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거래소 잔혹사)③코인마켓, 영업중지 속출…생존에 '사활'
거래 금액 감소하는데 규제 관련 인력으로 지출 증가
내년 가상자산사업자(VASP) 갱신 및 이용자 보호법 도입 예정
살아남기 위해 규제 대응 등 변화 필요 목소리 높아
공개 2024-01-02 06:00:00
최근 비트코인(BTC) 가격이 오르면서 가상자산 바람이 다시 불고 있지만, 국내 최대 원화거래소인 업비트부터 거래 안정성 문제는 다시 불거지고 있다. 원화거래가 안 되는 코인마켓 중에서는 케셔레스트, 코인빗 등 폐지되는 곳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금융정보분석원(FIU)에서 신고 수리 재심사를 기준을 높여가고 있는 상황에서 코인마켓 줄도산이 현실화될지 <IB토마토>에서 가상자산 거래소들에 닥친 현안들을 점검해 보고자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이조은 기자] 최근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고된 코인마켓들 중 케셔레스트, 코인빗 등을 비롯해 영업을 중지하는 사례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가상자산 거래소에 대한 규제가 확대되면서 수익에 비해 비용 지출이 많아 더 이상 운영이 어려워진 곳들이 대부분인 것으로 풀이된다. 2024년 가상자산사업자(VASP) 신고 재심사 기간을 앞두고 내년 가상자산거래 보호법이 추가로 도입될 것으로 알려져 변화의 물결에 동참하지 않는 코인마켓들은 살아남기 더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규제 확대에 자금세탁방지(AML) 인력 증가에 부담 늘어
 
2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이 발표한 ‘2023년 상반기 가상자산사업자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코인마켓 거래소 21개 중 85.7%에 달하는 18개는 자본총계가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완전자본잠식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케셔레스트와 코인빗은 지난달 영업이 중지돼 12월22일 서비스가 종료될 예정이고, 후오비코리아와 BTX(구 비둘기지갑)도 최근 영업을 중지했다. 
 
코인마켓들이 경영 위기에 처한 것은 최근 2년 새 원화 매출을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거래 규모는 확연히 줄어든 반면, 규제 준수로 인한 고정지출이 너무 많이 들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가상자산 거래소 일평균 거래금액은 2021년 하반기 11.3조원에서 2023년 상반기 2.9조원으로 쪼그라 들었는데, 이 중 21개 코인마켓 일평균거래액은 2021년 하반기 6000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10억원으로 급감했다. 
 
반면 자금세탁방지(AML)에 투입되는 인력은 사업자 평균으로 2021년 말 8명에서 2022년 말 11명으로 증가했고, 올해 상반기에도 10명에 달했다. 코인마켓 기준으로 봐도 2022년에는 자금세탁방지 인력이 7명으로 늘었다. 이같이 자금세탁방지 인원이 늘어난 것은 테러나 범죄 등에 쓰일 수 있는 자금을 잡아내기 위한 것인데 특이 거래 사항을 모니터링하기 위해 지티원, 옥타 등 솔루션 도입에 수억원가량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2021년 말 특정금융거래정보법이 도입되면서 코인마켓들은 2년 새 각종 규제의 산을 넘어야만 했다. FIU에 승인하는 가상자산사업자(VASP)가 되려면 플랫폼에 적용되는 정보보호 관리체계(ISMS) 라이선스 허가를 필수로 받아야 했다. 2022년 3월에는 '트래블룰'을 적용해 가상자산거래소 간 가상자산 송수인인의 신원정보 기록을 의무화했다. 
 
일례로 코인마켓 하이블록(전 후오비코리아)을 운영하는 후오비의 경우 급여 및 상여가 2021년 29억원에서 2022년 34억원으로 증가하면서 영업비용이 38억원에서 48억원으로 늘어났고, 영업적자로 돌아섰다. 2021년까지만 해도 101억원 당기순이익을 냈지만, 2022년 76억원 당기순손실을 내며 2022년 자본잠식에 빠졌다. 후오비코리아는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후오비의 한국 법인인데 영업난이 지속되자 최근 국내 사업 중단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코인마켓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고정 지출이 사업 규모에 비해 굉장히 높다. 규제와 보안과 관련해서 최소 수천에서 수억원이 지출되기도 하는 솔루션을 도입하고 상시 근무하는 인력을 배치해야 한다”라며 “그런데도 정부 규제는 점점 더 세지기만 한다”라고 호소했다. 
 
(사진=후오비코리아 홈페이지 캡처)
 
가상자산사업자(VASP) 갱신 신고에 이용자보호법까지 이중고
 
가상자산 거래소를 향한 규제의 칼날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여 생존을 위해 코인마켓들의 적극적인 규제 적용은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금융정보분석원(FIU)이 지난 10월27일 공개한 ‘가상자산사업자 신고에 관한 정보공개현황’에 따르면 5개 원화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를 제외한 21개의 코인거래소(코인마켓)들은 대부분 지난 2021년 9월 가상자산사업자(VASP)로 신고를 마쳤다. VASP 자격은 3년마다 갱신해야 하는데 내년 11~12월 갱신 신고가 예정된 16개 코인마켓 중 이미 BTX와 후오비코리아는 영업이 중지된 상태다.
 
현재 특금법에 따르면 FIU가 인증하는 VASP 자격을 받으려면 정보보호 관리체계(ISMS) 인증을 획득하고, 실명확인이 가능한 입출금 계정을 확보하는 등 요건이 필요하다. 코인마켓 중 페이코인은 올해 1월 실명계좌를 확보하지 못해 신고 불수리로 영업을 종료하기도 했다. 
 
금융당국의 규제는 지속 확충되고 있어 코인마켓들이 영업을 지속하기 위해선 빠른 규제 적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1일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을 발표했는데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은 일부 코인마켓들이 내년 11~12월 VASP 갱신을 신고하기 전인 내년 7월19일부터 시행되기 때문이다.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의 골자는 이용자 예치금의 관리기관과 운용방법을 규정한 것이다. 시행령에 따르면 각종 해킹과 보안 사건에서 안전할 수 있도록 가상자산을 인터넷상에 보관하는 핫월렛이 아닌 콜드월렛에 현행 70%보다 더 높은 80% 이상을 보관하도록 했다. 이외에도 해킹이나 전산장애 등 사고에 따른 책임을 이행하기 위한 보험 및 공제 가입에 준비금을 적립해야만 한다.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 관계자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트래블룰의 경우 해외 각국에서도 많이 도입을 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도 글로벌 규제 수준을 따라가고 있는 것”이라며 "자금세탁방지 금융대책기구(FATF)에서 정하는 권고를 이행하지 않으면 우리나라가 불이익을 받기 때문에 앞으로도 구속력 있게 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조은 기자 joy8282@etomato.com
 

이조은 친절하고 깊이 있는 기사를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