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퍼저축은행, 재무건전성 '시름'에…적자도 '눈덩이'
피어그룹 대비 건전성 악화 속도 빨라
대출채권 매각도 당기실적에 악영향
공개 2024-01-03 06:00:00
[IB토마토 이성은 기자] 페퍼저축은행이 건전성 악화에 실적까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자산건전성을 위해 부실채권을 매각하고 자산을 줄이는 등의 노력으로도 쉽지 않았던 모양새다. 특히 5대 저축은행 중 가장 높은 고정이하여신비율을 보이고 있는 데다 이번 분기에도 흑자전환을 하지 못했다. 건전성 관리를 위해 총자산까지 줄였지만 건전성을 챙기기는커녕 자산 규모 기준 순위가 5대 저축은행 밖으로 밀려나는 결과만 얻었다.
 
페퍼저축은행 내부.(사진=페퍼저축은행)
 
건전성 부실 심화 이어져
 
27일 페퍼저축은행에 따르면 3분기 페퍼저축은행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10.13%다. 지난해 3분기 페퍼저축은행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인 3.3%에서 1년 만에 6.83%p 오르면서 5대 저축은행 중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페퍼저축은행의 총자산은 5조7773억원으로, 규모가 비슷한 저축은행으로는 애큐온저축은행(5조9379억원)이 있다. 사실상 5대 저축은행으로 꼽히는 SBI저축은행, OK저축은행, 한국투자저축은행, 웰컴저축은행 다음으로 자산이 많은 저축은행은 애큐온저축은행이 됐다. 4개 저축은행에 페퍼저축은행까지 묶어 통상 5대 저축은행으로 불리웠지만 총자산이 대폭 감소하면서 총자산 기준으로는 5대 저축은행에 포함되지 못한다. 지난해 3분기만해도 페퍼저축은행의 총자산은 7조1949억원으로 애큐온저축은행의 6조1332억원보다 규모가 컸다. 그러나 페퍼저축은행은 1년간 1조4176억원 규모로 총자산을 줄일 때 애큐온저축은행은 1953억원 감소에 그쳤기 때문에 자산 순위를 뒤집을 수 있었다.
 
  
페퍼저축은행이 빠른 속도로 총자산 규모를 줄여나간 것은 리스크관리 때문이다. 지난해 말 페퍼저축은행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4.71%에서 올해 1분기 6.61%, 2분기 7.33%로 올랐다. 특히 순고정이하여신비율은 6.12%로 지난해 동기 1.38%에 비하면 4.74%p 증가했다. 총여신이 지난해 동기 5조5546억원에서 4조3644억원으로 줄었음에도 부실여신과 순고정이하 분류여신은 규모를 키운 탓이다. 3분기 페퍼저축은행의 회수의문 및 추정손실여신 합은 2612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1467억원에서 1145억원 증가했으며, 순고정이하 분류여신은 770억원에서 2507억원으로 늘었다. 순고정이하 여신만 1737억원, 225.6% 증가한 수치다. 반면 피어그룹인 애큐온저축은행의 3분기 말 고정이하여신비율은 6.02%로 지난해 동기 3.2% 대비 대폭 올랐으나 페퍼저축보다는 낮은 증가세를 보였다.
 
양 사의 건전성에는 대출 포트폴리오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페퍼저축은행은 3분기 말 2조21552억원을 기업 대출로, 2조1727억원을 가계 대출로 실행했다. 각각 49.38%와 49.78%의 비율이다. 지난해 동기와 비교하면 기업대출과 가계대출을 모두 줄였으나 구성비 상 큰 변화는 없었다. 반면 애큐온저축은행의 경우 3분기 기업자금대출 55.4%, 가계자금대출 30.93%의 비율로 대출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
 
고정이하여신뿐만 아니라 대표적인 건전성 지표인 연체율도 올랐다. 3분기 페퍼저축은행의 연제대출비율은 8.16%로 지난해 동기 2.81% 대비 5.35%p 올랐다. 소액신용대출연체액과 부동산업 관련 여신의 연체율 영향이다. 페퍼저축은행의 지난해 3분기 부동산 업종별 연체율은 0.65%로 부동산 업종에 공여한 대출 총액인 7081억원 중 연체액은 46억원에 불과했다. 특히 부동산PF에 실행한 대출 2002억원 중 연체액은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 1년간 페퍼저축은행은 부동산 업종에 내어준 대출 규모가 커졌을 뿐만 아니라 연체율도 급상승했다. 올해 3분기 페퍼저축은행의 부동산 업종 신용공여액은 7504억원으로 지난해보다 423억원 증가했다. 반면 연체액은 46억원에서 473억원 증가해 516억원에 달했으며 연체율도 6.88%로 올랐다. 부동산PF대출에서 123억원의 연체액이 새로 인식됐으며 건설업에서는 221억원의 연체가 발생해 건설업 단일 부문 연체율은 11.44%로 올랐다. 소액신용대출연체액도 지난해 3분기 말 7억원에서 19억원으로 12억원 증가했으며 소액신용대출 실행액인 317억원 중 5.99%가 연체된 상태다.
 
비용 증가에 수익 지표도 하락
 
건전성 지표가 하락하면서 수익성도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페퍼저축은행의 3분기 기준 당기순손실은 248억원으로 3분기 누적 순손실은 677억원에 달한다. 올해 들어서 시작된 업황 악화 탓에 1분기 253억원, 2분기 176억원 순손실로 이어지는 적자 기조를 벗어나지 못했다. 떨어지는 당기 실적 영향으로 총자산순이익률(ROA)은 지난해 0.98%에서 올해 2분기 음수로 전환된 데 이어 3분기에는 하락폭을 키워 –1%까지 떨어졌다.
 
페퍼저축은행이 판관비를 지난해에 비해 절약했음에도 이번 분기 적자규모를 키운 이유는 수익대비 큰 규모의 이자비용에 있다. 올해 이자수익으로 벌어들인 돈은 지난해 대비 129억원 감소한 1228억원이다. 대출채권 관련수익과 수수료 수익, 배당금 수익 등을 합쳐도 비용을 넘어서지 못하는 수준이다. 이자비용은 지난해 대비 199억원 증가해 589억원까지 불어났으며 기타비용은 지난해 대비 216원 증가한 502억원 지출됐다. 특히 3분기 대출채권을 처분하면서 얻은 이익은 6억9907만원인데 반해 대출채권처분손실은 239억4532만원에 달해 당기손실에 영향을 미쳤다. 페퍼저축은행이 내어준 대출규모가 줄어들면서 벌어들이는 이자수익도 감소해 흑자전환까지는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페퍼저축은행 관계자는 <IB토마토>에 “4분기 중 매각 대출채권 원금 규모와 고정이하여신비율 및 당기실적은 결산 전인 관계로 확인이 어렵다”라면서 “올해와 마찬가지로 내년에도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건전성 관리에 힘쓸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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