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뱀미디어, 상장폐지 확정 기로…실적 개선세가 '기회'될까
원영식 전 회장 배임 혐의로 상장폐지 위기에 이의 신청 계획
3분기 영업익 152% 증가 등…다만, 상장폐지 번복 쉽지 않을 전망
공개 2023-11-29 06:00:00
[IB토마토 이조은 기자] 코스닥시장위원회가 초록뱀미디어(047820)에 대한 상장폐지를 심의·의결한 가운데 회사의 이의신청으로 다시 개선기간을 부여 받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회사는 이의신청을 통해 수익성 개선과 실적 호조를 적극 어필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상장폐지가 확정된다. 다만, 오너 일가의 배임 등 일탈 행위가 이번 상장폐지 사유라는 점에서 회사의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원영식 초록뱀그룹 전 회장 (사진=연합뉴스)
 
원영식 전 회장 배임 혐의로 상장폐지 의결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코스닥시장위원회는 지난 20일 초록뱀미디어 상장폐지를 심의·의결했다. 이에 대해 인기 드라마 ‘나의 아저씨’, ‘펜트하우스’ 등을 만든 콘텐츠 제작사 초록뱀미디어는 이의신청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초록뱀미디어가 상장폐지 위기에 처한 것은 오너의 일탈 때문이다. 앞서 원영식 전 초록뱀 그룹 회장은 2021년 9월 호재성 미공개 정보를 활용해 자녀 소유 법인에 초록뱀미디어 전환사채(CB) 콜옵션을 무상으로 부여했다. 이로 인해 회사는 15억원가량 손해가 발생했고, 원 전 회장은 주가 상승으로 24억원 상당 부당이득을 취득한 혐의가 밝혀져 지난 7월 구속 기소됐다.
 
원 전 회장은 빗썸 실소유주로 의심 받고 있는 사업가 강종현의 주가 조작에도 연루됐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초록뱀그룹을 통해 빗썸의 최대주주인 비덴트와 관계사인 버킷스튜디오가 발행하는 전환사채(CB)에 1000억원가량 투자해 차익을 얻었기 때문이다. 검찰은 원 전 회장이 강씨의 주가조작에 ‘돈줄’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수사하고 있다.
 
이에 초록뱀미디어는 지난 7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회장 퇴임 △지배구조 개선 △전환사채(CB)·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메자닌 투자 금지 △정관상 목적 사업 중심의 영업활동 등을 내세워 경영 정상화 방안을 공개했다. 
 
코스닥 상장 규정에 따라 초록뱀미디어는 상장폐지 의결에 대해 15영업일 내로 이의 신청을 할 수 있다. 이의신청을 할 경우 거래소는 20영업일 이내로 코스닥 시장위원회를 열고 개선 기간 부여 방안 및 상장폐지 여부를 결정한다.
 
초록뱀미디어 관계자는 "이번 이의신청에서는 회사의 안정적 재무구조 기반과 기업의 연속성, 경영 투명성 등 그동안 개선한 성과를 더욱 강력히 피력할 것"이라며 "올해를 포함해 지난 몇 년간 큰 폭의 실적 성장세와 더불어 앞으로의 성장 계획도 전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수익성 개선 등 이의신청 적극 반영…개선기간 부여 관심
 
초록뱀미디어는 이번에 반드시 개선기간을 부여 받아야 한다. 이의 신청 제기에도 상장폐지가 번복된다면 더 이상 회생 가능성은 희박해지기 때문이다. 거래 중지로 피해를 입게 된 소액주주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초록뱀미디어 소액주주들의 소유주식은 63.23%로 과반수를 넘는다.
 
회사가 이의 신청을 제기하는 주요 근거 중 하나가 바로 견조한 성장세다. 실제로 초록뱀미디어는 매출 성장 및 실적 호조가 지속되고 있다. 2020년 467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은 2021년 1491억원으로 3배가량 뛰었고, 지난해엔 1925억원으로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 올해 3분기 누적 매출도 1650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 누적(1454억원) 대비 13.48% 증가했다.
 
2021년에는 영업 적자도 흑자로 전환됐다. 올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58억원으로 지난해 동기(23억원)대비 152% 증가했다. 순이익도 안정권에 접어들었다. 최근 3년간 당기순손실이 지속됐지만,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337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 20억원에서 흑자 전환했다. 올 3분기 기준으로 유동비율은 205%, 부채비율은 29.9%로 재무 지표도 건전한 편이다.
 
하지만 거래소가 상장폐지를 판단하는 주요 심사기준에는 영업, 재무상황 등 기업경영의 계속성 외에도 지배구조·내부통제 제도 등 경영투명성, 그리고 기타 투자자 보호 및 증권시장의 건전한 발전 저해로 인한 상장적격성 등이 포함된다.
 
때문에 투자자들 사이에서 실적 호조에도 상장폐지 이의 신청 결과가 희망적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차라리 오너 리스크가 깨끗하게 청산되고 건강한 회사에 매각하는 것이 답일 수도 있겠다는 입장이다.
 
초록뱀미디어 종목토론실에서 일부 투자자는 "큰 실적과 성장성은 아무 의미 없다. 대주주 적격성, 자본시장교란 경영투명성에 대한 개선계획서를 제출했는데 개선기간 부여도 아니고 바로 상폐였다. 매각 말고는 답이 없다. 그냥 이의신청에 건전하고 투명한 기업에 경영권 매각하겠습니다 하면 끝남", "만약 (원영식 전 회장의) 수백억대 배임이 유죄가 확정된다면 막대한 추징금을 부과할 것이고, 결국 돈을 못 값으면 강제 매각행" 등 의견을 냈다.
 
현재 초록뱀미디어는 아직 오너 일가가 실권을 장악하고 있다. 2023년 9월 기준으로 초록뱀미디어 최대주주는 33.8%를 보유한 씨티프라퍼티(052300)(구 초록뱀컴퍼니)이지만, 씨티프라퍼티의 최대주주는 오션인더블유(22.12%)다. 오션인더블유는 초록뱀그룹의 최상위 회사로 대표이사는 지분을 31.9% 보유한 원영식 전 회장이며 최대주주는 원 전 회장의 아들인 원성준씨로 지분 51%를 보유하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실적 개선세를 이유로 상장폐지가 번복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번 사안이 배임 등 사회적으로 크게 문제된다는 점에서 개선기간이 부여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최근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를 강조하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가 새로운 표준이 되고 있는 만큼 배임 건은 큰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할 문제이므로 이의 신청을 하더라도 높은 윤리 스탠다드(기준)가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조은 기자 joy8282@etomato.com
 

이조은 친절하고 깊이 있는 기사를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