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업계 덮친 불황한파에…투자 재원 확보 의구심
EBITDA·현금성자산·차입 등 신사업 재원으로 32조원 확보 계획
배터리·아연가격 변동성 등 EBITDA 변동요소 많아 부정 전망 확산
공개 2023-12-15 06:00:00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고려아연(010130)이 향후 10년간 22조원 이상을 확보해 기존 사업 및 신사업 투자와 함께 주주가치 제고에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재원 확보에 대한 의구심이 높아지고 있다. 고려아연은 세전 영업이익(EBITDA)과 현금및현금성자산, 차입 등을 재원 확보 방안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금속 가격이 약세를 이어가고 있고, 배터리 산업도 숨 고르기에 들어가고 있어 재원 확보 계획이 예상과 달리 흘러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신사업 12조원 포함해 22조원 투자 계획 마련
 
고려아연은 지난 7일 인베스터데이(Investor Day)에서 향후 2033년까지 11조9000억원의 신사업 투자 계획을 공개했다. 고려아연의 신사업은 TD사업(배터리소재, 자원재활용, 신재생에너지)으로 요약할 수 있다. 투자예정금액은 배터리소재 2조1천억원, 자원재활용 1조5000억원, 신재생에너지 8조3000억원이다. 여기에 총 22조원 중 나머지 10조원 정도는 고려아연의 본업인 제련사업과 주주가치 제고 등에 사용할 예정이다.
 
고려아연은 향후 10년간 EBITDA로 24조2000억원을 벌어들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재원을 가지고 신사업 등 향후 투자에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EBITDA는 감가상각, 이자비용, 세금 등을 차감하기 전 영업이익으로 현금흐름의 지표로 사용된다. 영업이익은 실제 현금유출이 없는 감가상각비 등이 반영되지만, EBITDA는 감가상각비를 차감하지 않기 때문에 실제 현금 동원 규모를 가늠할 수 있다. 고려아연은 EBITDA 외에도 보유 현금성자산 1조9000억원, 차입 6조1000억원 등을 통해 총 32조2000억원 이상을 확보할 예정이다.
 
먼저 고려아연이 계획한 현금성 자산보다 현재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많다는 점에서 현금에 대한 리스크는 없어 보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고려아연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포함)은 8633억원이다. 단기투자자산(1조2449억원)을 포함할 경우 현금성자산 규모는 2조1082억원으로 늘어난다.
 
아울러 고려아연의 부채비율도 건전하기 때문에 향후 차입금 확대도 문제 없을 것이란 전망이 주를 이룬다. 고려아연의 차입금(사채 포함)은 올해 3분기 기준 9075억원으로 부채비율은 9.5% 수준이다. 특히 총 차입금 규모가 현금성자산보다 적기 때문에 사실상 무차입경영 상태다.
 
다만, EBITDA로 투자 재원을 마련하는 것은 다소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고려아연은 향후 10년간 EBITDA로 24조2000억원을 확보할 계획이다. 앞으로 10년간은 사업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을 모두 투자에 사용하겠다는 의미다. 고려아연이 향후 10년간 총 24조2000억원의 EBITDA를 마련하기 위해서 매년 10% 내외의 EBITDA 이익률이 나와야 하지만, 전망이 밝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지난 2018년 고려아연의 매출액 대비 EBITDA 비율은 14.9%였지만 올해 3분기 9.5%로 줄어드는 추세다. 물가 상승에 따른 원자재 조달 비용 증가가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내년에도 고물가가 지속될 가능성도 제기되는 가운데 EBITA에 대한 전망도 부정적이다. 고려아연은 내년과 내후년 EBITDA 규모를 각각 1조2천억원과 1조4천억원으로 전망했다. 반면, 증권업계는 1조원을 하회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증권(001500)은 고려아연의 EBITDA를 내년에 9340억원, 내후년 9820억원으로 보고 있다. 내년에도 아연 가격이 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계획보다 낮은 EBITDA가 나올 경우 현금성자산의 추가 소진, 차입 확대 등 변수가 발생할 수 있다.
 
 
 
본 사업 업황 악화에 신사업 관련 산업도 '주춤'
 
특히 증권가에서는 고려아연의 내년도 매출 및 EBITDA 전망치를 내려잡고 있다. 아연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중국 경제의 회복을 더디게 보는 시각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아연가격도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아연 가격이 낮아지면 고려아연의 매출도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진다. 아울러 배터리 등 신사업과 연계된 사업들도 성장가도에서 벗어나 숨 고르기에 들어가고 있는 모양새다.
 
아연 가격 약세는 수익성 감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재 아연의 톤당 국제 가격은 2200달러 수준으로 지난해 4월(4500달러)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친다. 금속업계에 따르면 중국이 아연 생산량을 줄이지 않으면서 2025년까지 아연 가격 약세를 예상하고 있다. 더불어 아연 가격을 뒷받침하는 중국 건설 산업이 중국 정부의 부양책에도 일회성 효과만 나타나며 회복 동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아연 가격이 급락하면서 고려아연의 총 매출은 지난해 11조2190억원에서 올해 9조7680억원으로 12.9% 감소가 예상되고 있다. 고려아연은 내년도 제련 매출액을 11조원으로 잡았다. 반면 증권업계의 시각은 고려아연의 전망보다 낮다. 현대차증권은 고려아연의 내년도 매출을 올해와 유사한 9조6300억원, EBITDA는 9340억원으로 내다보고 있다. 올해 매출 및 EBITDA 전망치보다 각각 0%, 1.7% 감소한 수치다.
 
배터리 산업도 숨 고르기에 들어가는 모양새다. LG에너지솔루션(373220)은 지난달 포드사와 터키에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계획을 철회했다. 고금리에 따라 상대적으로 비싼 전기차 수요가 둔화되고 있어 투자에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배터리 소재를 공급할 계획인 고려아연도 일정이 밀릴 가능성이 있다.
 
고려아연은 배터리 소재인 동박 생산을 당초 올해 중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내년 상반기로 생산 개시 일정이 미뤄졌다. 금속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의 계획이 바뀐 이유로는 배터리 업계의 투자 계획 연기 등 숨고르기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진다. 고려아연은 동박 1만3천톤 생산을 시작으로 2026년까지 동박 생산규모를 6만톤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니켈 등 배터리에 들어가는 금속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점도 배터리 수요를 둔화시키고 있다. 니켈 가격은 지난 1월 톤당 3만달러에서 12월 현재 1만6000달러대까지 1년만에 47% 하락했다. 이에 배터리 가격 인하 요인이 커지자 배터리 수요도 함께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전기차 수요가 둔화되는 가운데 배터리 가격 인하 요인도 높아져 구매를 서두를 것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회사 측의 투자재원 확보에 대한 전제는 2033년까지 아연 톤당 가격 2500달러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으로 잡았다”라며 “아연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존재하지만 보수적인 전망치를 담았다”라고 밝혔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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