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2023)글로벌 경기 침체에 부진 못 면한 재계
'사법리스크'에 계열사까지 흔들리고 있는 카카오
'실적 악화' 신세계그룹, 이명희 회장 재등판
쌍용차, KG모빌리티로 사명 바꾸고 '부활' 날갯짓
공개 2023-12-28 06:00:00
[IB토마토 권성중 기자] 2023년은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에 따른 자금 조달 경색 등으로 재계에 닥친 어려움의 크기는 여느 때보다 컸다. 여기에 국내·외 소비심리까지 위축되면서 기업들의 성과는 업종별로 크게 엇갈렸다. 이에 따라 사건과 사고가 더욱 많은 해이기도 했다. 공고한 업계 지배력을 지니고 있던 대기업이 ‘사법리스크’에 위기를 겪기도, 오랜 법정관리를 지나온 기업이 화려하게 부활하기도 했다.
 
‘SM 시세조종’ 의혹에 위기 닥친 카카오
 
지난해 10월 금융감독원에 출석한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의 모습.(사진=뉴시스)
 
시작은 올해 2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이하 카카오엔터)의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엔터) 경영권 인수전이었다. 카카오(035720)와 카카오엔터는 결과적으로 SM엔터의 지분 39.87%를 취득해 최대주주가 됐다. 다만 SM엔터 인수를 둘러싸고 카카오엔터와 하이브간 인수전(戰)이 벌어질 당시 하이브 측이 “카카오엔터의 SM엔터 지분 비정상적 매입 행위가 발생했다”라고 주장하면서 해당 논란이 불거졌다. 하이브(352820)의 SM엔터 지분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약 2400억원을 투입, SM엔터 주가를 끌어올린 혐의를 받게 된 것이다.
 
카카오엔터에 대한 수사당국의 수사는 현재진행형이다. 그러나 이 사건을 계기로 카카오 다른 계열사들에 대한 문제들이 터졌다. 대표적인 사례가 카카오페이(377300)다. 카카오페이는 지난 4월 미국의 종합증권사인 시버트의 지분 51.0%를 1039억원에 취득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5월 지분 19.9%를 인수했지만, 나머지 지분 인수를 앞두고 카카오 경영진들의 사법 리스크가 본격화됐다. 결국 시버트 측이 카카오에 금융사 지분을 넘기기 어렵다는 입장을 취하면서 해당 인수·합병(M&A)에는 제동이 걸렸다.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은 그룹 전면에 나서 “‘카카오’라는 회사 이름까지도 바꿀 수 있다는 각오로 임하겠다”라며 카카오의 환골탈태를 예고했다.
 
‘IT 불황’에 적자 면치 못한 삼성전자·SK하이닉스
 
지난 7월 삼성전자의 '세계 최초 GAA 기반 3나노 양산 출하식' 행사 모습.(사진=뉴시스)
 
글로벌 정보기술(IT) 수요 부진과 이에 따른 ‘IT 공룡’들의 구조조정, 재고 감축 여파로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반도체 ‘다운사이클’의 결과다.
 
삼성전자(005930)는 1분기 4조5800억원, 2분기 4조3600억원, 3분기 3조7500억원의 영업손실을 각각 기록했다. SK하이닉스(000660)도 1분기 3조4023억원, 2분기 2조8821억원, 3분기 1조792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로 인해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의 하반기 성과급은 올해 상반기 대비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SK하이닉스 역시 올해 초과이익분배금(PS) 지급이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올 하반기 들어 D램 시장의 회복세가 뚜렷해지면서 두 기업 모두 4분기 적자폭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1~3분기 누적된 수조원의 적자 탓에 반도체 감산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대표이사 40% 교체, 신세계 인사 칼바람
 
신세계백화점 본점. (사진=신세계백화점)
 
신세계그룹은 지난 9월 대규모 쇄신 인사를 전격 단행했다. 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이마트(139480)신세계(004170)의 최고경영자(CEO)가 동시에 물갈이됐다. 주요 계열사들이 실적 부진을 면치 못하며 대규모 인사가 예측됐으나,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이 전면에 나섰다는 점은 현 상황을 바라보는 그룹 내부의 시각이 여느 때보다 심각하다는 방증이었다. 특히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 경영 체제에 ‘경고장’을 날린 것으로 재계는 해석하고 있다.
 
2019년 이마트에 영입된 강희석 대표는 임기를 2년 이상 남겨두고 떠났다. 손영식 신세계 대표도 임기를 1년 반가량 남겨두고 교체됐다. 이들은 모두 정용진 부회장과 정유경 총괄사장의 전폭적인 신뢰를 받던 인물이다.
 
그들을 대신하는 한채양 이마트 대표와 박주형 신세계 대표는 모두 이명희 회장 ‘직속 조직’으로 불리던 전략실 출신 인사들이다. 한채양 대표는 이마트와 이마트에브리데이, 이마트24의 대표를, 박주형 대표는 신세계와 신세계센트럴시티 대표를 각각 겸임하고 있다. 이번 대규모 임원 인사가 ‘전략실의 귀환’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검단신도시 아파트 붕괴사고’ GS건설, 수습에 총력
 
지난 4월 주차장이 붕괴된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사진=뉴시스)
 
2023년 시공능력평가 5위에 오른 GS건설(006360)은 올해 4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시공 중 지하주차장이 붕괴되는 사고를 겪었다. GS건설은 사고 수습을 위해 5500억원을 들여 아파트 전면 재시공을 약속했고, 입주예정자들과의 보상금 합의도 마쳤다. 이에 따라 올해 상반기 재시공에 따른 손실분 5500억원이 반영되면서 영업손실 2550억원이 발생했다. 지난 2014년(영업손실 7175억원) 이후 9년 만에 적자를 기록한 것이다.
 
아파트 붕괴사고로 인한 ‘자이’ 브랜드 이미지 훼손, 대규모 적자로 인한 신용등급 강등 등이 이어졌지만, 아직 사고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진 못한 상황이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로부터 총 10개월의 영업정지 처분이 내려진 탓이다. 과거의 사례를 고려했을 때, 실제 영업정지 처분 결정까지 정부와 GS건설간 법적 다툼이 예상되지만, 회사에게는 해소되지 않은 리스크로 작용할 전망이다.
 
KG모빌리티로 재탄생한 쌍용자동차
 
곽재선 KG모빌리티 회장.(사진=뉴시스)
 
지난해 쌍용차를 인수한 KG그룹이 올해 3월 사명을 KG모빌리티(003620)로 변경했다. 2009년 이후 두 번의 법정관리를 경험하며 총 6차례 주인이 바뀐 쌍용차가 마침내 KG그룹 품에 안겨 정상화 기대감을 품게 한 것이다.
 
KG모빌리티는 지난해 쌍용차 시절 내놓은 신차 ‘토레스’를 필두로 최근에는 신규 브랜드 ‘KGM’까지 론칭하며 해외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올해 수출 물량 5만대 달성이 확실시되고 있다. 지난 2016년 5만2290대를 수출한 지 7년 만이다. 준중형 SUV ‘코란도’와 픽업트럭 모델 ‘렉스턴 스포츠 칸’이 수출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올해 1~11월 각각 1만423대, 9874대 수출됐다.
 
곽재선 KG모빌리티 회장은 지난 9월 2026년까지 내수 판매 12만대, 해외 판매 10만대를 공약한 바 있다. KG모빌리티는 오는 2025년 본격적으로 신차를 출시하며 판매량 확대를 자신하고 있다.
 
권성중 기자 kwon88@etomato.com
 

권성중 IB토마토 권성중 기자입니다. 어려운 사실도 쉽게 전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