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 자금난에…메리츠·한투 '좌불안석'
부동산 차입금 부담…태영건설 신용등급 하향 조정
오는 3월 만기 한투 조성 펀드…시장선 분수령 전망
진행 난항 겪던 백현 마이스 사업선 극적 합의로 메리츠 한시름 놔
공개 2023-12-28 09:30:00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태영건설(009410)이 기업 재무개선작업(워크아웃)설에 휩싸이면서 태영건설에 자금을 댄 증권사들이 좌불안석이다. 앞서 태영건설은 유동성 위기로 시장에서 신용등급 하향과 더불어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공사를 진행할 당장의 자금 문제다. 앞서 메리츠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태영건설이 진행하는 사업에 자금을 투여했다. 하지만 고금리와 부동산 경기 침체로 공사는 지지부진한 상황으로 결국 한국투자증권과 메리츠증권이 한발 물러서 양보하는 모양새로 사태는 일단락됐다. 
 
 
 
흔들이는 태영건설 신용등급 하향 조정
 
자금난 소문이 제기된 태영건설의 신용등급 전망이 하향 조정됐다. 한국기업평가는 21일 태영건설의 무보증사채 등급을 기존 'A-안정적'에서 'A-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번 평가에서 한국기업평가는 자금시장 경색에 따른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유동화증권 매입으로 재무부담이 확대된 점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지난 11월 말 연결 기준 태영건설의 부동산 PF 관련 차입금 총액은 2조9000억원 수준으로 PF차입금은 5680억원, 보유 개발사업에 대한 PF 우발 채무는 2조3000억원으로 파악됐다.
 
이중 태영건설과 계열사가 직접 매입한 PF 유동화증권을 제외하면 차환이 필요한 PF 차입금 잔액은 2조3000억원 수준으로 이 가운데 현재 분양이 진행되지 않은 착공·미착공 사업장, 철수를 진행 중인 사업장 등과 관련해 차환이 필요한 PF 우발채무 규모는 1조2065억원으로 나타났다.
 
이어 비교적 안정성이 보장된 지자체 사업과 같은 사업을 제외하고 리스크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은 우발채무 규모를 약 1조원으로 추산하며 이 중 1900억원이 이달부터 내년 2월 사이에 만기가 도래한다고 지적했다.
 
김현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은 "올해 말 태영건설 보유 현금성자산은 약 3000억원 수준으로 월별 회수 예정인 공사대금 등을 감안할 경우 단기 유동성 대응은 가능할 것"이라면서도 "태영건설이 한국투자증권과 공동으로 조성한 펀드 만기가 도래하는 내년 3월이 유동성 리스크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급해진 한국투자증권 태영건설에 대책 촉구 나서  
 
루나엑스CC 조감도 (사진=루나엑스)
 
한국기업평가의 지적대로 앞서 태영건설은 올해 3월 한국투자증권과 2800억원 규모의 금융조달 상품인 ‘태영건설·한국투자증권 투자 파트너십 프로젝트’ 협약을 체결했다. 태영건설이 800억원, 한국투자증권이 2000억원을 각각 납입해 조성됐고 태영건설이 진행 중인 PF 사업 자금 조달용으로 활용됐다. 만기는 오는 2024년 3월6일까지로 한국투자증권은 태영건설 소유인 루나엑스CC(경북 경주시 소재)를 담보로 자금을 지원했다.
 
시장에선 태영건설은 한국투자증권이 공동으로 조성한 펀드의 만기 도래 차환 여부가 유동성 위험 관련 분수령이 될 것으로 평가했다. 다만 최근 만기 도래한 태영건설의 건설사업장 대출 400억원의 상환을 유예해 주기로 한 것으로 알려져 연말 위기감이 돌았던 시장에서 파국은 피한 것으로 평가된다. 태영건설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대주단이 기한이익상실(부도, EOD)을 선언할 시 시장에 번질 파장이 보유 채권 전체로 확산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란 분석이다.
 
하지만 한국투자증권은 태영건설에 고강도 대책을 요구할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19일 한국투자증권은 태영건설에 대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냈다.
 
강경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태영건설 현황점검’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내년부터 사업성이 부족한 현장의 PF 대출 재구조화 작업이 본격화하면 태영건설이 이행해야 할 보증액이 7200억원에 달할 것"이라며 "태영건설이 특단의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태영건설이 보증한 PF 대출 잔액 4조4100억원 중 민자 SOC 사업에 대한 PF 보증을 제외한 순수 부동산 PF 잔액은 3조2000억원 규모다. 이 중 절반인 47%가량이 미착공 상태여서 차입금 상환 재원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적으로 구체적인 대책을 강하게 요구하는 경우는 드물다. 한국투자증권이 이런 다급한 어투의 리포트를 낸 것은 한국투자증권 또한 부동산 PF에서는 여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란 분석도 가능하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2023년 9월 말 기준 국내외 부동산금융 익스포저는 총 3조9000억원으로 국내 3조1000억원, 해외 8000억원 규모로 나타났다. 자기자본 대비 총 부동산금융 익스포저는 약 47% 수준으로 국내 익스포저 중 브릿지론 규모는 약 9400억원에 달했다. 이중 중후순위 비중은 약 57%로 본PF 대출의 경우에서도 주거시설 위주로 취급하고 있어 국내 분양 시장 회복에 따라 부동산 익스포저 향방이 달린 것으로 분석됐다. 
 
윤소정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한국투자증권의 부동산금융은 최근 이어진 비우호적인 업황으로 인해 충당금 적립 부담이 내재되어 있고 이에 따른 이익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라고 진단했다. 
  
성남 백현 마이스 도시개발 사업 진행에 한숨 쉰 메리츠
 
백현마이스 도시개발사업 조감도 (사진=성남시)
 
다소 다급해진 한국투자증권과 달리 메리츠증권은 최근 한시름 놨다. 벼랑 끝에 섰다는 평가를 받던 경기도 성남 ‘백현 마이스 도시개발사업’이 진행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앞서 해당 사업은 민간 사업자와 사업주체간 보증금 컨소시엄 구성원 간 공동 분담 즉 연대책임 여부를 두고 첨예한 대립을 세웠다. 하지만 연쇄적인 부실 확산이 우려돼 컨소시엄 측이 한발 물러서면서 사태는 일단락됐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백현 마이스 우선협상대상자 자격을 지닌 메리츠증권 컨소시엄은 이날 백현 마이스 주무관청인 경기 성남시와 성남도시개발공사(성남도개공)에 ‘연대책임’을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메리츠증권 컨소시엄은 메리츠증권을 대표사로 해 삼성증권(016360)·DL이앤씨(375500)·태영건설·유니퀘스트(077500)·씨에스프라퍼티·제이에스산업개발이 개발에 참여하고 지난 9월 성남도시개발공사와 협약을 체결하고 사업을 진행해왔다.
 
백현 마이스는 총사업비 6조2000억원 규모로 분당구 정자동 1번지 일대 20만6350㎡ 부지에 전시, 회의, 관광 등 마이스산업 복합단지를 짓는 사업이다. 단지 안에는 전시컨벤션(3만1115㎡), 관광휴양 및 숙박시설(1만713㎡), 복합업무시설(2만7177㎡), 업무시설(3만3555㎡) 등이 들어선다. 2025년 착공, 2028년 하반기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어 지난 9월 성남도시개발공사와 협약을 체결하고 사업 추진을 위한 협상을 진행해왔다. 이 과정에서 성남도시개발공사는 메리츠증권 컨소시엄에서 보증액(620억원) 부담이 일부 구성원사(유니퀘스트·제이에스산업개발)에 치우쳐져 있다며 주주협약서에 연대책임 명시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박민우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은 최근 성남시의회에서 “사업 안전성을 담보할 수 있는 안전장치(연대책임)가 마련되지 않으면 사업 추진이 불가능하다”라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도 알려졌다.
 
결국 메리츠증권 컨소시엄이 한발 물러섰고 성남시의 요구 수용를 수용하며 사태는 일단락됐다. 컨소시엄측은 실사 인가 신청 준비작업을 마쳤고 신청이 이뤄지는 대로 성남시는 신청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메리츠증권컨소시엄 관계자는 “최근 주주협약서에서 사업에 대한 연대책임 문구 추가건으로 의견 대립이 있었지만 컨소시엄에서 수용하는 것으로 합의했다"라며 "이후 실시계획 인가 신청 준비작업을 마쳤고 PFV가 설립되는대로 실시계획 인가 신청을 마칠 것”이라고 말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
 

최윤석 자본시장 파수꾼 최윤석 기자입니다. 가장 멀리 가장 먼저 찾아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