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계 CJ 흥행 실패 여파…미래에셋증권에 '불똥'
2분기 실적서 CJ CGV 채권 평가손실 실적 개선에 발목
2022년 연이은 영화계 흥행 실패 여파 금융가로 전염
"DCM 확대 과정서 시행착오…리스크 관리로 극복할 것"
공개 2023-08-24 06:00:00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영화계의 흥행 부진 여파가 미래에셋증권(006800)에까지 번졌다. CJ CGV(079160) 전환사채 미매각에 따른 평가 손실이 2분기 실적에 반영된 것이다.  앞서 지난 2022년 미래에셋증권은 CJ CGV가 4000억원 규모 영구 전환사채(CB) 단독 주관사였다. 하지만 구주주 청약과 일반공모 청약으로 전체 발행 분의 7.78%만 소화됐고 3688억원가량 미매각이 발생했다. 아울러 CJ CGV의 갑작스러운 1조원 규모 유상증자 발표로 인한 주가 폭락이 겹쳐 전환가격 조정 조건 없이 발행한 2305억원 규모 인수액은 미래에셋증권의 짐이 됐다. 
 
충당금에 발목 잡힌 2분기 실적
 
(사진=미래에셋증권)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의 올해 2분기 연결재무제표 기준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7% 감소한 1409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567억원, 매출액은 3조9775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51.2%와 31% 줄었다.
 
상반기 실적으로 따지면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9.7% 감소한 3791억원, 영업이익은 27.7% 줄어든 4384억원을 기록했다. 같은기간 매출액은 10조8429억원으로 1.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2분기 부진한 실적에 대해 미래에셋증권은 해외부동산 CJ CGV 전환사채 평가손실 등에 따른 충당금이 주요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삼성증권(016360)의 2분기 미래에셋증권 실적 분석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2분기 약 500억 규모 해외부동산 평가손실 (약 500억원), 주식담보대출 관련 미수채권 충당금 (약 260억원), CJ CGV 전환사채 평가손실 (약 150억원) 영향으로 운용 손익이 대폭 감소(1292억원, QoQ –64.0%)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지난 2022년 CGV의 4000억원 규모 전환사채 공모에서 기존 주주 청약률은 3.64%에 불과했다. 이후 진행한 일반투자자 대상 판매에서도 청약률 7.78%에 그쳤다. 코로나 펜데믹 회복 기대감이 한창이던 2021년 3000억원 공모 전환사채의 청약률(기존주주 29.55%, 일반투자자 5440.02%)과는 정반대의 결과였다.
 
결국 전환사채 흥행 참패가 현실화하면서 미래에셋증권 등 4개 증권사들은 계약 당시 약속한 배정금액대로 남은 물량을 모두 떠안았다. 미래에셋증권이 2305억원, NH투자증권이 829억원, KB증권이 461억원, 유진투자증권이 92억원의 물량을 가져갔다. 하지만 CGV의 연이은 사업 부진과 유상증자 등의 악재가 이어지면서 공모 전환사채의 주식 전환가격 2만2000원대비 21일 현재 CJ CGV의 주가는 7000원대에서 거래 중이다.
 
채권 발행 이후 CGV주가가 전환가격보다 계속 낮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환사채 발행 당시 전환가격 조정(하향 리픽싱)도 없는 조건으로 발행한 미래에셋증권은 주식전환을 해도 손실을 보니 시장금리가 크게 오른 상황임에도 이자 0.5%만 받고 CGV에 돈을 빌려주고 있는 처지다.
 
2022년 한국 영화계 흥행 참패 후폭풍 금융시장으로 전염
 
코로나 펜데믹 이후 영화산업의 회복을 기대하던 시장의 CJ CGV에 대한 외면은 최근 이어진 극장가의 흥행 실패의 여파로 풀이된다.
 
KOBIS(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전국 관객수는 2013년 2억명을 넘어선 이후 2019년에 2억2600만명선까지 증가했다. 하지만 2020년과 2021년 코로나19의 여파로 관객수가 급감해 각각 5900만명, 6000만명 수준에 머물렀다. 아울러 2022년 엔데믹(코로나19의 풍토병화)이 선언됐음에도 관객수는 1억1000만에 그쳤다. 2023년 8월 현재까지 극장 관객수는 8100만명 수준으로 큰 이변이 없는 이상 코로나 이전의 절반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관객수 부진은 2022년 큰 기대를 모았던 대작들의 흥행 실패가 이어지며 한층 가중됐다.
 
외계+인 1부와 비상선언 포스터 (사진=CJ CGV)
 
지난 2022년 '범죄도시2'는 팬데믹 이후 최초 관객수 천만 돌파와 뒤를 이은 탐 크루즈 주연의 '탑건: 매버릭'의 흥행 성공으로 기대감을 모았던 국내 영화업계는 연이은 대작들의 흥행실패에 고배를 마셔야 했다.
 
2022년 7월 개봉한 영화 '외계+인'(감독 최동훈·제작 케이퍼필름) 1부는 영화 '타짜'와 '도둑들', '암살'을 연출한 최동훈 감독이 약 6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으로 배우 류준열 김태리 김우빈 소지섭 등 흥행 스타가 출연해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개봉 전에 진행된 언론과 일반 시사회 이후 난해한 세계관과 부족한 개연성이 대중의 혹평을 받으며 누적 관객수 152만명에 그치며 흥행에 참패했다. 이어 개봉한 '비상선언'(감독 한재림) 또한 송강호, 이병헌 등 충무로 대표 흥행주자의 동시 출연으로 화제를 모았으나 역시 부실한 스토리와 낮은 개연성이 대중들의 혹평을 받으며 흥행에 참패했다.
 
이에 따라 코로나 이후 회복을 노리던 CJ CGV는 3년 넘게 적자 행진을 이어가야 했다. CJ CGV는 최근 3년간 영업실적에서 2020년엔 3887억원, 2021년엔 2414억원 적자에 이어 2022년에도 768억원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이어 계속되는 영업손실에 따라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한 자본 확충이 시장에서 악재로 작용해 주가도 직격탄을 맞았다.
 
CJ와 미래에셋증권의 불안한 동맹
 
2분기 실적에서 CJ(001040)가 미래에셋증권의 발목을 잡는 형국이 되자 기존 끈끈한 동맹 관계를 자랑하던 미래에셋증권과 CJ그룹 간의 동맹에도 균열이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시선도 나온다. 앞서 채권자본시장(DCM) 부문 확대를 이어온 미래에셋증권은 CJ그룹사의 회사채 주관을 주도해왔다.
 
CJ그룹은 2023년 상반기 CJ ENM(035760) 3000억원, CJ제일제당(097950) 4000억원, CJ대한통운(000120) 4000억원 등 일반 회사채를 발행했다. 2022년 상반기 대비 30.95% 물량이 증가한 수치로 발행 규모는 총 1조1000억원에 달했다. 이 중 CJ그룹 계열사 일반 회사채 물량을 가장 많이 인수한 곳은 미래에셋증권이었다. 미래에셋증권의 CJ그룹 회사채 인수실적은 1820억원으로 CJ그룹 계열사 전체 발행 규모 중 16.55%였다.
 
 
계열사별 채권 주관 실적을 살펴보면 미래에셋증권은 올 초 CJ제일제당, CJ대한통운 등 두 개의 일반 회사채 발행의 대표 주관사이면서 인수단에도 포함됐다. CJ대한통운의 경우 2년물 10억원, 5년물 710억원, CJ제일제당은 5년물 800억원을 인수했다. CJ ENM의 경우 대표 주관사에는 포함되지 않았으나 인수단이었다. 3년물 300억원을 인수했다.
 
이 같이 미래에셋증권은 사업 다각화 동반자로 여겼던 CJ그룹이 무거운 짐이 되어가는 형국이다. 하지만 미래에셋증권은 사업 확대 과정에서 겪는 시행착오일 뿐이며 리스크 관리를 통해 이를 극복하겠다는 입장이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DCM 사업 진행 규모가 전년 대비 2배 이상 커졌을 정도로 현재 DCM 부문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라며 "일부 발행 채권에서의 손실은 사업 확대 과정에서 발생한 시행착오의 과정일 뿐이며 향후 지속적인 리스크 관리로 사업 다각화와 성장을 이끌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
 

최윤석 자본시장 파수꾼 최윤석 기자입니다. 가장 멀리 가장 먼저 찾아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