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밀, 경영정상화 선언했지만…인력만 줄이고 '실패'
사업 종료 선언 이후 지난해 매출 656억원 '반 토막'
인력 30% 줄이며 판관비 조정했지만 여전히 적자
상품·제품 쌓이고 원재료 줄이고…재고부담 심화
공개 2024-04-17 06:00:00
 
[IB토마토 박예진 기자] 푸르밀이 사업종료 계획을 철회하고 경영정상화에 나섰지만, 여전히 실적 악화가 진행되고 있다. 주력 제품인 우유 소비량이 감소와 유통망 회복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원재료 구매는 줄고 상품과 제품의 재고 부담은 심화되는 모습이다. 이에 외형은 사업을 종료하기로 했던 2022년 대비 반 토막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매출 600억원대 기록하며 재고부담 심화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푸르밀의 지난해 매출액은 656억원으로 직전연도(1591억원) 대비 반 토막이 났다. 주력 제품의 가격 인상에도 불구하고 우유 소비량이 감소한데다 사업 종료 이후 유통망 회복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외형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푸르밀이 지난 2022년 10월 갑작스럽게 사업종료 계획을 발표하면서 판로 회복에 어려움을 겪었던 점 등이 실적 반등에 제약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후 푸르밀은 사업 종료를 번복하고 지난해 6월에야 CU를 시작으로 GS25 등 편의점에 신제품 '카라메르요구르트' 등을 본격적으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앞서 푸르밀은 지난해 4월25일부터 일부 할인마트에서 '카라메르요구르트' 판매를 시작했지만, 이미 푸르밀의 일방적인 사업 종료로 유통채널과 계약관계가 모두 종료되면서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후 6월 CU를 시작으로 유통망 정상화가 본격화됐지만, 그럼에도 푸르밀의 재고부담은 증가하고 있는 모습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재고자산평가손실충당금은 상품이 2152만원으로 직전연도 592만원 대비 약 3.6배 이상 증가했고, 제품은 2억6486만원에서 4억8469만원으로 1.8배 가량 증가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상품 재고는 3억3603만원에서 6억2771만원으로 86.81%, 제품 재고는 9억7174만원에서 24억608만원으로 147.61% 증가했다. 일반적으로 매출이 성장하면 판매량 확보를 위해 재고 확보에 나서지만, 매출보다 높은 재고자산 증가율은 위험 신호로 평가한다.
 
제품과 상품의 재고자산은 증가했지만 원재료 재고는 같은 기간 46억원에서 19억원으로 줄었다. 제품을 생산·판매하기 위해서는 원재료 비중을 확대하게 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 만큼 생산량이 감소했음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재고자산이 감소했음에도 매출원가에서 평균 재고자산을 나눈 재고자산회전율은 2022년 16.96회에서 지난해 9.59회로 줄어들었다. 이는 기업이 제품(재고)을 구입 또는 제조해서 보유하고 있다가 판매되는 기간이 21.52일에서 38.06일로 느려졌음을 의미한다.
 
 
 
인력 감축하며 영업손실 줄였지만 흑자전환 '실패'
 
이 가운데 푸르밀이 지난해 말 전주공장을 폐쇄키로 하면서 올해 생산량은 더욱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임실군 신평면 대리 일원에 위치한 전주공장은 2009년 이후 하루 265만톤의 유제품을 생산해왔다.
 
푸르밀 전주공장은 2022년 직원 30%를 감축하고 각종 경비를 줄여 회생을 시도했지만 누적 적자를 극복하지 못하고 지난해 말 운영을 종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푸르밀은 직원들의 희망퇴직을 단행하고 일부 시설을 대구공장으로 옮겨 사업을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인력 조정을 통해 푸르밀은 2022년 206억원에 이르던 영업손실을 지난해 114억원으로 줄였다. 특히 판매관리비 중 급여·퇴직급여·복리후생비가 82억원에서 64억원으로 21.95% 감소했다. 이어 임차료와 감가상각비, 차량유지비, 소모품비 등 비용을 전반적으로 감소했지만 흑자전환에는 실패했다. 
 
영업활동현금흐름도 여전히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기업이 제품의 제조·판매 등 주요 영업활동을 하면서 발생하는 현금의 유입·유출을 기록한 지표로, 외부 자금조달에 의존하지 않고 차입금 상환, 영업능력 유지, 신규 투자 등을 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현금흐름의 마이너스 상태가 지속되면 기업이 현재 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푸르밀은 저출산으로 인한 유제품 소비 감소 등으로 인해 지난 2019년 82억원이 순유출되며 처음으로 마이너스 전환됐다. 이어 2020년 6억원으로 유출 규모가 감소했다가 2021년 66억원, 2022년 165억원으로 재차 증가했다. 이어 지난해에는 118억원의 현금 유출을 기록했다.
 
재고자산의 증가와 함께 매출채권이 지난해 70억원으로 직전연도 52억원 대비 34.62% 증가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외상 판매 대금을 나타내는 지표인 매출채권 증가는 영업활동 현금흐름에 악영향을 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경기 침체 시 악성 채권화해 대금을 떼이는 등 손실로 작용할 수 있다. 
 
이와 관련 <IB토마토>는 푸르밀에 향후 경영정상화를 위한 계획 등을 질문했지만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박예진 기자 lucky@etomato.com
 

박예진 쉽게 읽히는 기사를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