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이하영 기자]
두산에너빌리티(034020)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과 손잡고 원전 수주 드라이브를 걸었다. 지난해는 한국형 대형원전(APR1400)을 필두로 해외수주에만 관심이 집중됐으나, 올해는 국내 원전 재개와 소형모듈원전(SMR) 등도 추가해 수주 물량이 더욱 풍성해질 전망이다.
김정관(왼쪽) 두산에너빌리티 마케팅부문 부사장과 호세 레예스 뉴스케일파워 CTO가 지난달 21일(현지 시각) 미국 올랜도에서 개최된 ‘파워젠 인터내셔널 2023’에서 면담 후 기념촬영을 진행했다.(사진=두산에너빌리티)
7일 두산에너빌리티에 따르면 올해 수주 목표액은 지난해보다 1조원가량 증가한 8조6000억원 규모다. 지난해 채권단 관리체제를 종료한 두산에너빌리티는 올해 대형원전·SMR·가스터빈·신재생 등 수익성 중심 사업전환으로 성장성을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이 중 약 40%인 3조4400억원은 원전으로 달성한다는 목표다.
두산에너빌리티의 올해 첫 원전 수주는 국내로 예상된다. 한수원이 지난해부터 탈원전으로 중단한 원전 사업 진행에 적극적이기 때문이다. 실제 한수원은 지난달 22일 새울 3·4호기(옛 신고리 5·6호기) 발전소 건설비용 명목으로 회사채 1500억원을 발행한다고 공시했다. 한수원은 두달 전인 지난해 12월에도 동 시설에 건설비용으로 47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석달 새 새울 3·4호기에만 6200억원을 쏟아부은 셈이다.
이는 윤석열 정부의 ‘새정부 에너지정책 방향’과 연결된다. 윤 정부는 출범 당시 탈원전 탈피 의사를 분명히 했다. 원전생태계를 복원해 2030년까지 원전 비중 30% 이상 확대하고, 원전 10기를 수출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정책 방향이 바뀌며 2014년 9월 시작해 멈춰있던 새울 3·4호기 건설도 급물살을 탔다. 산업통상자원부(산자부)는 지난해 12월 말 고시에서 새울 3·4호기로 원전 명칭을 변경하며 공사 비용을 기존(8조6254억원)보다 1조1750억원 증액하고, 사업기간도 127개월에서 134개월로 늘렸다. 산자부는 두산에너빌리티와 소송전에 휘말렸던 신한울 3·4호기 주기기 계약도 이달 안에 마무리할 심사다. 원자력업계에서는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신고리 5·6호기 주기기 계약(약 2조3000억원) 보다 금액이 높을 것으로 추정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한수원을 비롯해 한국전력기술, 한전KPS와 함께하는 팀코리아로 수조원대 해외 대형원전 수주도 유력하다. 올해 폴란드 민간발전사 주도로 진행되는 신규원전 2기 건설에서는 6조~8조8000억원가량의 수주 결정을 앞두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에서는 1~4주기기에 이어 단독으로 후속호 주기기 수주 의사타진 중이며, 영국과 공동으로 신규원전 사업 참여도 검토 중이다. 사우디아라비아(사우디)가 발주 예정인 신규원전 2기도 참여 준비 중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체코에는 지난해 원전 1기의 입찰제안서 제출을 마무리했으며 내년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기다리는 중이다. 이후 추진할 3기의 원전 건설 입찰에도 참여할 방침이다. 두산에너빌리티에 따르면 팀코리아의 원전 영업은 체코·폴란드·사우디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슬로베니아·벨기에·네덜란드 등 유럽 전역으로 수주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이달 초 한수원이 개발한 APR1000의 표준 설계가 EUR(유럽 사업자 요건)을 통과하며 팀코리아의 원전시장 수출 경쟁력이 더욱 높아졌다는 평가다. APR1000은 한수원이 유럽 입찰 표준에 맞춰 수출형 원전으로 개발한 모델이다.
(사진=두산에너빌리티)
두산에너빌리티는 SMR에서도 올해 6000억원의 수주를 자신했다. 2019년 지분투자를 단행한 세계 1위 SMR 기업인 뉴스케일파워향 수주 덕분이다. 뉴스케일파워는 2020년 미국원자력규제위원회(NCR)에서 SMR로 설계 인증을 취득한 유일한 업체로 현재 SMR상용화가 가장 유력하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뉴스케일파워의 SMR 대량 생산으로 2025년에는 1조1000억원, 2028~2032년에는 평균 1조5000억원의 수주 물량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SMR은 전 세계적으로 실증사업 추진 단계이나 안전성이 높고 건설 기간이 빨라 각광받는 원전 신사업으로 손꼽힌다. 원자력연구원에 따르면 위험성은 대형원전보다 100배 더 낮으며 건설기간은 기존 56개월에서 20개월 앞당겨진 3년이면 가능하다. 생산단가는 1기당 대형원전의 절반 수준인 1조~2조원 정도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SMR 시장은 2035년 630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문경원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신한울 3·4호기 수주는 확정적이며, 수의계약 형태로 진행하는 폴란드 퐁트누프는 2023년 하반기 재원 조달에 합의된다면 본계약 가능성이 매우 높다”라며 “2023년부터 SMR 수주(6000억원)가 개시되는 점도 긍정적이라 향후 10년 동안 연평균 약 1조2000억원의 SMR 수주가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이하영 기자 greenbooks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