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확보한 티이엠씨, 신사업 향방은 '오리무중'
1분기 현금성자산 1190억원…2022년 말 대비 217.5% 폭증
지난해 특수 누린 희귀가스 가격 안정화로 사업다각화 필요
증착재료 전구체 사업 눈독…신규사업은 여전히 '검토중'
공개 2023-06-22 07:00:00
이 기사는 2023년 06월 20일 14:43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홍인택 기자] 반도체용 특수가스 생산기업 티이엠씨(425040)(TEMC)가 신사업 카드를 만지고 있다. 지난해 전쟁특수를 통해 희귀가스 관련 매출이 폭발적으로 성장했지만, 특수가 마무리되면서 감익이 불가피한 탓에 사업구조 다각화를 노리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신사업 방향은 확정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TEMC는 올해 1분기 현금성자산이 1190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217.5% 폭증했다. 올해 초 코스닥 상장으로 504억원을 확보한데다가 지난해 반도체 특수가스인 네온(Ne), 제논(Xe), 크립톤(Kr)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영업이익률이 크게 상승하면서 영업으로부터 창출된 현금만 572억원에 달했기 때문이다.
 
현금성자산 폭증으로 TEMC의 관련 재무지표도 큰 폭으로 안정화됐다. 1분기 기준으로 무차입경영에 돌입하면서 자금 여유가 생긴 셈이다.
 
다만, 지난해 실적 서프라이즈의 원동력이 희귀가스 가격 폭증에 의한 것으로, 올해는 Ne, Xe, Kr 가격이 안정화되면서 외형 축소와 감익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주요 해석이다. TEMC는 마침 현금성자산이 풍부한 상황에서 웨이퍼 증착재료의 전구체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특수로 떼돈 번 TEMC
 
TEMC의 주력제품은 반도체 공정에 투입되는 Ne, Xe, Kr 등 희귀가스와 에칭용 특수가스다. 이들 희귀가스의 주요 원산지는 중국, 미국,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로 TEMC는 가스 원료를 각국에서 수입해 정제한 후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 TSMC 등에 공급하고 있다.
 
지난해 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개시하면서 수급 상황이 불안정해지자 희귀가스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Ne, Xe, Kr 수입가격은 각각 ㎏당 1613달러, 9145달러, 903달러로 전년 대비 2634%, 212%, 113% 폭증했다.
 
희귀가스 품귀현상으로 TEMC의 매출과 영업이익도 크게 늘어났다. 다만, 영업활동현금흐름(OCF)으로 221억원이 유입된 가운데 292억원이 자본적지출(CAPEX)로 빠지면서 잉여현금흐름(FCF)은 줄곧 유출을 지속하고 있었다.
 
TEMC는 탄소계열 특수가스(COS, CO 등) 증설을 위해 코스닥에 상장했는데,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공모자금으로만 504억원 조달에 성공했다. 올해에만 시설투자에 266억원, 재료비 구입 등 운영자금에 290억원, 시설차입금으로 금융기관에서 빌린 차입금 상환에 86억원을 쓸 예정이었지만, 1분기 CAPEX는 36억 수준으로 파악된다.
 
아직은 지표상 현금여력이 충분한 셈이다. 올해 1분기 단기성차입금은 328억원, 총차입금은 436억원으로 기확보한 현금성자산보다 현저히 적은 상태가 됐고, 순차입금이 -754억원이 되면서 사실상 무차입경영으로 돌입하게 됐다.
 
 
희귀가스 가격 안정화로 올해 감익은 불가피
 
다만, 업계에서는 TEMC가 올해 지난해와 같은 어닝 서프라이즈는 기록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감익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희귀가스 가격이 안정화되면서 특수 효과가 사라진 탓이다.
 
올해 1~5월 기준 Ne, Xe, Kr 수입가격은 각각 380달러, 6461달러, 121달러로 나타났다. 4~5월 가격은 더 떨어져서 129달러, 4023달러, 112달러로 지난해 2분기 가격과 비교했을 때 94%, 48%, 92% 급락했다.
 
가스 업계 관계자는 "올해 가스가격이 점점 정상화되면서 TEMC의 매출 감소는 불가피하다"라면서 "지난해 3000억~4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는데 올해는 500억~600억원에 머물 것"이라고 말했다.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도 "지난해 비정상적으로 급등했던 희귀가스 가격이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2분기까지 감익이 불가피하다"라고 덧붙였다.
 
TEMC의 포트폴리오에는 희귀가스만 있는 것은 아니다. 탄소계열 특수가스를 비롯해 증권가에서 경쟁력을 높게 사고 있는 디보란(B2H6)도 현재 증설 중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TEMC의 디보란 시장 확대 능력에도 물음표를 띄우고 있다. 업계 1위인 에어리퀴드가 원익머트리얼즈(104830)를 통해 한국에 공급하고 있고, 한국메티슨특수가스도 충남 아산공장에서 디보란을 생산하고 있는 탓이다. TEMC는 현재 한국메티슨특수가스로부터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위반 및 업무상배임 소송이 걸린 상황이고, 검찰 조사에 협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션브릿지 주가 추이(사진=네이버증권)
 
사업다각화 필요한 상황…증착재료 전구체 사업 찾나
 
반도체 산업은 공정 정밀도가 매우 민감하게 작용하므로 벤더를 쉽게 바꾸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게다가 전방업체들이 감산조치에 들어가면서 업계에서는 C4F6 가스도 당분간 후성(093370)과 머크를 중심으로 공급선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TEMC로서는 희귀가스 외에도 사업다각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오션브릿지(241790)의 최대주주인 팬아시아반도체소재유한회사가 보유 지분 33.40%를 매각하기 위해 우협대상자를 선정하고 있고, TEMC가 지분 인수전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지난 15일 TEMC와 오션브릿지 모두 공시를 통해 해당 사실을 부인했다. 19일 기준 오션브릿지의 시가총액은 1671억원으로 파악된다.
 
오션브릿지는 D램과 낸드 공정시 필요한 HCDS(헥사클로로디실란) 등 증착재료 전구체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한 반도체 가스 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TEMC가 신사업으로 증착재료 전구체 사업에 관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만, TEMC가 공모자금을 특수가스 증설에 투입할 예정임을 고려하면, 실질적인 오션브릿지 인수 역량이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TEMC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신규사업은 여러가지를 생각하고 있으나, 구체화된 것은 없다"라며 "신규사업이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자금조달 규모와 방법 등은 일상적인 경영활동 측면에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신규 사업을 위한 타사 지분 인수 계획도 잡혀 있는 것이 없다"라고 덧붙였다.
 
홍인택 기자 intaek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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