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020년 86.9GW(기가와트)였던 육상풍력 발전량은 2025년 88.3GW로 1.6%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반면, 해상풍력은 같은 기간 6.1GW에서 23.9GW로 3.9배 증가가 예상된다. 국내 풍력산업 전망 역시 유사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 측은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HD현대는 2021년 한국형 해상풍력 부유체 모델을 공동개발하는 등 해상풍력 사업을 준비해 왔다”라며 “해양플랜트 제작 경험을 바탕으로 부유식 해상 구조물 등 제작을 확대할 계획”이라 밝혔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