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글로벌 사업 순익 지분 비중 증대에 힘을 쏟고 있다. 국내 시장의 한계성을 예견하고 일찍부터 적극적인 깃발 꽂기를 전개하고 있는 은행권이 영업권을 확장하고 기업대출 등 주력 사업도 다각화하고 있다. <IB토마토>가 4대 시중은행의 주력 해외 법인과 전략을 살펴본다.(편집자주)
국민은행이 캄보디아 성공사례를 기반으로 해외 법인 성장에도 드라이브를 걸었다. 양종희 KB금융 회장이 지난 9월 KB금융 부회장으로 재직할 당시 부코핀 정상화 문제와 신용리스크 관리 등에 대해 언급한 바 있는 만큼 힘이 실릴 것이라는 평이다. 다만 상반기 반짝 흑자를 기록하면서 기대감을 모은 바 있는 KB부코핀 실적이 3분기 다시 가라앉아 목표 기간 내에 흑자전환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KB국민은행 본점. (사진=KB국민은행)
해외 실적 최고 효자 캄보디아
KB국민은행은 13개의 국가에 진출해 있으며, 5개의 해외법인이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글로벌 부문의 성과를 높이기 위해 신흥국과 선진국 시장을 투트랙으로 집중 공략한다는 계획으로, 4분기 내에는 인도에 첸나이와 푸내 지역에도 각각 1개의 점포 개점을 앞두고 있다.
국민은행의 효자 해외법인은 명실상부 캄보디아 법인이다. 국민은행의 캄보디아 법인인 KB프라삭뱅크의 역사는 KB국민은행이 지난 2009년 캄보디아 현지은행인 크메르유니언뱅크의 지분 51%를 인수해 KB캄보디아 은행으로 명칭을 변경하면서 시작됐다. 지난 2013년에는 KB캄보디아은행 지분을 전액 인수해 100% 자회사로 편입했다. 지난 2020년 국민은행은 프라삭마이크로파이낸스인스티튜션의 지분 70%를 인수했으며, 지난 8월4일 캄보디아 상무부의 최종승인을 받고 국민뱅크캄보디아를 흡수합병해 합병법인의 사명을 KB프라삭뱅크로 변경했다. 디지털 시스템 개선도 예고돼 있다. 새로운 법인이 출범한 만큼 기존 서비스는 내년 1월 초 서비스 제공이 종료되며, 내년부터는 새 인터넷뱅킹과 모바일 뱅킹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캄보디아 법인이 해외법인 중 효자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지역밀착 영업 덕분이다. KB프라삭은행은 캄보디아 내에서 192개 영업점의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6000명에 가까운 영업인력들이 지역민과 소통하면서 영업하고 있다. 특히 건전성 관리 측면에서도 철저하게 심사를 하고 있다. 여신 심사 시 엄격하게 LTV를 적용하는 등 입구 관리를 철저히 해 우수한 실적을 낼 수 있었다. KB프라삭은 현지인 대상 소액 일반대출부터 기업형 SOHO 및 중소법인 우량 법인에 대출을 취급할 예정이며 디지털 강화를 통한 저원가 수신 기반확대, 프놈펜 시내 신축 주택단지에 대한 집단대출도 추진할 계획이다.
해외법인 유일 적자...흑자 전환 시기는
국민은행의 해외법인 중 적자를 내고 있는 곳은 인도네시아 법인이 유일하다. 국민은행은 4대 시중은행 중 가장 늦은 2018년 인도네시아에 진출했다. 진출 당시 국민은행은 부코핀은행의 지분 22%를 취득해 2대 주주가 됐으며, 2018년 지분인수를 통해 67%의 지분을 확보해 최대주주가 됐다. 이에 그치지 않고 올해 5월에는 추가 유상증자를 실시해 최종적으로 66.8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2020년부터 총 4회에 걸친 유상증자로 부코핀은 1조39092억원을 투입했으며, 자문비용 등을 포함한 인수금액은 1조5225억원에 달한다.
인도네시아에 야심차게 진출했으나 KB부코핀의 실적은 좀처럼 오르지 않고 있다. 올해 3분기 KB부코핀의 순손실은 957억5300만원으로, 지배기업지분 순손실은 637억7300만원을 기록했다. 지난 상반기 반짝 흑자 84억2900만원을 찍고 다시 꺾인 것이다. 게다가 KB부코핀 실적 향상의 위험 요인은 밝지 않은 인도네시아 경제전망이나 시스템 구축 등에 의한 초기비용 증가뿐만이 아니다. 국민은행의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KB부코핀은 현재 약 942억원 규모의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KB부코핀이 부실업체에 대한 여신을 회수하기 위해 담보인 주식을 경매를 통해 매도하고 이 과정에서 낙찰자가 KB부코핀에 주식 매입용도로 대출을 받았다. 낙찰자는 해당 과정에서 KB부코핀이 관련 대출 취급 당시 파산 절차 진행중인 주식 매입을 권유했으며 리스트를 의도적으로 공개하지 않았다고 주장해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KB부코핀은 소송대리인을 선임해 1심을 진행중이며, 패소할 경우 손해배상을 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가뜩이나 오르지 않는 실적에 악영향을 끼칠 수있는 가능성이 있다.
다만 희망적인 부분도 있다. KB부코핀은행은 지난 6월 싱가포르의 SMMK Pte와 IDMB UNITED PTE.LTD에 부실 채권을 매각했다. KB부코핀은행의 올해 말 목표 고정이하여신비율은 5% 이하, 유동성위험(LaR)은 20% 이하를 목표로 하고 있다. 부실여신 비율을 감축해 자산건전성 개선으로 경영정상화를 위한 기반을 마련하려는 목적이다. 또, 타 시중은행의 1위 해외 법인과 적자 법인의 방향성이 다른 경우가 많지만 KB부코핀의 경우 리테일 고객 확대 전략을 통해 수익기반을 마련할 계획으로, 리테일 영업에 강점이 있는 KB프라삭의 노하우를 활용할 수 있어 흑자 전환 시기를 당길 가능성도 있다. KB부코핀은 오는 2025년 흑자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지난 21일 취임한 양종희 KB금융그룹 회장이 지난 9월 KB부코핀의 정상화 문제 등을 살펴보겠다고 언급한 바 있으며 임기 중 정상화 목표 시기가 있어 현실화 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부실여신 감축을 위해 노력하며 정상 여신의 관리도 강화하는 등 여신관리 역량 향상을 통해 경영 정상화의 기반을 마련하며, 영업 인력 확보와 영업 채널 개편, 업무 프로세스의 정비 및 개선 등 은행이 갖춰야 할 기본 역량을 확보하고 부코핀 브랜드 가치를 제고해 영업 활성화를 추진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