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박예진 기자] 최근 금리 인상 여파로 자금시장에서 조달 금리가 폭등하면서 상장사들의 금융비용 상승과 수익성 악화가 심화하고 있다. 이에 '자본시장의 파수꾼' IB토마토는 금융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기업들의 자금조달 전략 변화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김선영 IB토마토 대표가 '2023 캐피탈마켓 포럼'에서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사진=IB토마토)
24일 오전 9시부터 IB토마토가 주최·주관하는 '2023 캐피탈마켓 포럼'이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장기화하는 고금리 시대, 금융환경 변화와 자금조달 전략’을 주제로 개최됐다.
김선영 IB토마토 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시장에서는 상당 기간 현재와 같은 고금리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라면서 "기업이 유동성 경제 위험에 노출되지 않기 위해서는 미리 자금을 마련해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를 위해서 다양한 조달 방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기라고 판단했다"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김 대표는 이어 "기업들이 어려운 시기를 잘 헤쳐나가기 위한 방안과 경영전략을 수립하는데 실질적인 도움이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이번 포럼은 김정식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명예교수의 기조 연설로 시작됐다. 이어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원, 이상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노건엽 신한투자증권 기업금융본부 이사 등이 참석해 크레딧시장 현황과 전망, 금리 상승에 따른 기업 부채구조의 변화, 리파이낸싱 성공 사례와 리스크 대응 전략 등을 설명했다.
2023 캐피탈마켓 포럼 현장. (사진=IB토마토)
김정식 명예교수는 기조 연설을 통해 "내년 말까지 미국과 한국의 고금리 기조가 이어질 전망인 만큼 기업과 금융사들이 급변하는 제도적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경영전략의 ‘새로운 패더라임’이 필요하다"라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이어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으로 기존의 세계화, 자유무역의 패러다임에서 ‘보호무역’ 추세로 전환됐고, 옆나라 중국의 추격으로 많은 산업의 수출경쟁력이 약화됐다"라며 "최근 신성장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는 BBC(바이오·배터리·반도체)와 방위산업 등을 적극 육성해야 하며, 전문 인력 양성과 연구개발을 지원하는 신산업 정책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김정식 연세대 명예교수가 24일 '2023 캐피탈마켓 포럼'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IB토마토)
첫번째 세션 강연을 맡은 오창섭 연구원은 인플레이션을 중점에 둔 통화정책이 지속됨에 따라 내년 하반기에는 채권 투자, 장기 국채 투자가 부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 연구원은 "하반기를 기점으로 채권금리 급등 및 달러화 강세 등으로 세계경제 경기회복 후퇴 가능성이 부각되고 있다"라면서도 "그나마 다행인 것은 5%대에 오르면서 채권시장에서 금리가 고점에 다다르지 않았을까 하는 일부 기대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두번째 세션 강연을 맡은 이상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효과적인 부채 활용을 위해 기업의 수명주기나 기초 여건에 입각한 재무구조를 택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연구위원은 "기업 수명주기에 따른 재무구조 선택과 주주환원 정책의 재검토가 필요하다"라면서 "도입기와 성장기에는 기초 여건에 부합한 레버리지 확대가 필요한 시기고, 조정기와 쇠퇴기에는 투자자본 수익률이 자본비용을 하회하면 부채 축소와 주주환원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잠재 성장률 둔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매출 확대를 통한 이익 성장의 여지는 제한적이다. 당분간 마진율 개선이 이익 성장의 주요 경로가 될 가능성이 있다"라면서 "매출의 구조적 성장을 견인할 수 있는 산업 정책과 구조조정 정책을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자 부담이 커진 자본시장에서 자산유동화가 기업 자금 조달의 가장 합리적인 대안이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자산유동화는 기업의 자산을 유동화시켜 자금을 조달하는 방안이다.
세션 세번째 강연을 맡은 노건엽 이사는 "현재 자금 조달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것은 자산유동화를 통한 자금 조달"이라며 "불경기로 인한 기업 현금 여력 악화와 고금리 기조 강화로 인한 채권 금리 상승이 이어지고 있고, 메자닌 발행도 금융당국의 엄격한 관리 대상이 돼 제어를 받으면서 자산유동화가 그 대안으로 떠오르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자산유동화 시장은 지난 2018년 이후 2022년까지 전체 시장규모가 상승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자산 유동화 과정에서 금융구조 수립이 용이하고 보다 유연한 사업 운영이 가능하다는 장점과 규제에 따른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부각되면서부터다. 최근에는 유통업계를 중심으로 운영 사업 부문의 동산과 부동산 자산유동성을 통한 자금 마련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추세다.
포럼에 참석한 한 기업 관계자는 <IB토마토>와 인터뷰에서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좋은 강연이었다"라며 "현재 경제상황과 금리 전망 등을 냉철하게 분석해주셔서 도움이 많이 됐다"라고 말했다.
박예진 기자 luck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