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비소프트, 결손금 덜려 '감자' 하지만…소송에 자본잠식 '코앞'
80% 무상감자 진행…가처분 결과 '변수' 전망
카발로블란코 경영권 소송에 유상증자도 '불발'
공개 2024-04-12 06:00:00
[IB토마토 이조은 기자] 투비소프트(079970)가 지난 2017년부터 7년째 적자 지속으로 결손금이 1300억원 가까이 누적되면서 무상감자에 나섰지만, 감자와 관련된 소송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지난 4년간 최대주주가 세 차례 변경된 가운데 추가적인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 조달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투비소프트는 사법 리스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재무구조 개선을 이루고 경영권 분쟁을 해소할 수 있을지 기로에 놓여 있다.
 
 
결손금 1300억원에 감자 '불가피'·효력 정지 가처분은 '변수'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투비소프트는 오는 11일 주권매매거래가 정지될 예정이다. 지난달 말 열린 제24기 정기주주총회에서 무상 감자에 대한 안건이 통과됐기 때문이다. 투비소프트는 주당 액면가액 500원인 보통주 5주를 동일 액면가액 보통주 1주로 무상병합하는 80% 무상감자를 추진한다. 이에 자본금은 393억원에서 79억원으로 줄고 주식수는 7851만주에서 1570만주로 감소할 예정이다. 
 
회사 측은 예정한 대로 감자를 진행할 계획이지만, 최근 고은경 외 8인이 낸 ‘주주총회결의효력정지 가처분’ 소송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신청인은 자본(금) 감소 승인 효력을 정지하는 건에 대해 판결을 구했고, 지난 5일 해당 건에 대한 심문이 이루어진 상황이다. 감자 지속 여부는 추후 판결 결과에 따라 정해질 방침이다.
 
앞서 투비소프트는 2022년에도 90% 무상감자를 시도했으나 2022년 5월 임시주주총회에서 자본금 감소 승인의 건이 찬성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부결된 바 있다. 이번에도 투비소프트가 감자에 실패한다면 자본잠식 위험성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투비소프트는 지난해 자본총계가 자본금 아래로 하락하면서 부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투비소프트는 현재 자본금 392억5250만원을 보유했는데 자본총계는 그보다 작은 347억6731만원에 불과하다. 부분자본잠식률은 11.43%에 달한다. 2022년까지만 해도 자본금은 348억원, 자본총계는 450억원으로 더 많았으나 지난해 결손금이 1278억원을 기록하면서 자본총계가 급감했다. 
 
투비소프트 측은 재무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감자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개별 기준으로 결손금은 이미 1311억원을 기록했다. 감자를 통해 결손금을 보전하고 재무 건전성을 높일 계획이다. 
 
투비소프트 관계자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재무 건전성을 목적으로 감자를 우선 결의했다. 줄어드는 자본금이 350억원 정도가 되는데 모두 결손금 보전에 사용할 것”이라며 “지난 5일 재판에서는 추가로 (서류를) 제출하라고 했기 때문에 아직 판결은 나오지 않았고, 판결이 나게 되면 공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영권 분쟁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철회'
 
현재 투비소프트는 진퇴양난에 빠져 있다. 투비소프트는 유상증자와 전환사채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자본 조달을 했는데 최근에는 이조차 어렵게 됐다. 최근 4년간 최대 주주가 3번이나 변경됐고, 경영권 분쟁에 휘말린 가운데 납입일이 연기되면서 결국 유상증자 철회가 결정됐기 때문이다. 
 
앞서 투비소프트는 2020년 4월 애니팬비티에스가 제3자배정 유상증자 결의 및 주금납입에 따라 최대주주가 됐다. 2022년 12월에는 노블엔앰비가 13회차 전환사채 전환청구권 행사에 따라 최대주주로 변경됐다. 이어 지난해 5월에는 리얼인베스트먼트가 주식양수도 계약에 따라 최대주주에 올랐다. 
 
여기에 지난해 8월 제3자 배정 유상증자가 진행됐다면 투비소프트 최대주주는 모다자산운용주식회사로 또 한번 변경될 예정이었다. 투비소프트는 지난해 8월 99억원 규모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하기로 했으나, 모다자산운용주식회사는 최초 납입일을 2023년 10월6일부터 4차례 변경한 끝에 올해 4월5일로 연기했으나, 결국 철회를 결정했다.  
 
투비소프트는 현재 경영권 분쟁 중이다. 본지 취재 결과 지난 2월 경영권 소송을 건 파블로블란코는 투비소프트 주식을 3% 이상 보유한 3대 주주인 것으로 나타났다. 파블로블란코가 경영권 관련 소송을 건 상황에서 모다자산운용주식회사가 유상증자를 통해 최대주주에 등극하는 것은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유상증자가 불발되면서 자금 조달은 어려워진 상황이다.
 
한편, 투비소프트는 지난해 매출 430억원, 영업손실 35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손실은 202164억원에서, 202238억원으로 감소하고 있지만 아직 적자를 지속하고 있다연구개발비는 2022년 35억원에서 2023년 45억원으로 늘어나면서다. 투비소프트 자회사들도 발목을 잡고 있다. 투비바이오신약, 디엑스투비, 스마일빌드 등 자회사 8곳은 대부분 적자를 기록했다. 이 중 스마일빌드는 지난해만 50억원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유일하게 흑자가 난 토브소프트웨어 테크놀로지 당기순이익은 107만원에 불과했다.
 
투비소프트는 본업에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주요 제품으로는 자바스크립트·웹문서 제작프로그래밍 언어(HTML)5을 기반으로 한 개발 프레임워크 ‘넥사크로플랫폼(Nexacro Platform)이 있는데 사용자경험(UI)·사용자인터페이스(UX) 분야 국내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넥사크로플랫폼을 포함한 플랫폼 매출은 2021년 125억원에서, 2022년 142억원, 2023년 143억원으로 증가했다. 덕분에 지난해 개별 기준으로는 영업이익 4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했다. 올해는 사우디아라비아 국가프로젝트 ‘네옴시티’에도 동참하기로 했다. 회사 측은 올해 별도 기준 영업이익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투비소프트 관계자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는 했어도 감자에 적용을 받게 됐을 것이다. 계속 납입일을 협의했는데 (소송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상대편에서 막판에 못하겠다고 철회를 했다”라며 “카발로블란코와 경영권 분쟁은 저희 쪽 변호사가 계속 대응하고 있다. 이미 두 건은 소송에서 이겨서 각하가 됐다. 정기주총 때 검사인을 선임해달라는 건과 주주 명부 열람 등사 요청 건 등이다. 나머지 건들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조은 기자 joy8282@etomato.com
 

이조은 친절하고 깊이 있는 기사를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