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미분양 상황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올해 1월 말 기준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총 7만5359호로 전월 대비 10.6% 증가하며 빠른 속도로 불어나는 추세다. 일각에서는 이제 시작일 뿐이라는 경고와 함께 올해 안에 미분양 주택 수가 10만호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분양 리스크'는 국내 주택사업 비중이 높은 건설사에게는 치명적이다. 올해 미분양 우려가 상대적으로 높은 건설사들을 3회에 걸쳐 살펴본다.(편집자 주)
[IB토마토 노제욱 기자]
한신공영(004960)은 최근 1년 분양에 나선 단지들이 잇따라 '참패'를 기록하면서 미분양 물량이 대거 쌓인 것으로 파악된다. 미분양 물량 해소에 집중함에 따라 마케팅 비용 등 자금 소요가 이어지며 수익성 감소가 예상된다. 이로 인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실적 악화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한국신용평가)
16일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한신공영이 지난 2021년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약 1년간 분양에 나선 총 11개 단지 중 단 2개 단지만 '완판'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9개 단지는 선착순 분양 등 현재 '물량 털어내기'에 돌입한 상태다.
3개 단지를 제외한 나머지 단지들이 경북, 충남, 경남, 울산 등 지방에 쏠려 있는 것이 '패인'으로 분석된다. 특히 경북, 충남 등은 올해 1월 기준 미분양 주택 수가 각각 9221호, 8653호를 기록해 타지역 대비 높은 상황이다. 이들 지역은 기존 공급량이 많아 청약시장이 얼어붙은 지역이다.
현재 분양이 진행 중인 9개 단지는 모두 초기 청약경쟁률이 2대 1도 넘기지 못하는 등 저조한 성과를 기록해, 미분양 물량이 대거 쌓여 있을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한신공영 측에 따르면 자체사업으로 진행한 '포항 한신더휴 펜타시티'(2192세대)의 경우 지속적인 마케팅 활동으로 현재는 80%가 넘는 계약률을 기록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해당 단지가 이른 시일 내에 '완판' 단지 행렬에 합류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문제는 나머지 단지들이다. 고금리 등으로 인해 전국적으로 미분양 물량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수요자 입장에서는 선뜻 신규 단지 청약에 나서기보다는 당분간 관망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해당 단지들의 미분양 물량을 털어내기 위해 마케팅 비용 등 자금 소요가 이어지면서 한신공영은 수익성 감소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최근 판매비 및 관리비(판관비)가 늘어난 점도 '포항 한신더휴 펜타시티'의 분양 촉진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한신공영은 판관비로 865억원을 썼다. 전년(1055억원) 대비 줄었지만 여전히 큰 금액이 지출되고 있다. 전체 매출액 대비 비율로는 지난 2020년 5%대였으나 2021년 8%로 오른뒤, 지난해에도 7.1%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아울러 향후 다른 단지들에서도 '물량 털어내기'를 위해 자금 소요가 지속되면서 수익성 감소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신공영 관계자는 "포항 지역에서 미분양 물량 해소를 위해 마케팅 활동을 진행했다"라며 "이와 관련한 광고선전비, 인건비, 중도금 무이자 혜택 제공을 위한 금융비용 등 자금 소요가 판관비에 포함됐다"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판관비 부담은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 이선일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신공영의 실적 부진 결정적 요인은 판관비 부담"이라며 "'포항 한신더휴 펜타시티' 등 대형 자체사업의 분양 관련 마케팅에 비용이 대거 투입됐다"라고 말했다. 이어 "결과적으로 분양률을 크게 끌어올리는 데는 성공했지만 이로 인한 수익성 급락은 불가피했다"라고 강조했다.
한신공영은 지난해 매출 1조2216억원, 영업이익 39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6.8%, 11.7% 감소한 수치다. 당기순이익도 400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10.5% 줄었다. 한신공영 측은 건설경기 둔화 및 건자재 가격 상승 영향 등으로 매출 및 수익성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한신공영은 국내 주택부문에 대한 사업의존도가 높아 향후 분양성과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3분기 기준 국내 건축 공사(도급)의 비중은 51.3%, 자체사업은 22.9%로 두 수치를 합하면 74.2%에 달한다.
용지 취득을 비롯한 자금 선 투입 규모가 크고 분양성과에 따른 리스크가 존재하는 자체사업의 비중이 큰 점도 우려된다. 또한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한신공영이 진행하는 도급사업 대부분이 분양실적에 따라 공사비 회수 규모가 결정되는 '분양불' 조건으로 계약을 맺은 것으로 파악된다.
김상수 한신평 수석연구원은 "향후 주요 주택사업의 원활한 진행 여부와 분양성과가 한신공영의 사업 안정성 및 영업실적의 중대한 변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주택경기 침체와 분양경기 저하가 장기화될 경우 주택사업 전반의 추가적인 변동성이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가운데 자체사업 관련 자금 소요로 재무부담은 증가하고 있다. 올해 1월 말 연결기준 한신공영의 진행 및 예정 자체사업 현장은 총 11곳에 달한다. 이에 따라 부채비율은 지난 2020년 말 179%에서 지난해 9월 말 229%로 상승했으며, 같은 기간 순차입금도 1651억원에서 6434억원으로 크게 불어났다.
김 연구원은 "아산 권곡동 자체사업장을 포함하여 지난해 분양한 사업장들의 분양실적 부진으로 영업자산 회수 시점의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가운데, 신규 자체사업과 관련한 용지매입 지출이 예정돼 있는 점을 감안하면 재무부담 완화에는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한신공영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중도금 무이자 혜택 제공과 2차 계약금의 대출이자를 지원해 주는 '안심보장제' 등만 진행하고 있으며, 할인분양은 전혀 하지 않고 있다"라며 "분양가격을 낮춰주는 할인분양을 시행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수익성 감소로 보지는 않는다"라고 말했다.
노제욱 기자 jewookis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