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퇴직연금 성장 둔화…동력 떨어져 내년도 '고비'
저축은행 업권 퇴직연금 잔액 올해 성장률 1% 미만
4%대 정기예금 금리에도 예금 잔액 규모 위태
공개 2023-11-06 06:00:00
[IB토마토 이성은 기자] 저축은행 업권의 퇴직연금 성장세가 꺾였다. 저축은행이 제공하고 있는 퇴직연금 예금의 금리 경쟁력이 떨어진 데다 디폴트옵션에도 포함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퇴직연금의 만기가 대부분 연말에 몰려있어 내년에는 규모가 감소할 가능성도 점쳐지는 분위기다.
 
(사진=저축은행중앙회)
 
디폴트옵션제도 본격 시행에 성장 주춤
 
저축은행의 퇴직연금 성장세가 주춤하면서 퇴직연금 의존도가 높은 저축은행의 예금이탈에 대한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퇴직연금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 대상 상품에 저축은행 예금이 포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디폴트옵션이란 확정기여형(DC)또는 개인형퇴직연금(IRP)가입자가 적립금 운용 지시를 직접 하기 어려운 경우, 가입자가 사전에 지정한 디폴트옵션 상품으로 금융회사가 적립금을 자동으로 운용해주는 서비스다. 확정급여형(DB)제도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디폴트옵션 상품은 위험도에 따라 초저·저·중·고위험 4가지로 나뉘는데, 정기예금 또는 보험사의 이율보증형 보험 등은 초저위험상품에 해당하며, 펀드 등과 혼합된 포트폴리오의 경우 위험도가 존재하는 상품으로 분류된다. 저축은행의 상품이 포함됐다면 초저위험상품으로 운용됐겠지만 저축은행은 상품군에서 제외됐다.
 
특히 디폴트옵션의 본격적인 시행일인 올해 7월12일 이후 원리금보장상품 자동재예치 제도는 폐지됐기 때문에 저축은행 업계의 퇴직연금 이탈에 가속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도 연초 저축은행에 퇴직연금 의존도를 낮춰 유동성을 관리하라는 주문을 한 바 있다.
 
 
 
실제로 저축은행 업계의 퇴직연금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디폴트옵션이 미치는 여파가 가시화되고 있다. 저축은행 정기예금 퇴직연금 상품은 지난 2020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큰 폭으로 성장해 왔다.
 
2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지난 2020년 말 기준 저축은행 업계 퇴직연금 잔액은 13조4692억원에서 2021년 말 20조9000억원으로 55.2% 증가했으며, 2021년에서 지난해 말 1년새 9조5306억원이 증가하면서 규모가 20조4306억원까지 커졌다. 그러나 올해 들어 성장 고공행진은 꺾인 모양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저축은행 업계 퇴직연금 잔액은 30조5824억원으로 지난해 말부터 6개월 간 1518억원 증가에 그쳤다. 2년 연속 55.2%, 45.6%의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덩치를 불렸으나 올해 성장률은 1%에도 미치지 못한 0.5%였다.
 
반면 저축은행을 제외한 은행, 보험, 증권사의 퇴직연금 잔액은 증가하는 추세다.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 따르면 DB, DC, IRP 잔액은 지난해 말 331조7240억원에서 4.2% 증가해 올해 상반기 345조8140억원으로 증가했다. 3분기에도 성장세를 이어가 4조795억원 증가해 9월 말기준 349조8935억원을 기록했다.
 
3대 저축은행 정기예금 규모도 흔들
  
3대 저축은행인 SBI저축은행과 OK저축은행, 한국투자저축은행의 정기예금 잔액 추이도 심상치 않다. 기준금리가 오르면서 저축은행 예금 상품의 금리 경쟁력이 떨어지자 정기예금 잔액이 줄어들거나 소폭 증가하는데 그쳤다.
 
상반기 총자산 기준 저축은행 업계 2위인 OK저축은행을 제외하고 SBI저축은행과 한국투자저축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감소세를 보였다. 지난해 말 SBI저축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올해 상반기 11조9146억원에서 10조9271억원으로 감소했으며, 한국투자저축은행도 같은 기간 7조7710억원에서 6조9642억원으로 감소했다. OK저축은행만이 11조1579억원에서 11조2768억원으로 소폭 증가했다.
 
3사의 일반 정기예금 1년만기 상품의 금리는 낮게는 4%에서 높게는 4.21%를 제공하고 있다. 반면 SBI저축은행이 제공하고 있는 퇴직연금 1년 만기 상품의 금리는 11월1일 기준 DB 4.6%, DC 및 IRP는 4.4%이며, OK저축은행은 DC과 IRP 모두 4.31%, 한국투자저축은행의 DB상품은 4.4%, DC와 IRP는 4.2%를 제공해 퇴직연금 상품에 일반 정기예금보다 혜택을 주며 고객 유치에 힘을 쏟고 있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연초 퇴직연금 잔액 비중을 축소하라는 금융당국의 요청과 최근 저축은행 예금 금리가 은행권과 큰 차이를 보이지 못한 점이 저축은행 업권의 퇴직연금 잔액 증가세가 꺾인 요인이다"라면서 "더불어 퇴직연금 정기예금 가입자들의 만기가 대부분 4분기에 몰려있어 연말이 지나면서 퇴직연금 잔액이 추가로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라고 전했다.
 
다만 개별 저축은행의 퇴직연금 규모 자체는 확인할 수 없었다. 업계 관계자는 "개별 저축은행의 퇴직연금 규모 및 추이는 공개하고 있지 않다"라고 전했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
 

이성은 탄탄하고 읽기 쉬운 기사를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