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부동산이 보내는 신호
국내 금융사 해외 부동산 투자 손실 '눈덩이'
고객 피해 우려…제2 홍콩 ELS 사태 될 수도
정부, 업계 위기 인식하고 선제 대응해야
공개 2024-02-21 06:00:00
 
서울 시내 아파트 전경
 
부동산이 계속 말썽이다. 국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논란이 엊그제 같은데 지난해 실적 뚜껑을 열어보니 해외 부동산 리스크가 터졌다. ‘내우외환’이다.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금융의 해외 부동산 관련 전체 위험노출액(익스포저)은 20조4000억원에 달한다. 고객에게 판매한 해외 부동산 펀드 등과 별개로 금융그룹들이 자체 진행한 물량이다. 이 중 지난해 실적에 반영한 부실액은 손실금과 충당금을 더해 1조550억원이다. 평가손실만 투자원금의 10%정도다. 5대 금융의 해외 부동산 대출·투자 자산의 건전성이 급격히 나빠지는 모양새다.
 
업권별로는 5대 금융그룹 계열 은행의 익스포저가 7조5333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증권사(3조5839억원), 생명보험사(2조7674억원), 손해보험사(1조6870억원)가 뒤를 이었다. 코로나19를 지나면서 해외 부동산 공실률이 높아졌고 미국을 중심으로 상업용 부동산의 인기가 시들해진 탓이다.
 
증권사도 된서리를 맞았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국내 25개 증권사의 해외 부동산 익스포저는 14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8조3000억원 규모에 달하는 해외 부동산 펀드 중에는 아직 손실로 인식하지 않은 것만 3조6000억원이다. 올해 미국 상업용 부동산(CRE)을 중심으로 추가 침체가 예상되는 만큼, 손실에 대한 경고음도 커지는 분위기다. 
 
문제는 이로 인한 투자 손실이 고스란히 고객 피해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데 있다. 은행이나 증권사 등 금융기관은 해외 부동산이 기초자산인 수익증권을 기관투자자나 개인투자자들에게 판매했다. 5대 금융의 해외부동산 펀드 판매 잔액은 총 1조163억원으로, 개인투자자가 참여한 4066억원어치가 올해 만기 도래한다. 현시점에서 확정 손실은 약 57억원이지만 빙산의 일각일 수도 있다. 투자자 간 합의로 만기를 연장, 손실을 미룬 덕일뿐이다.
 
해외 부동산 펀드 손실은 대부분 자산운용사나 증권사들이 진다. 부동산 PF 사태와 성격이 다르다. 국가 차원 리스크는 아닐 수 있지만 투자자 손실로 이어지고, 손실 정도에 따라 개별 증권사가 위험할 수도 있다. 공모펀드에 가입한 개인투자자들의 대규모 손실로 제2의 홍콩 ELS(주가연계증권) 사태가 우려되는 이유다. 국내외 부동산 리스크가 자연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도 금물이다.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도 경계해야 한다. 이복현 금융위원장도 "금융회사 등 시장 참가자들이 금리 인하에 대한 지나친 기대감으로 과도한 레버리지를 활용하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금융업계에서는 어렵지 않게 감당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대출자산 상당수가 선순위라 채권 회수도 문제없다고 보고 있다. 게다가 충당금도 쌓았기 때문에 실제 부실로 이어져도 충분히 대비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 금융회사들은 최근 10여 년간 해외 부동산 투자를 늘려 왔지만 글로벌 환경이 급변할 때 리스크를 관리해 본 경험은 사실 많지 않다. 해외 부동산 투자 부실이 국내 리스크와 겹쳐 금융위기로 번지지 않도록 정부도 서둘러야 한다. 우리는 이미 여러 차례 금융위기를 경험했다. 선제 대응이 필요하다. 위기 대응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유비(有備)하면 무환(無患)이고, 만사(萬事)는 불여(不如) 튼튼이다. 부동산 사태를 바라보는 시각이 안이한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유창선 금융시장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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