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주관사 입찰제안서 접수 후 선정 진행 …2025년 상장 목표로중앙그룹 핵심 계열사 종합 콘텐츠 기업으로 명성 대비 낮은 수익성 발목'파두사태' 이후 깐깐해진 기업공개 시장 시장선 변수 많아 확답 금물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중앙그룹의 미디어 제작사 SLL중앙이 기업공개 행보를 본격화하고 있다. 증권업계의 입찰 제안서를 수령해 주관사를 선정 중이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선 SLL중앙의 기업가치가 최소 1조원에서 최대 2조원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파두사태' 이후 엄격해진 기업가치 평가 기조 속에 SLL중앙의 상장을 두고 업계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중앙그룹 핵심계열사 SLL중앙 상장 시동
SLL중앙의 2022년 화제작 '재벌집막내아들'과 '슈룹'의 포스터 (사진=SLL중앙)
13일 IB업계에 따르면 SLL중앙은 증권사별 상장주관사 입찰제안서를 수령한 후 프레젠테이션(PT) 절차를 마무리했다. 현재 SLL중앙은 주관사 선정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상장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으나 2025년을 목표로 사전 준비 작업에 돌입하는 계획이다.
SLL중앙은 중앙그룹의 핵심 계열사로서 드라마 제작, 연예 매니지먼트, 음반 유통 사업 등을 하고 있는 국내를 대표하는 스튜디오다. 최근 제작된 대표작으로는 2022년 드라마 최고 흥행작 '재벌집 막내아들'이 있고 넷플릭스 시리즈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수리남', 영화 '범죄도시2'를 제작하기도 했다. 영화부문에선 '범죄도시 시리즈'와 '터널'을 제작하기도 했다.
하지만 K콘텐츠를 선도하는 제작사라는 명성과는 달리 SLL중앙은 제작 작품의 흥행과는 별개로 수익성 측면에서는 흥행 성과에는 못 미치는 결과로 고민이 깊다.
올해 3분기 SLL중앙의 연결기준 매출은 1651억원으로 전년 동기 1110억원 대비 48.7%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62억원 흑자로 분기 단위에서는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3분기까지 누적으로는 8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앞서 작년 실적에선 제작 작품의 기록적인 흥행에도 불구하고 매출 5796억원에 영업손실 602억원을 기록했다.
이 같은 부진한 수익성은 산하 스튜디오의 부진과 지분투자 및 제작비 부담 등으로 인한 차입부담 확대 때문으로 지난 9월13일엔 신용등급 하향까지 겪어야 했다.
한국기업평가(034950)는 중앙SLL에 대해 "제작 드라마와 영화의 흥행에도 불구하고 신규 편입된 자회사의 손실 인식이 이뤄졌다"라며 "또한 드라마 제작사와 OTT 기업에 대한 공격적인 지분투자, 작품 제작비 확대로 영업현금 창출력이 약화된 상태로 2022년 말 순차입금은 전년말 대비 912억원 증가한 1647억원을 기록했다"라고 분석했다. 이에 "단기간 내 유의미한 수준의 수익성 개선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라며 SLL중앙의 신용등급을 기존 BBB+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기업평가 논란 넘을 수 있을까
올해 말부터 본격화되고 있는 중앙SLL의 상장 추진의 배경엔 신용등급 하락 기조와 함께 이어진 높아진 조달 금리 부담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콘텐츠 제작사로서 흥행여부와는 상관없이 지속적으로 작품을 제작해야 하지만 거듭된 수익성 부진으로 더 이상 채권 시장에서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9월엔 75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에 성공했다. 하지만 1년물과 2년물이 각각 6.99%와 7.90%이라는 높은 수준의 금리로 책정돼 이자 부담이 커졌다. 또한 거듭된 채권 발행으로 인한 순차입액 증가로 이어졌고, 이는 신용도 하락을 이끌었다.
현재 SLL중앙의 상장 후 시가총액은 최소 1조원에서 최대 2조원까지 전망된다. 증권업계가 제출한 상장 주관사 입찰제안서에서는 SLL중앙의 기업가치로 1조에서 최대 2조원까지 책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SLL중앙이 지나 2021년 진행한 프리IPO에선 SLL중앙의 기업가치가 약 1조2000억원으로 평가받았고, 이를 통해 4000억원의 투자금을 확보한 바 있다.
하지만 프리 IPO를 진행한 2021년과 사뭇 달라진 금융환경의 여파로 SLL중앙의 기업가치 평가는 이전만 못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앞서 IPO시장의 화두가 됐던 '파두 쇼크' 여파로 상장기업에 대한 가치 고평가 논란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실제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는 '파두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해 기업공개(IPO) 프로세스를 점검, 신뢰를 제고하겠다고 밝혔다. 앞으로는 증권신고서에 제출 직전 월까지의 매출액·영업손익 등(잠정 포함)을 투자위험요소에 기재하도록 할 방침이다.
김정태 금감원 부원장보는 "최근 상장 직후 부진한 실적을 공개한 기업 주가가 급락하면서 시장 신뢰가 크게 훼손됐다"라며 "상장 추진 기업의 재무정보 투명성을 높이고 주관 업무를 맡은 증권사의 내부통제와 유관기관 협력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현재 SLL 상장주관사로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곳은
NH투자증권(005940)이다. SLL중앙의 회사채 발행에서 신용도가 BBB급으로 발행이 쉽지 않다 평가받던 상황에서 주관사로서 발행 전략 수립과 판매에 좋은 성과를 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NH투자증권은 지난 '파두사태'에서 기업 가치 뻥튀기 논란에 휩싸여 확답할 수 없다는 것이 시장의 전망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증시가 활기가 도는 시점이라면 기업이 당장은 이익을 내지 못해도 미래 가능성을 높게 평가받아 무난한 상장이 가능할 수도 있지만 현재로서는 금융당국의 관리와 일련이 최근 불거진 사건으로 예전 같지 못할 수도 있다"라며 "현재 유력 증권사들이 상장 주관사로 선정되기 위해 긍정적인 방향의 제안서를 냈겠지만 2년여 남겨둔 상황에서 기업의 펀더멘탈과 업계 동향 등 여러 요인에 영향을 받아 뒤바뀔 수도 있다"라고 진단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