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연계증권(ELS) 판매가 사실상 중단되면서 은행권의 비이자이익과 비은행이익 증대에 대한 고민이 커지고 있다. 특히 지방금융지주들은 KB·신한·하나·우리금융지주 등 4대 금융지주와 2금융권의 사이의 애매한 위치를 타파하기 위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잠잠하던 인수합병(M&A)을 통해 자회사를 편입하고 장기적 수익구조 다각화와 실적 도약을 꾀한다는 구상이다. <IB토마토>가 지방금융지주의 자회사 포트폴리오 개편 계획에 대해 짚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이성은 기자]
DGB금융지주(139130)가 대구은행 시중은행 전환으로 비은행 인수를 위한 기반을 닦는다.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알차게 보유하고 있는 DGB금융인 만큼 상표권 등록만으로도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다만 시중은행 전환 작업이 진행되고 있어 다음 인수합병까지는 시간이 소요될 예정이다.
DGB금융지주. (사진=DGB금융지주)
포트폴리오 모범 사례로 꼽혀
현재 DGB금융은 장기적 관점으로 포트폴리오 개편에 나서는 모양새다. 대표 자회사인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진행하면서 미보유 자회사 후보에 대한 상표권 등록도 마쳤기 때문이다.
업계에서 DGB금융은 지주화 모범사례로 꼽힌다. 지난해 지주화를 선언한 수협은행도 롤 모델로 DGB금융을 꼽은 바 있다. 여느 금융지주와 비슷하게 은행을 중심으로 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으나, 비교적 원활하게 인수합병을 진행했다. 게다가 대부분의 자회사도 제 역할을 해내고 있다.
DGB금융의 대표 자회사로는 대구은행과 하이투자증권, DGB생명보험 등이 있다. 77.7%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뉴지스탁과 지분율 87.9% DGB생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100% 자회사다. 뉴지스탁과 하이투자증권을 제외하면 DGB금융 자회사는 지난해 모두 흑자를 냈다.
DGB금융의 비은행 실적은 하이투자증권 부진을 중심으로 전년 대비 7.4% 감소 추이를 보였지만 DGB생명과 기타 자회사에서 힘을 보탰다. 지난해 말 하이투자증권과 뉴지스탁의 당기순손실 규모는 각각 31억원과 18억원이다.
반면 DGB생명이 64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 전년 111억원 대비 202.4% 늘었고, ▲DGB캐피탈 599억원 ▲하이자산운용 66억원 ▲DGB유페이 4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덩치가 큰 캐피탈 등을 제외한 기타 자회사 순이익도 전년 대비 73.4% 증가했다. 지난해 하이투자증권에 의지해 비은행이익을 낸 것과 달리 기타 자회사에서 실적을 기록, 7.4% 하락에 그쳤다.
지난 2022년 DGB금융의 비은행이익에서 하이투자증권 실적은 376억원으로 전체 그룹 당기순이익의 7.1%를 차지했으며, 2021년에는 전체 26.8%인 1639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반면 지난해 비은행 실적은 1320억원으로, 지난 2년 간의 실적에 비해 감소했으나 DGB생명이 지주 당기순익의 12.9%, 캐피탈이 12.1%를 차지하는 등 하이투자증권 외 자회사 비중이 높아졌다.
시중은행 전환으로 포트폴리오 확장
DGB금융은 지난 2021년 그룹 중기 경영전략에 따라 사업포트폴리오 강화의 일환으로 수림창업투자와 뉴지스탁 지분을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했다. 지난 2022년까지 2년 연속 공격적인 인수를 통해 자회사 포트폴리오 확장을 했다. 이어 지난 1월에는 싱가포르 자산운용사 인가를 획득해 해외로 영역을 확장했다. 다만 활발했던 DGB금융의 인수합병 계획은 일시 정지상태에 머물러있다. 지난해 선언한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작업을 우선 진행하고 있어서다.
DGB금융은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후 자회사 영입을 통해 포트폴리오를 보충, 은행이익과 비은행이익을 모두 챙기겠다는 복안이다. 특히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된 후 당기순익 증대와 그룹 경영 효율성 개선으로 자본적정성도 상승시킬 전망이다. 인수합병은 자본여력을 챙긴 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중은행 전환 후 자산이 증가함에 따른 건전성과 적정성을 안정 수준으로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저축은행과 손보사 인수가 언제 진행될지는 확실치 않다. 지난해 3분기 저축은행 연체율은 6.15%로 지난 2022년 말 3.41% 이후 악화일로를 거듭하고 있는 데다 금융당국에서 최근 밝힌 것처러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시기를 예측하기 어렵다. 특히 현재 제2금융권 전반에 요구되고 있는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관련 선제적 충당금도 저축은행 인수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매물로 나온 저축은행은 상상인저축은행과 HB저축은행을 비롯해 5개 사다. 지난해 3분기 매각 검토 저축은행 5개사 중 부동산PF 연체액이 가장 많은 곳은 상상인저축은행이다. 상상인저축은행의 부동산PF연체액은 417억원의 규모로, 만약 DGB금융이 상상인저축을 매입할 경우 해당 연체액과 요주의이하여신 등도 함께 품게 돼 부담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지난해 말 DGB금융의 보통주자본비율은 11.21%로 1년 전 11.24%보다 0.03%p 하락했으며 BIS비율도 같은 시기 13.93%에서 13.89%로 낮아졌다.
높아지는 연체율도 자회사 추가 인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DGB금융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지난해 말 0.95%에서 1.15%까지 올랐으며 연체율도 0.61%에서 1.07%로 대폭 상승했다.
다만 DGB금융도 당장 진행하고 있는 인수합병 건은 없다는 입장이다. DGB금융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저축은행과 손해보험의 상표권은 사전 확보 차원에서 진행할 것일 뿐 현재 관련해 진행되고 있는 사항은 없다"라면서 "시중은행 전환 후 사업계획을 충실히 수행해 당기순이익 증가 등을 통해 자본적정성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