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 리스크' 벗은 HJ중공업…건설 수주로 실적 난관도 뚫을까
싱가포르 '시트리엄' 제기한 433억 규모 손배 소송 '전부 기각'
'소송 리스크' 해소에도 재무 성적 여전히 갈 길 멀어
건설부문 잇단 '알짜 수주'에 하반기 실적 '턴어라운드' 기대
공개 2023-09-27 06:00:00
 
[IB토마토 권성중 기자] 오랜 기간 HJ중공업(097230)의 발목을 잡고 있던 조선부문 소송 리스크가 해소되면서 향후 실적 개선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올해 조선부문 손실로 인해 대규모 영업손실을 기록했지만, 건설부문 실적이 견조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HJ중공업이 이달 초 수주한 1900억원 규모 보령신복합 1호기 조감도.(사진=HJ중공업)
 
자기자본 10% 배상할 뻔…433억 '소송 리스크' 해소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HJ중공업은 지난 21일 오후 싱가포르 시트리엄(전 케펠)사(社)가 지난 2020년 12월 제기한 3250만달러(한화 약 433억원) 규모 손해배상 소송에서 싱가포르 고등법원이 원고 청구를 전부 기각한다는 내용의 판결을 공시했다.
 
HJ중공업(당시 한진중공업)의 필리핀 현지 법인이었던 수빅조선소는 지난 2012년 8월 플로텔인터내셔널이 케펠로부터 수주한 해상 거주설비를 재하도급 형태로 수주해 건조한 바 있다. 그러나 케펠은 2016년 8월 ‘수빅조선소에서 건조한 선체에서 용접 결함이 발견됐다’며 한진중공업에 수리비용을 요구했지만, 한진중공업은 ‘보증기간이 만료됐다’는 이유로 이 요구를 거부했다. 이에 케펠이 싱가포르 고등법원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소송 제기 이후 3년여가 지나면서 케펠은 시트리엄으로, 한진중공업은 HJ중공업으로 각각 사명이 바뀌었고, 손해배상 금액 역시 소송 제기 당시에는 1달러당 1098원의 환율이 적용돼 355억원이었지만, 환율 상승 탓에 433억원으로 올랐다. 경영 부실로 위기에 놓였던 수빅조선소의 주인 역시 미국 사모펀드와 호주 방산업체 컨소시엄에 매각됐다.
 
소송에 대한 판결이 약 3년 만에 ‘전부 기각’으로 결정되면서 400억원 이상 규모 소송 리스크가 사라진 HJ중공업은 한숨을 돌렸다. 올해 6월 말 기준 HJ중공업의 자기자본은 4163억원으로 해당 소송에서 패소했다면 자기자본의 10.4%(433억원)에 해당하는 금액을 배상해야 했다.
 
또한 HJ중공업이 같은 시기 설정해 둔 기타충당부채는 115억원에 불과했기에 부채 증가도 불가피했다. HJ중공업은 진행 중인 소송사건과 관련해 지급될 것으로 예상되는 금액 등에 대해 ‘기타충당부채’로 계상하고 있다.
 
HJ중공업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3년간 소송에 최선을 다한 결과로 받아들이고 있고, 조선부문의 큰 리스크가 해소된 점은 희망적”이라며 "상소 여부에 대해선 아직 아는 바가 없고, 상소 여부를 확인 후 당사 소송대리인을 통해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갈 길 먼 재무성적표 돌파구는…건설 '성장'·조선 '정상화'
 
HJ중공업은 수백억원대 손해배상 위협에서 벗어났지만, 최근의 경영 성과는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조선부문 손실이 여전히 이어지면서 올해도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상태다. 다만 건설부문에서 견조한 수주를 바탕으로 올 하반기 ‘턴어라운드’가 기대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HJ중공업은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 9063억원, 영업손실 862억원을 기록했다. 약 256억원의 금융비용까지 더한 반기순손실은 1041억원에 달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7934억원) 대비 14.2% 증가했지만, 지난해 상반기 48억원의 영업이익은 대규모 영업손실로 돌아섰다.
 
HJ중공업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올 상반기 조선과 건설부문 손실을 선제적으로 충당부채로 설정하면서 대규모 손실을 피할 수 없었다”라며 “손실을 기반영한데다 지난해 말부터 조선·건설부문에서 각각 괄목할 만한 수주 성과를 올렸기 때문에 올해 하반기 크게 개선된 성적을 기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HJ중공업은 지난 2021년 연결 기준 108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이후 2022년에도 영업이익은 66억원에 불과했다. 올 상반기 다시 영업성과가 '손실'로 돌아서면서 재무건전성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실제 지난 2021년 12월 말 연결 기준 HJ중공업의 부채비율은 452%에서 2022년 12월 말 566%, 올해 6월 말 835%로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 기간 자본총계가 4320억원에서 2806억원으로 1514억원 감소하는 동안 부채는 1조9532억원에서 2조3429억원으로 3897억원 증가한 영향이다.
 
 
회사는 조선부문의 경영정상화와 건설부문의 수주 증대로 이 같은 난관을 헤쳐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실제 HJ중공업 건설부문은 이달에만 약 5000억원 규모의 건설공사 수주를 기록했다. 보령신복합 1호기 건설공사(1863억원), 부산 구서4구역 재건축(962억원), 대구 아진아파트 가로주택정비사업(722억원), 대전 삼성동 가로주택정비사업(1476억원) 등 4건의 공사를 이달 4~18일 따냈다. 올해 6월 말 기준 HJ중공업 건설부문의 수주공사 계약잔액은 4조7915억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조선부문 수주잔고 역시 방산·신조선을 합해 1조8350억원이다. HJ중공업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건설부문에서 특히 발전소, 정비사업 등 안정적이고 수익성이 높은 공사들을 잇따라 수주하고 있는데다 올 상반기에는 이 같은 수주 공사들의 매출이 반영되지 않았다”면서 “조선부문 역시 올해 선임된 ‘재무통’ 유상철 신임 대표이사의 재무건전성 확보가 기대되고 있다”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권성중 기자 kwon88@etomato.com
 

권성중 IB토마토 권성중 기자입니다. 어려운 사실도 쉽게 전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