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업계서 디지털 보험사들이 활발하게 영업을 펼치고 있지만 보험영업 구조의 특성상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아직은 자동차나 미니 보험 상품 위주이고 출범이나 전환이 비교적 초기 단계여서 시장 지배력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그만큼 실적에 앞서 성장성과 구조적 개편 방향이 강조되는 시기이다. 이에 <IB토마토>는 디지털 보험사 보험영업 구조 현황과 과제를 살펴본다. (편집자주)
[IB토마토 황양택 기자] 신한EZ손해보험(신한EZ)과 카카오페이손해보험(카카오페이)은 보험영업 포트폴리오에서 자동차보험을 갖추고 있지 않은 만큼 외형 성장 자체가 어려운 모습이다. 일반보험 단일 종목에 보험료수익을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신한EZ는 장기보험도 고려하고 있지만 오랜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며, 카카오페이는 상품군 다변화를 내세웠지만 여전히 일반보험이라는 점에서 향후 전망도 쉽지 않은 모양새다.
일반보험 중심의 영업 포트폴리오…보험료 확보 어려워
9일 손해보험협회 통계 자료에 따르면 신한EZ는 올해 상반기 수입보험료로 232억원을 거뒀다. 장기보험 부문에서도 보험료수익이 발생했지만 1억원 미만으로 규모가 영세하다. 사실상 일반보험 단일 종목으로 영업 포트폴리오가 구성됐다.
일반보험 부문에서는 기타특종이 220억원으로 보험료수익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외 △책임 5억원 △종합 4억원 △상해 1억원 △기술 1억원 등으로 나타난다. 특종보험은 일반적으로 해상보험과 화재보험을 제외한 기타 종목을 뜻하는데 다른 보험에 비해 역사가 짧기 때문에 신종보험으로 꼽힌다. 디지털 보험사가 새로운 상품을 선보이며 진입할 수 있는 분야지만 대량의 보험료를 확보하기는 어려운 영역이다.
신한EZ는 지난해 6월
신한지주(055550)(신한금융그룹) 산하 자회사로 편입되기 전인 BNP파리바카디프손해보험 시절부터 영업자산이나 외형이 과소한 수준이었다. 그동안 원수보험료 규모와 추이를 살펴보면 △2018년 88억원 △2019년 147억원 △2020년 228억원 △2021년 487억원 △2022년 436억원 등으로 나타난다.
신한금융 소속에 편입되면서 금융그룹 내 계열사 시너지 전략이나 브랜드 인지도 제고, 신사업 확대, 외형 성장 등의 기대감을 키웠지만 1년 넘도록 별다른 행보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재무적 지원을 바탕으로 자본총계(1354억원)만 소폭 늘었을 뿐 영업적 측면에서는 답보 상태가 지속됐다.
지난해 하반기 새롭게 출범한 카카오페이 역시 일반보험 단일 종목에 보험영업을 기대고 있다. 카카오페이는 올 상반기 수입보험료로 16억원을 기록했다. 일반보험 중에서도 상해 부문에서만 보험료수익이 발생했다.
카카오페이는 보험사를 출범할 당시부터 보험 본연의 가치를 강조했다. 기술로 보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디지털보험 특유의 정체성을 표방했다. 이에 따라 개인·기업 소비자에게 새로운 보장을 내세운 상품으로 접근했지만 대규모 보험료가 발생하기 힘든 일반보험 영업 구조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다.
자동차보험 없는 구조로 성장성 제한…보험영업 확장 미지수
디지털 보험사로 자리 잡고 있는 하나손해보험, 캐롯손해보험과 달리 신한EZ와 카카오페이는 자동차보험 포트폴리오가 부재해 외형 성장이 요원하다. 자동차보험은 높은 손해율 탓에 순이익 측면에서 적자 산업으로 꼽히지만, 장기보험 대비 상품 구조가 단순해 영업하기 쉽고 보험료수익도 빠르게 늘릴 수 있다.
손해보험사 수익 구조는 그동안 보험영업에서 발생한 적자를 투자영업으로 보완하는 양상을 보였다. 투자영업에서 성과를 내려면 보험영업에서 얻은 수익으로 규모의 경제를 이루는 것이 선결 과제라는 설명이다. 디지털 보험사 선발주자들이 순이익 손실에도 손해율 높은 자동차보험을 포트폴리오 중심에 두는 이유다.
(사진=신한EZ손보, 카카오페이손보 각 사)
일반보험 상품은 보험계약의 가입 기간이 길지 않다는 점, 보험료가 비교적 저렴하고 장기보험이나 자동차보험 대비 수요가 적다는 점 등에서 성장성이 다른 종목에 비해 떨어진다. 또한 디지털 보험사가 다루는 일반보험은 상품군 내 핵심인 화재보험이나 해상보험 영역이 아닌 만큼 사실상 ‘미니보험(소액단기보험)’ 성격에 가까운 상품도 많다.
신한EZ는 그동안 특종보험에서도 자동차 관련 EW(Extended Warranty, 보증연장) 보험을 중심으로 판매하다가 단체상해보험, 시민안전보험, 골프보험, 대출상환보장보험, 운전자보험, 해외여행보험, 레저보험 등으로 영역을 넓힌 상태다. 금융그룹 내 생명보험사인 신한라이프와 교차판매가 이뤄지고 있지만 계열사 시너지 효과는 사실상 미비한 모습이다.
카카오페이의 경우 상품군이 금융안심보험, 단체상해보험, 휴대폰보험, 해외여행자보험, 홀인원(골프)보험 등이다. 최근 진행된 3분기 컨퍼런스콜에서는 내년도 상품군에 대해 △레저 △라이프 △디지털 △임베디드(Embedded) 등 네 가지 카테고리로 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일상생활과 밀착된 상품을 추구하고 있다”라면서 “현재 자동차보험 진출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라고 말했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