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글로벌 사업 순익 지분 비중 증대에 힘을 쏟고 있다. 국내 시장의 한계성을 예견하고 일찍부터 적극적인 깃발 꽂기를 전개하고 있는 은행권이 영업권을 확장하고 기업대출 등 주력 사업도 다각화하고 있다. <IB토마토>가 4대 시중은행의 주력 해외 법인과 전략을 살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이성은 기자] 신한은행이 30년 업력의 베트남 현지 법인을 앞세워 4대 시중은행 중 가장 좋은 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유럽에서는 기업금융(IB) 중심의 영업으로 도약을 노리고 있다. 지난 2분기 모든 해외법인에서 흑자를 내면서 불안정한 국제정세 영향을 이겨낸 듯 했지만, 3분기 미주와 인도네시아에서 적자를 기록하면서 전체 순이익 중 해외법인 비중에 영향을 미쳤다.
신한은행 본점.(사진=신한은행)
베트남서 소매금융 기반 안착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해외 현지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안정적인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신한은행은 10개의 해외법인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베트남, 미국 등지에서 해외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신한은행은 특히 베트남을 해외 진출의 거점으로 삼고 주위 동남아 국가과 유럽과 미주 등의 사업 범위도 확장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 1992년 신한비나은행을 설립한 후 2009년 신한은행 호치민 지점을 신한베트남은행으로 법인전환했다. 특히 신한은행이 지금의 위치에 서게 된 것은 지난 2017년 ANZ은행 베트남 리테일 부문 인수가 큰 힘이 됐다. 올해 8월 진출 30주년을 맞아 소매금융과 디지털 서비스 부문을 강화한다는 포부를 밝혔다. 올해 3분기 기준 지점도 51개로 늘려 접근성도 챙겼다.
베트남 현지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디지털 부문도 강화했다. 특히 베트남 현지의 전자지갑사업자인 MoMo와의 제휴를 맺었다. 이를 통해 수취인의 핸드폰 번호와 영문명을 입력해 수취인 전자지급 포인트로 충전해주는 해외송금 서비스도 지원하고 있다.
디지털과 지점 확장으로 접근성을 강화한 것 이외의 강점도 있다. 신한베트남은행은 현지에 진출한 한국계 은행 중 유일하게 카드사업이 가능한 법인이다. 특히 지난 6월에는 베트남 현지 법인 신한베트남은행이 BC카드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신용카드 사업을 강화했다. 베트남 현지의 카드매입시스템을 구축하고 카드 단말기 및 포스 시스템 개발 등을 진행하고 있다.
신한베트남은행이 디지털에 특히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은 베트남 정부의 디지털 전환 기조 영향이다. 코트라에 따르면 팜민찐 베트남 총리는 올해를 국가 디지털 데이터 원년으로 선포했다. 이에 베트남 정보통신부는 데이터 통합관리 및 디지털 환경 개선을 위한 행동계획을 승인하는 등 전 산업 분야에 걸쳐 디지털 전환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금융업계의 경우 정부 차원에서 무현금결제의 날 행사를 진행하는 등 디지털뱅킹 생태계 구축을 구상하고 있다. 베트남중앙은행의 발표에 따르면 모바일뱅킹 거래액도 대폭 늘어 지난 2020년 2분기 기준 643조동(약 34조원)에서 지난해 말 총 1해3272조동(533경174조원)으로 증가했다.
올해 3분기 기준 신한베트남은행의 영업수익은 6061억500만원으로 지난해 동기 4437억2500만원보다 36.6% 증가했으며, 같은 기간 분기순익도 1447억200만원에서 1847억4600만원으로 27.7% 증가했다. 예치금과 대출채권 규모도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신한베트남은행이 이처럼 빠른 속도로 규모를 키우고 있는 것은 선제적인 현지 니즈 파악 덕분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세계 경기 침체에 따라 베트남의 경기도 전반적으로 침체기를 거치고 있다"라면서도 "현지화를 통한 영업 기반 확대를 통해 금융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현지 영업인력을 확충해 상품과 서비스를 다변화 하고 균형적인 자산의 성장을 목표로 한다"라면서 "고마진 리테일 자산의 지속적인 성장을 통해 안정적인 실적을 창출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IB기반 사업확장 목표
신한베트남은행이 파죽지세로 현지에서 힘을 키우고 있는 반면 업력 대비 성과가 낮은 법인도 있다. 아메리카신한은행과 유럽신한은행은 각각 1990년, 1994년에 현지법인을 설립했으나 눈에 띄는 실적은 찾기 힘들다. 특히 아메리카신한은행은 올해 3분기 적자전환을 면치 못했다.
올해 3분기 기준 신한은행 해외법인 중 분기손실을 기록한 곳은 아메리카신한은행과 신한인도네시아은행으로, 각각 영업수익 886억4300만원과 1044억9400만원을 기록했음에도 분기적자를 기록했다. 아메리카신한은행은 305억2100만원, 신한인도네시아은행은 40억5500만원의 분기순손실을 기록했다. 2분기 모든 해외법인에서 분기순이익을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직전 분기보다도 상황이 안 좋아진 것이다.
아메리카신한은행의 지난 3분기 실적이 대폭 하락한 것은 자금세탁방지 프로그램 미흡으로 총 2500만달러(약 323억원)의 제재금을 물어야 하게 된 영향이다. 이 때문에 전문인력을 충원하는 등의 비용이 지속적으로 지출되고 있다. 다만 제재금은 3분기 실적에 반영돼 다음 분기의 실적은 3분기보다 오를 것으로 보인다. 신한인도네시아은행도 현지에서 적자를 기록한 것은 아니나 충당금의 증가가 영향을 미쳐 당기실적이 적자로 전환했다. 유럽신한은행도 올해 3분기 지난해 동기 대비 45억1900만원 증가한 80억7000만원의 순익을 기록했으나, 여전히 해외법인 중에서는 6위에 그쳐 업력 대비 약소한 실적을 거뒀다.
3분기 기준 당기순익 6위의 유럽신한은행은 해외법인 중 가장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자회사 중 하나다. 독일에 법인이 위치한 유럽신한은행은 지난 2014년 폴란드 사무소를 개소하고 2021년 헝가리사무소 개소를 통해 동유럽 시장 진출을 확대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특히 유럽신한은행은 동유럽 영업에 집중하고 있다. 헝가리에 위치한 사무소에서 유럽 내의 지상사 관계 강화를 통한 유럽 내 관계사의 예수금을 유치하고 자금 조달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외 유럽 지역에도 기업고객을 위한 수출입 대출 예금 및 송금 및 리파이낸싱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유럽에 위치한 한국계 지상사 및 현지 업체를 주요 고객으로 영업하고 있다.
특히 대한상공회의소의 우리나라의 국가별 수출실적과 호조국가 분석 연구결과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9월까지 누적 수출액 기준 지난해 대비 수출액이 가장 많이 증가한 국가 1위와 2위를 폴란드와 헝가리가 차지했다. 폴란드는 지난해 대비 15억6000만달러(약 2조166억원) 증가한 69억9000만달러(약 9조359억원), 헝가리는 12억4000만달러(약 1조6034억) 증가해 54억9000만달러(약 7조991억원)를 수출했다. 헝가리와 폴란드에 대한 우리나라 기업의 수출 실적이 증가함에 따라 현지 진출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신한은행베트남의 기업대출 노하우가 현지 관계 강화와 맞물려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IB토마토>에 "글로벌 사업은 거시경제와 지정학적 이슈들이 더해져 복잡성과 변동성이 큰편이다"라면서 "영업과 리스크관리의 균형을 통해 내실을 다지는 것이 중요하므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 제어할 수 있도록 내부통제 질적 개선을 통해 안정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