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정준우 기자]
진에어(272450)가 지난해 현금 및 현금성자산을 큰 폭으로 늘리면서 재무체력을 강화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향후
에어부산(298690) 및 에어서울과 통합하는 LCC 합병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통합 LCC 출범 이후 회사 통합에 따른 비용 증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세 회사는 통합에 대비한 현금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에어부산은 높은 이자율의 영구채 상환이 필요한 상황이고 에어서울은 자본잠식에 빠진 상태다. 이에 영구채 이자 부담을 덜어낸 진에어가 비용 증가 최소화를 통해 현금성 자산을 미리 확보해 통합에 대비할 것으로 보인다.
빠르게 채워지는 곳간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진에어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은 지난해 말 기준 4183억원이다. 이는 2022년(2215억원)에 비해 88.8% 증가한 액수다. 진에어는 수익성을 높이고 비용 지출을 줄여서 영업이익률을 높였다. 여기에 금융수익을 대폭 늘려 순이익을 확보했다.
진에어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14.3%(매출 1조2772억원, 영업이익 1822억원)로 LCC 업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진에어가 거리가 짧지만 수요가 많아 수익성이 높은 일본 노선 비중을 대폭 늘리면서 수익성을 늘린 것으로 풀이된다. 2022년 진에어의 일본 노선 비중은 8.5%에 불과했지만 지난해는 30%대까지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아울러 운영비용 지출 증가폭도 동종 업계 대비 최소화했다. 진에어의 매출원가는 2022년 6026억원에서 지난해 9976억원으로 65.5% 늘어났다. LCC 업계의 매출원가 증가율이 같은 기간 적게는 80%, 많게는 93%에 달한 것에 비하면 매출원가 증가율이 낮았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진에어의 모회사 대한항공과의 시너지 효과로 인해 비용 절감이 가능한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정비 비용의 경우 진에어는 대한항공의 정비 시설을 이용할 수 있어 비용 측면에서 절감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금융 수익도 대폭 늘어나면서 현금 및 현금성자산 증가를 견인했다. 지난해 진에어의 금융수익은 145억원으로 2022년(29억원)에 비해 4.3배 늘었다. 진에어가 보유한 단기금융상품 규모가 2022년 1461억원에서 지난해 3684억원으로 크게 늘어난 탓이다. 반면 금융비용은 같은 기간 157억원에서 170억원으로 8.3% 증가에 그쳤다. 금융 수익 증가폭이 크게 늘어나면서 순금융비용이 크게 줄었다.
관련 업계에서는 진에어가 빠르게 현금 및 현금성자산을 늘려가는 이유로 향후 통합 LCC 계획에 따른 재무체력 키우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합병을 앞둔 가운데 산하 LCC들도 모두 통합된다. 인수 주체의 자회사인 진에어가 피인수 주체인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을 합병하는 형태로 통합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의 재무건전성이 낮은 까닭에 통합 이후 진에어의 재무구조 악화 등 합병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통합 대상 LCC 중 재무구조 가장 우수
세 회사가 합칠 경우 진에어가 합병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세 회사가 통합 LCC를 형성할 경우 인건비, 발권 시스템 통합 등에 비용 지출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현금을 가장 많이 보유한 회사가 많은 비용을 부담해야 할 전망이다. 그러나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의 경우 재무건전성이 진에어에 비해 낮아 통합 과정에서 재무적으로 기여하는 바가 낮을 것으로 보인다.
에어서울의 경우 지난해 재무제표 기준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지난해 말 기준 에어서울의 자본금은 175억원이었던 반면, 자본총계는 -1306억원에 달했다. 1701억원에 달하는 결손금이 자본잠식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아울러 에어부산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지난해 말 기준 1902억원에 달하지만 이자 부담이 높아 부채 상환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보유 현금이 부채 상환에 집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말 기준 에어부산의 영구채 잔액은 800억원으로 이자율이 12.113~12.445%에 달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금리가 높아지는 스텝업 조항에 때문에 이자율이 12%를 넘는다. 지난해 에어부산의 이자비용 지출액은 2022년 398억원에서 지난해 452억원으로 13.3% 증가했는데 스텝업 조항에 따른 영구채 이자 부담이 상당 부분 차지한 것으로 파악된다.
반면 진에어는 영구채 등 이자 부담이 될 수 있는 요소를 지난해 모두 해결했다. 앞으로 벌어들이는 돈은 리스 비용 등을 제외하고 현금성 자산으로 쌓을 수 있다. 진에어는 이자율이 6.8~8.6%에 달하는 총 1370억원 규모의 영구채는 지난해 모두 상환했다. 4월 현재 진에어가 보유하고 있는 회사채 채무는 159억원 규모의 교환사채가 유일하다. 해당 교환사채는 이자율 0%로 이자부담이 없다.
한편, 향후 세 회사가 통합될 경우 항공기 보유대수는 4월 현 시점 항공기 보유대수로 단순 합산하면 57대에 달한다. 이르면 올해 6월 이후 진에어가 신규 항공기 4대를 도입할 계획이라 이를 반영하면 총 61대에 달하는 거대 LCC가 탄생한다. 이에 따른 비용 증가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IB토마토>는 진에어의 현금성 자산 확대 배경 등을 물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