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 켈리 성과에도 웃지 못하는 이유
출시 세 달 만에 6월 점유율 6% 기록…'클라우드' 제쳐
켈리 가정용 매출 1760억원이지만 전체 매출 229억원 성장
자기잠식효과에 '테라' 연간 점유율도 2%포인트 줄어
주류시장 위축에 외형 성장 둔화 속 영업이익 감소세
공개 2024-02-16 06:00:00
[IB토마토 박예진 기자] 하이트진로(000080)가 지난해 켈리 출시 효과에도 불구하고, 전체 매출은 소폭 상승하는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체 매출 성장은 켈리 신규 매출보다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이는 켈리가 테라를 대체하는 등 '자기잠식' 효과도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아울러 켈리 출시 이후 광고선전비 등 판매관리 비용 등이 급증하면서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직격탄을 맞은 2020년의 절반 수준으로 급락했다.
 
(사진=하이트진로)
 
켈리, 연간 점유율 4%대…테라 점유율도 감소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하이트진로의 매출액은 전년 대비 229억원 성장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켈리가 가정용시장에서만 1760억원을 기록한 것과 비교된다. 영업용 매출까지 합하면 간격은 더 크게 벌어질 것으로 추정된다. 같은 기간 주력 브랜드인 '테라'의 매출액이 23.64% 감소하는 등 부진을 면치 못한 가운데 최근 주류 소비가 점차 줄어들고 있는 점 등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식품산업통계정보와 마켓링크 등에서 집계된 통계를 보면, 지난해 켈리는 매출액 약 1760억원을 기록하면서 연간 점유율 4.48%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aT에서 제공되는 수치는 가정용 시장을 중심으로 하고 있으며, 현재 가정용 시장과 외식 시장의 비율은 50%씩 양분돼 있다.
 
시장에서는 켈리가 출시 1년도 채 안 된 상황에서 점유율이 4.48%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빠른 성장세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롯데주류의 대표 제품인 클라우드가 1674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하며 점유율 4.26%를 기록한 것과 대비된다. 이어 칭타오(2.88%)와 하이네켄(2.77%)이 뒤를 이었다.
 
켈리의 성장 속 하이트진로의 또 다른 주력 브랜드인 테라의 경우 매출과 점유율이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매출액은 2022년(6151억원)에서 4697억원으로 23.64% 감소했다. 같은기간 14.87%를 기록하던 점유율도 2.92%포인트 하락한 11.95%를 기록했다. 월별로 보면 8월 10.60%에서 12월 10.44%로 소폭 감소했다.
 
이는 하이트진로가 신제품인 켈리의 마케팅을 확대하면서 테라를 소비하던 고객 일부가 켈리를 구매하게 되는 '자기잠식' 효과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자기잠식 효과란 새로 내놓은 제품이 기존의 자사 주력상품의 고객을 빼앗아가는 현상으로, 수익성이 낮은 신제품이 수익성이 높은 기존 제품을 대체해 판매를 잠식할 경우 수익성에 악영향이 나타나게 된다. 자기잠식이 일어난다는 것은 그 영역이 아직 성장 가능성이 남아있다는 신호로도 해석되기도 한다. 
 
하지만 경쟁사이자 맥주 시장 1위인 오비맥주의 카스 점유율은 켈리 출시 이후에도 여전히 견고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카스 매출액은 15773억원에서 15172억원으로 3.81% 감소했으나, 시장점유율은 38.14%에서 38.61%로 강화됐다.
 
(사진=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식품산업통계정보와 마켓링크)
 
일각에서는 켈리가 출시 이후 높은 성장률을 기록해 온 것처럼 성장세가 빠르게 꺾이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월별 점유율을 살펴보면, 켈리는 지난 8월 6.93%의 점유율을 기록한 이후 11월에는 5.96%로 하락했다. 다만 12월에는 6.09%로 회복됐지만 8월 대비로는 여전히 감소한 모습이다.
 
반면 경쟁 브랜드의 경우에는 점유율이 되려 확대되는 모습을 보였다. 8월 37.51%였던 카스는 12월엔 39.33%로, 클라우드는 3.55%에서 4.31%로 늘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켈리가 출시 1년도 채 안 된 상황에서 점유율 4%대를 넘어선 것은 고무적인 성과로 보인다"라면서도 "다만 최근 점유율이 하락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향후 성장성에 대해서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매출 0.9% 오를 때 영업이익 35% 급감
 
특히 하이트진로가 켈리 출시 이후 마케팅 비용을 확대하면서 영업이익이 35% 급감한 가운데 전체 매출 성장률은 1%에도 미치지 못한 0.9%에 그친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지난해 하이트진로의 영업이익은 1239억원을 기록하며 직전연도 동기 대비 35%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판매비와관리비 등이 급증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3분기 기준으로 판매관리비 비중은 39.09%로 직전연도 동기 33.96% 대비 약 5.13%포인트 증가했다.
 
판관비 중에서는 광고선전비와 용역비, 판매촉진비 등이 크게 늘었다. 3분기 말을 기준으로 광고선전비는 2022년 1383억원에서 지난해 1945억원으로 40.69%, 용역비는 631억원에서 819억원으로 29.80%, 판매촉진비는 23억원에서 41억원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에도 불구하고 하이트진로의 지난해 매출액은 2조5204억원을 기록하며, 직전연도(2조4976억원)대비 0.9% 증가하는데 그쳤다. 수익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영업이익률 역시 지난해 4.92%로 하락했다. 이는 2022년 말 7.63%대비 2.71%포인트 줄어든 수치다. 
 
업체 측에서는 최근 주류시장이 지속적으로 위축되는 가운데 성장세를 기록한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AT에 따르면 주류시장 매출액은 2022년 4조1358억원에서 지난해 4.99% 감소한 3조9297억원을 기록했으며, 하이트진로의 필라이트와 롯데칠성주류의 아사히를 제외하고는 대다수 브랜드의 매출액이 전년 대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최근 주류시장이 지속적으로 위축되는 가운데 매출액이 성장한 점이나 켈리가 출시 1년도 안 된 상태에서 6%의 월별 점유율을 기록한 점 등은 긍정적"이라며 "향후에도 매출 성장을 위해 노력해나가겠다"라고 말했다. 
 
박예진 기자 luck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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