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생건, 중국시장 악화에…일본 MZ세대로 옮겨간 시선
한국 선호도 높은 젊은세대 타깃으로 미래 고객 선점
Z세대에 집중된 K-화장품 판매…채널 다각화 필요
공개 2023-10-17 06:00:00
[IB토마토 박예진 기자] 최근 화장품업계가 중국 소비 침체로 실적 악화를 겪고 있는 가운데 LG생활건강(051900)이 일본 MZ세대(1980년 이후 출생)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 한국에 대한 호감도가 높은 일본 MZ세대의 한국 화장품에 대한 소비가 증가하고 있는 만큼 일본 시장으로 해외 판로를 다각화해 실적을 보완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LG생활건강 본사(사진=LG생활건강)
 
국내외 MZ세대 공략…'미래 고객' 선점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LG생활건강은 색조 화장품 브랜드 '힌스'를 보유한 비바웨이브의 지분 75%를 425억원에 인수했다. LG생활건강과 비바웨이브는 오는 20일 거래 종결 후 3년이 경과한 시점부터 잔여 지분 25%에 대해 매수·매도할 수 있도록 콜·풋옵션이 부여된다.
 
LG생활건강은 비바웨이브 인수를 통해 국내외 MZ세대 고객을 선점하고 향후 스킨케어 등 중·고가 화장품 영역 구매로 이어질 수 있도록 선순환을 구축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힌스는 본연의 아름다움을 강조하는 색조 화장품 브랜드로 지난 2019년 1월 첫 선을 보인 이후 타인과 다른 자신만의 무드를 가지고 싶어하는 MZ세대들 사이에서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힌스의 매출액은 218억원을 기록했으며, 매출 50%가 해외에서 발생했다.
 
특히 힌스는 일본 내 K-뷰티 인디 브랜드 대표 주자 중 하나로 일본 직영점인 '힌스 루미네이스트 신주쿠', '힌스 아오야마', '이세탄(伊勢丹) 백화점 팝업스토어'를 오픈하며 타 브랜드와 대비해 프리미엄 이미지를 구축한 브랜드다. 인수가 완료되면 비바웨이브가 보유한 판로를 통한 일본 공략도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 상반기 기준 LG생활건강의 일본 시장 매출은 1893억원으로 전체 매출액의 5.42%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2101억원 대비 9.90% 감소한 수준이다. 앞서 2020년 4322억원, 2021년 4291억원, 2022년 4146억원으로 일본 매출액은 되려 감소해왔다. 이는 코로나19 확산 여파와 현지 사정 등에 영향을 받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반면 비바웨이브의 매출액은 힌스를 처음으로 론칭했던 2019년 매출액 35억원을 기록한 이후 2020년 94억원 급성장했다. 이후 2021년 164억원, 2022년 218억원의 매출고를 올리며 연 평균 74.45%의 성장세를 보였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색조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일본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비바웨이브를 인수하게 됐다"라며 "최근 중국시장 내 자국 브랜드 사용 비중이 높아짐에 따라 해외 시장을 다각화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말했다.
 
 
Z세대가 소비 주체…낮은 소비 여력 '단점'
 
이외에도 LG생활건강은 고객 접점을 확대하기 위해 지난 4월부터 큐텐재팬과 아마존재팬에 직영 브랜드샵을 오픈하고, '숨', '오휘', '글린트' 등 화장품과  '유시몰', '벨먼', '닥터그루트', '페리오' 등 생활용품 브랜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앞서 LG생활건강의 더마 코스메틱 브랜드 'CNP'는 2020년 1월 일본 시장에 진출해 현재 로프트, 도큐핸즈 등 버라이어티샵과 H&B스토어를 중심으로 유통 채널을 넓혀가고 있다.
 
LG생활건강이 이처럼 일본 시장에 공을 들이는 것은 최근 중국 내 한국 화장품 수요 감소 등이 배경으로 꼽힌다. 이에 미국, 중국에 이어 세계 3대 뷰티시장 중 하나인 일본시장으로 이를 보완한다는 계획이다. 유로 모니터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일본 화장품 시장 규모는 357억달러로, 세계 화장품 시장의 9%에 육박한다. 이는 한국 화장품 시장 규모의 약 3배에 이르는 수치다.
 
일본 시장의 경우 일본 메이저 브랜드 업체는 로컬 시장 대신 선진 시장 위주의 확장에 집중돼 있고, 중저가 색조 포트폴리오에는 소홀한 상황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일본 화장품 시장에서 한국 화장품의 구조적 성장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도 나온다.
 
오승희 서울대학교 일본연구소 연구교수는 보고서 '일본의 MZ세대가 바라보는 세계와 한국'에서 "Z세대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발견하고, 소비로 연결하고, 성장하고 충족해나가면서 응원하고, 다양한 자기 아이덴티티와 연결한다"라며 "자신이 좋아하는 최애 K-pop 아이돌을 응원하며 한국의 식문화와 분위기를 즐기는 인증샷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는 도한놀이는 팬데믹 시대와 MZ세대의 소비패턴이 맞물려 등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케팅회사 티스티(TesTee)가 한국 화장품의 실제 사용에 대해 매일 메이크업을 하는 10-30대 여성 4029명을 조사한 결과, 청소년 67.9%, 20대 64.3%, 30대 50.9%가 한국 화장품을 사용한 적이 있거나 사용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 중 45.3%가 SNS를 통한 '입소문과 평판'을 꼽았다.  
 
다만, 한국 화장품 기업들의 타깃이 Z세대(1990년대 중반 출생)에 맞춰져 있어 판매채널을 다각화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김병선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후쿠오카 무역관은 "젊은 세대들의 SNS 생태계를 타고 한류 스타의 이미지가 융합된 한국 화장품에 대한 수요는 계속 높아져 왔다"라면서도 "한국 화장품의 우수성에 비해 고객 타깃이 Z세대에 국한돼 있다는 것은 한계점이다. 현재 현금 보유력이 가장 높은 단카이세대 등을 타깃으로 전략도 필요할 것으로 생각되는데, 이를 위해서는 한국 화장품의 판매채널 다양화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박예진 기자 luck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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