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매출 1.9조·순이익 45억원…관계기업 지분법손실 영향올 들어 수주한 공사 3400억원…'비주택' 수주 주력연매출 4배 이상 수주잔고 보유
지난 2023년은 건설업계에게 큰 어려움을 안겨준 한 해였다. 주요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고 금리까지 상승하면서 국내 건설사들은 원가 관리에 애를 먹었다. 특히 주택·건축 등 사업에 포트폴리오가 집중된데다 자금 여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중견건설사들에게 이 같은 어려움은 더욱 크게 닥쳤다. 건설업계의 지난해 영업실적이 속속 공개되고 있는 최근, 사실상 ‘남는 장사’를 하지 못한 건설사들이 포착됐다. <IB토마토>는 지난해 저조한 순이익률을 기록한 중견건설사들의 실적을 짚어보고, 이를 돌파하기 위한 각 건설사의 전략을 알아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권성중 기자]
동부건설(005960)이 지난해 원가 상승과 관계기업의 실적 부진 등 영향으로 저조한 순이익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다만 검단신도시 아파트 주차장 붕괴사고에 따른 정부의 영업정지 처분이 집행정지되며 한숨을 돌렸고, 적극적인 ‘비주택’ 부문 공사 수주에 나서며 수익성 개선 작업에 착수했다.
동부건설 본사.(사진=동부건설)
HJ중공업 손실에 동부건설 당기순이익 ‘악화’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동부건설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1조8999억원, 영업이익 301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30.0% 증가한 반면, 영업이익은 26.9% 감소했다. 원가 관리에 어려움을 겪은 결과로 풀이된다.
동부건설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기착공 현장의 원활한 공정으로 매출은 증가했으나,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영향으로 수익성이 감소했다”라고 설명했다.
눈에 띄는 점은 동부건설의 ‘순이익’이다. 지난해 회사는 4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전년(393억원) 대비 88.4% 감소한 수준이다. 순이익률은 0.24%에 불과했다. 당기순이익의 전년 대비 감소폭이 영업이익보다 월등히 컸던 배경에는 동부건설이 지난 2021년 인수한 HJ중공업의 실적 악화가 있었다.
당시
HJ중공업(097230)을 인수한 에코프라임마린퍼시픽은 지난해 9월 기준 동부건설이 지분 38.6%를 보유하고 있다. 에코프라임마린퍼시픽은 HJ중공업의 지분 66.8%를 보유하고 있어 HJ중공업의 순이익·순손실이 동부건설의 지분법손익으로 반영되는 구조다.
HJ중공업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2조1618억원, 영업손실 1084억원, 당기순손실 1113억원을 기록했다. 2022년 501억원이던 당기순손실이 두 배 이상 확대됐다. 지난해 9월 말 동부건설은 HJ중공업을 자회사로 두고 있는 에코프라임마린퍼시픽 지분 비율에 따라 304억원의 지분법손실을 반영한 바 있다. 동부건설이 인식한 지분법손실 312억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금액이다.
연초부터 ‘알짜 수주’…내실 강화 총력
동부건설은 올해 초부터 적극적인 수주 행보를 보이고 있다. 회사는 올해 △대한민국 축구종합센터 신축공사 △금양 3억셀 2차전지 생산시설 추가 공사 △인천발 KTX 송도역사 증축 기타공사 △고속국도 제14호 창녕~밀양 간 전기공사 1공구 등 4건의 공사를 수주했다. 총 수주액은 약 3400억원에 달하고 민간과 공공 발주 공사 각각 2건씩을 따냈다.
최근 건설업계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로 대표되는 주택사업의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비주택’ 부문 수주에 총력을 쏟고 있다. 특히 외형 성장을 위한 대규모 공사보다 철저한 수익성 검증을 마친 ‘알짜 공사’를 위주로 영업을 진행하고 있다. 동부건설이 올 들어 수주한 공사들 역시 민간 건축, 민간 플랜트, 공공 토목 등 프로젝트다.
동부건설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회사의 사업은 과감하게 새로운 분야의 공사 수주에 나서기보다는 관리 측면에서 효율성과 내실 강화에 적합한 공사를 주력 수주하는 방향으로 진행할 것”이라며 “해외 발주 공사와 국내·외 플랜트 공사 수주를 눈여겨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동부건설의 지난해 12월 말 기준 수주잔고는 약 8조6000억원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1조8999억원)의 4배 이상 규모로 비교적 넉넉한 곳간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선일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주택경기 부진에 따른 분양일정 지연 등으로 향후 1~2년간 외형 성장이 다소 둔화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보통 건설사들이 연 매출 3배 수준의 수주잔고만 보유해도 안정적인 성장이 가능한 점을 감안한다면 동부건설은 상당 기간 고성장을 예약해 둔 상태”라고 평가했다.
권성중 기자 kwon8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