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방산업 원가 절감 확대에 따른 중국산 철강 수입량 증가수요 감소에 성장동력 찾기 분주…배터리와 에너지 사업 확대CBAM 실시에 탄소 감축 필요성 커져…포스코도 '전기로 신설'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올해 국내 철강산업은 전방산업의 원가 절감 움직임으로 중국산 철강에게 시장을 잠식당한 한 해였다. 수입산 철강 수요 증가는 국산 철강 수요의 감소로 이어진다. 고물가가 이어지는 가운데 수입산 철강과의 경쟁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국내 철강산업은 배터리, 에너지 등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해 중국산 철강의 공세에 대응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지난 10월 유럽연합(EU)이 CBAM(탄소국경조정제도)를 실시하며 탄소 배출량 감축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수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탄소 배출량 감축이 필수가 됐다는 의견이 철강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중국산 철강 수입 지속
올해 수입량이 대폭 늘었던 중국산 철강제품은 내년에도 수입량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관측된다. 철강의 주요 전방산업인 건설은 고금리에 따라 침체를 맞이했고, 조선은 높은 원가 부담에 저렴한 중국산 철강 사용을 늘리고 있다. 두 전방산업은 비용 절감의 필요성이 크기 때문에 내년에도 중국산 철강 수입량은 상당 부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바오우철강 전경. 기사 내용과 무관함(사진=바오우스틸)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중국산 철강의 수입량은 지난해를 기점으로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인플레이션 현상이 본격 나타나기 시작한때부터 중국산 철강 수입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중국 본토에서 수입된 철강 수입량은 708만톤이었지만, 올해는 같은 기간 912만톤이 수입되며 수입량이 28.8% 증가했다. 수입량 증가의 원인은 보다 저렴한 철강에 대한 수요가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중국산 철강 가격은 국산 철강보다 저렴해 원가 절감 효과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올해 중국산 조선용 후판 수입 가격은 톤당 80만원 후반대에 형성돼 있지만, 국산 조선용 후판 가격은 90만원 중반대에 가격이 형성돼 있다. 철강업계에서는 지나치게 낮은 중국산 철강 가격을 두고 시장을 교란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높은 물가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중국산 철강 수입은 내년에도 꾸준히 수입량을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에너지·배터리 등 성장동력 확보
철강 수요가 감소하고 수입산 철강이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나면서 철강사들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이에 철강사들은 배터리와 2차전지 소재 등 성장성이 유망한 산업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실제 지난 11월
TCC스틸(002710)은 니켈도금강판 양산 공장을 준공했다. TCC스틸은 니켈도금강판 생산량을 7만톤에서 20만톤으로 늘릴 계획이다. 니켈도금강판은 배터리 케이스 소재로 사용된다.
풍력발전기 하부구조물(사진=세아제강)
아울러 풍력발전기 하부구조물 사업을 성장동력으로 삼으려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철강사들은 풍력발전기를 땅에 고정시키는 하부구조물을 주로 생산한다. 세아제강은 지난 14일 영국 현지 법인인 세아윈드를 통해 1조5000억원 규모의 풍력발전기 하부구조물 수주를 따냈다. 세아윈드는 2025년 완공을 목표로 영국 현지에 공장을 짓고 있는데, 공장 준공 이후 수주에 대한 매출이 발생할 전망이다.
현대제철(004020)은 2024년 1월1일자로 강관사업부를 별도 법인(법인명 현대스틸파이프)으로 독립시킨다. 오는 1월1일 현대제철이 보유하고 있던 강관사업 관련 자산, 부채, 계약, 인허가 등 영업자산이 현대스틸파이프로 이전되며 완전 독립한다. 현대제철은 강관사업부를 독립시켜 의사결정의 독립성을 보장해 에너지 분야에서 강관 수요 증가에 대비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현대제철은 현재 후판 사업에서 조선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을 현행 55%에서 앞으로 45% 수준으로 10%포인트가량 낮출 계획이다. 이에 따라 후판 공급량의 일부가 조선에서 풍력으로 옮겨갈 가능성도 관측된다.
포스코인터내셔널(047050)도 지난 1월 포스코에너지 합병 이후 해상풍력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이에 그룹사 포스코와 시너지 효과가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국제 해상풍력 시장은 인플레이션 문제로 주춤했지만 신재생 에너지 확대 추세에 힘입어 꾸준히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올해 전세계적으로 신규설치된 풍력 발전량은 115GW(기가와트)가 될 것으로 전망되며 2030년에는 169GW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탄소중립 가속화
탄소 배출이 많은 철강산업의 특성상 탄소 배출량 감축도 내년 과제로 꼽힌다. 지난 10월부터 EU는 CBAM(탄소국경조정제도)을 실시했다. 이에 유럽으로 철강을 수출하는
포스코(005490) 등 글로벌 철강사들은 현지 수입사들을 통해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분기별 탄소 배출량을 의무적으로 EU에 보고해야 한다.
CBAM에 따르면 2025년까지는 탄소 배출량 보고 의무만 있고 2026년부터는 실질적으로 생산 과정에서 탄소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 유럽으로 수출하는 철강사의 탄소배출량이 유럽 역내 기준보다 많을 경우 탄소 배출 비용을 부과된다. 이를 통해 유럽 역내 철강사와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겠다는게 CBAM의 취지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11월 기준 유럽연합 27개국과 영국에 수출된 한국산 철강은 총 355만톤에 이른다.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수출된 전체 철강(2634만톤) 중 13.5%에 달한다. 유럽으로 수출된 철강 수출액은 지난해 전체 기준 71억7738만달러에 달한다. 아시아에 이어 2위 수출 시장이다. 이에 유럽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탄소 감축량을 얼마나 줄이는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기로가 신설되는 포스코 광양제철소(사진=포스코)
CBAM 실시에 따라 철강업계는 2025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크게 줄여야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U는 향후 철강 생산에서 직접 발생하는 탄소 배출뿐 아니라 운송, 제철소 운영 등에서 발생하는 간접 탄소 발생량도 CBAM의 적용범위에 포함시킬 것으로 보여 앞으로도 강도높은 탄소 감축 조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유럽에 이어 미국, 캐나다 등도 EU와 유사한 탄소국경세 제도를 검토하고 있다. 이에 수출 비중이 높은 철강사일수록 탄소 배출량 감축은 필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포스코는 2024년 1월부터 광양제철소에 전기로 투자를 시작해 2026년 전기로 가동을 계획하고 있다. 전기로는 고철을 녹여 철강 제품을 생산하기 때문에 고로에 비해 제품 생산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이 75%가량 줄어든다. 포스코가 설치하는 전기로는 연간 280만톤의 철강을 생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포스코는 현재 철강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생가스를 철강 공정 연료 등으로 사용하고 있다. 전기로가 신설될 경우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