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 지각변동)①보험·투자 동반 성장한 메리츠화재
'장기보험' 손익 꾸준히 증가하며 성장 이끌어
경쟁사 대비 우위 투자영업손익…PF 관리 관건
공개 2024-03-08 06:00:00
보험업계가 지난해 도입한 새 국제회계기준 IFRS17 결산 실적을 발표했다. 손해보험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 삼성화재(000810)해상보험을 제외한 메리츠화재와 DB손해보험(005830), 현대해상(001450) 등의 2위권 싸움이 더욱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IB토마토>는 해당 보험사들의 전년도 보험영업·투자영업 분석과 함께 올해 전략, 주목해야 할 부문 등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IB토마토 황양택 기자] 메리츠화재가 지난해 IFRS17 기준 잠정 실적에서 DB손해보험을 제치고 업계 2위를 차지했다. 장기보험 손익이 제 몫을 톡톡히 했다. 올해는 장기보험 시장 내 고마진 영역에서 시장을 개척해 점유율을 높이는 한편, 역마진 상품과 담보는 흑자 범위 내에서만 접근한다는 계획이다.
 
투자영업의 경우 부동산금융 관련 대출 기반으로 순이익이 크게 성장, 경쟁사 대비 우위를 점하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했다. 투자손익에서는 부동산금융 문제가 올해도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자산의 적절한 시가 평가와 손실 반영 등 리스크 관리가 주의 깊게 살펴볼 부분으로 꼽힌다.
 
손해보험 업계 2위 '우뚝'
 
메리츠금융지주(138040) IR 자료에 따르면 메리츠화재는 지난해 당기순이익 1조5748억원을 기록해 순익 기준 손해보험사 2위 자리에 올랐다. DB손해보험(005830)(1조5367억원)을 소폭 앞선다. 최근 발표한 IR 실적이 외부감사인 검토 전 잠정치 기준이라 변동 여지가 있지만 높은 성장성을 나타내고 있다는 점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다.
 
메리츠화재가 특히 강조하는 장기보험은 지난해에도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영업이익 2조1171억원은 보험손익 1조4971억원과 투자손익 6200억원으로 구성되는데, 보험손익에서 장기보험 손익은 1조4717억원으로 98.3%에 달했다. 나머지는 자동차보험(130억원)과 일반보험(123억원) 등이다.
 
 
장기보험 손익의 분기별 추이를 보면 ▲1분기 3679억원 ▲2분기 3499억원 ▲3분기 4452억원 ▲4분기 3088억원 등으로 나타난다. 전년도인 2022년에 비해 2분기를 제외하고 모두 이익이 늘었다. 연간 기준으로는 8.6% 성장했다.
 
장기보험 손익 구조에서는 보험계약마진(CSM) 상각이 기본이다. CSM은 보험사의 경우 부채에 해당하는데, 이를 일부분 상각하면서 보험영업 손익으로 인식한다. 여기에 위험조정(RA) 변동과 예실차(보험금·사업비 예상과 실제 차이)를 반영한다.
 
메리츠화재는 CSM 상각으로 1조698억원을 인식했고 RA 변동 1331억원에 예실차 2689억원을 반영했다. 해당 부문을 종합하면 장기보험 손익이 나온다. RA나 예실차 금액이 플러스(+)라는 점은 보험계약 해약률 등 계리적 가정을 보수적으로 산정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최초 부채로 잡는 CSM의 경우 기말 CSM이 10조4687억원으로 전년도 대비 8.6% 성장했고, 다시 이익으로 계산하는 CSM 상각액(1조698억원)은 19.2% 증가했다. 장기보험이 속하는 보장성보험은 기본적으로 신계약 CSM 배수가 14.6배(저축성보험 0.7배)로 높다. 특히 메리츠화재 강점인 '인보험'은 14.8배로 '물보험'(8.4배)보다 CSM 산정에서 효율이 좋다. 손해보험사 순위 경쟁에서 장기인보험이 우선시되는 이유다.
 
다만 메리츠화재는 지난해 신계약 CSM이 2022년 대비 부진했다. 전년도 신계약 CSM은 1조6006억원으로 8.1% 감소했고, 신계약 CSM 상각액은 404억원으로 12.7% 줄었다. 지난해 CSM과 CSM 상각액 성장은 신계약보다는 기존부터 지니고 있던 보유계약 부문의 역할이 컸던 셈이다.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 당시 지난해 인보험 판매에 소극적이었다는 지적에 메리츠화재 측은 “현재 장기보험 시장의 성장을 드라이브하는 무해지 상품, 수술비 반복 청구 담보, 일당 담보 등 상품은 수익성이 낮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라면서 “전통적인 보장성 담보나 암과 같은 중대 질병 관련 담보의 수익성이 여전히 높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진단과 치료기법 발달에 따라 고객의 보장 수요가 지속 증가하고 있고, 이러한 상품과 담보 중심으로 점유율을 확대할 계획”이라면서 “폐보험이나 생활 밀착 담보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했다.
 
(사진=메리츠화재)
 
투자손익 증가…부동산PF는 '예의주시'
 
메리츠화재가 지난해 2위권 순위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투자영업 부문에서의 순익 증가가 주효했다. 메리츠화재는 보험영업 내 장기보험 손익이 DB손해보험(1조3513억원)보다 많다. 부족한 자동차보험과 일반보험 포트폴리오 탓에 전체 보험손익은 DB손해보험(1조5500억원)보다 적었지만, 이를 투자손익으로 역전했다. 투자손익 규모는 메리츠화재(6200억원)가 4668억원을 기록한 DB손해보험보다 1500억원가량 더 많다. 메리츠화재는 투자영업 손익으로 ▲1분기 1426억원 ▲2분기 1803억원 ▲3분기 1862억원 ▲4분기 1109억원을 기록했으며, 연간 실적으로는 2022년 대비 97.5% 성장했다.
 
메리츠화재의 지난해 4분기 누적 투자이익률은 4.4%다. 메리츠화재는 특히 운용자산에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비중(지난해 1분기 기준 9.4조원으로 28.7%)을 높게 가져가면서 투자영업 이익률을 올려왔다.
 
아직 부동산PF 이슈가 끝나지 않은 만큼 리스크 현황과 관리는 예의주시해야 한다. 컨퍼런스콜 당시 메리츠화재 측은 PF 익스포저가 14.6조원(해외부동산 4.2조원)이며 이 가운데 96%가 선순위대출이라고 설명했다. 연체율은 2.3%로 소폭 상승했으며, 국내 부동산PF 충당금은 2095억원이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지난해 4분기 해외 상업용 부동산 손실은 1558억원 반영했다”라면서 “고금리가 지속되며 가치 하락이 컸기 때문에 손실을 선반영했고, 이러한 여파는 금리가 하락할 때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시장에서는 상업용 부동산이 연말에서 내년 초쯤 안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며 “부동산 하락이 내년 말까지 계속될 수 있다는 보수적 가정에 따라 대비 중”이라고 덧붙였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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