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질적 실적 부진에 불안정한 유동성…카나리아바이오, 350억원에 인수올해만 CB 6번 발행한 카나리아…M&A 후에도 외부 자금조달 가능성 높아실질 매각 대금 50억원 수준…헐값 매각에 FI 투자 관측도 나와
[IB토마토 박수현 기자] 1호 기술특례상장기업
헬릭스미스(084990)가 경영권 매각으로 가닥을 잡았다. 증시 입성 이후 희귀질환 치료 후보물질 ‘엔젠시스’에 대한 임상 기대감으로 이목을 끌었지만, 고질적인 실적 부진에 이어 자금조달 어려움이 가중되며 최대주주 자리마저 내놓은 것이다. 업계에서는 최대주주 변경으로 헬릭스미스의 계속되는 적자와 유동성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지도 관심사로 떠오른다.
헬릭스미스 사옥 전경. (사진=헬릭스미스)
2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헬릭스미스는 지난 21일 카나리아바이오엠에 경영권을 이전하는 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 오는 2023년 1월31일 열리는 주주총회를 통해 경영권 이전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는 약 35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따른 것이다. 경영권을 넘겨받는 카나리아바이오엠은 오는 29일 350억원의 유상증자 대금을 납입하고 헬릭스미스의 주식 297만1137주를 취득할 예정이다. 유상증자가 끝나면 카나리아바이오엠은 7.31%의 지분을 확보해 최대주주 자리에 오르고, 기존 최대주주인 김선영 대표이사의 지분율은 기존 5.21%에서 4.83%로 떨어져 2대 주주로 물러나게 된다. 김 대표의 특수관계인 포함 지분율은 7.27%에서 6.74%로 내려갈 예정이다.
헬릭스미스가 최대주주 변경까지 수반하는 유상증자를 추진하게 된 데는 그간 운영 과정에서 유동성 고갈 상황을 견뎌낼 체력이 부족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헬릭스미스는 지난 2005년 국내에서 최초로 기술특례 트랙으로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바이오기업이다. 1996년 서울대 학내 벤처로 설립된 회사는 고유의 유전자 치료 기술로 가치를 인정받았다. 핵심 후보물질인 ‘엔젠시스’의 개발 성공 기대감으로 신드롬에 가까울 정도로 주가가 가파르게 상승했다. 바이오주에 대한 투자가 몰렸던 2019년에는 코스닥 내 시가총액 2위에 오르기도 했다.
내홍도 많이 겼었다. 먼저 기술특례기업 특성상 자체적인 매출 발생 요인이 없어 임상 지속가능성에 끊임없이 물음표가 붙었다. 헬릭스미스는 2014년 이후 단 한 번도 흑자를 기록한 적이 없다. 연 매출액이 50억원을 넘지 않는 상황에서 연구개발비와 판매관리비가 크게는 1000억원 가까이 발생하며 적자 경영을 이어왔다.
계속된 적자 경영으로 인해 자기자본 대비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법차손) 비중이 50%를 넘어서며 2020년에는 관리종목 위기를 겪기도 했다. 당시 헬릭스미스는 관리종목 지정을 막기 위해 무리하게 유상증자를 실시했는데, 고위험 자산 투자 논란과 엔젠시스 임상3상 실패 소식 등 악재가 겹치며 주가 하락을 직격탄으로 맞았다. 당시 15만원 이상으로 치달았던 주가는 올해 1만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시가총액 또한 코스닥 100위권 바깥으로 밀려났다.
불안정한 현금유동성도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다. 대규모 임상 자금이 필요한데 자체 이익창출력이 없었기 때문에 유상증자를 단행하거나 회사채와 전환사채(CB)를 찍어내야 했다. 또한 자회사였던 골든헬릭스와 제노피스 등의 지분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재무구조를 겨우 개선해내기도 했다. 외부자금 의존도를 파악하는 지표로 쓰이는 잉여현금흐름(FCF)은 수년째 수백억원대의 적자를 유지해오고 있다. 아울러 이익잉여금이 마이너스(-)일 때 나타나는 결손금은 올해 3분기 기준 3868억원까지 불어난 상황이다.
헬릭스미스가 1호 기술특례상장기업으로서 무너진 명성을 회복하는 방법은 결국 엔젠시스의 임상을 성공시키는 것이다. 엔젠시스는 회사의 유전자 치료 기술을 바탕으로 한 신약 후보물질이다. 파이프라인은 루게릭병과 당뇨병성 신경병증, 중증하지허혈증 등 6가지로 나뉘어 진행되고 있다.
한편, 시장은 헬릭스미스가 최대주주 변경 이후에도 모회사로부터 자금을 수혈받기보다는 외부에서 증권 발행 등을 통한 자금조달을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최대주주 자리에 올라서는 카나리아바이오엠도 보유 현금고가 풍부한 상황은 아니기 때문이다.
카나리아바이오엠은
카나리아바이오(016790)와
세종메디칼(258830) 등 연결대상 종속회사 7곳을 보유한 지주회사다. 연결기준 영업활동현금흐름은 3분기 –18억원으로 적자인 상황이다. 대신 올해만 6차례의 CB를 발행하며 4351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이에 따라 현재 회사가 가진 현금성자산은 370억원 정도다. 헬릭스미스로선 기존과 크게 다르지 않은 방식으로 자금조달을 진행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이번 인수·합병(M&A)이 향후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염두에 둔 재무적투자자(FI) 성격의 투자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매각 대금 350억원이 헬릭스미스가 그간 키워온 입지에 비해 헐값에 가까운 만큼, 이후 기업가치가 다시 상승하면 팔아치울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헬릭스미스가 카나리아바이오엠의 연결기업인 세종메디칼이 발행하는 300억원어치 CB를 취득하는 점을 감안하면 카나리아바이오엠 입장에선 50억원에 헬릭스미스를 인수한 것이다.
다만 카나리아바이오엠 측은 이번 M&A가 전략적 사업 협력을 위한 결정임을 강조하며 엑시트 계획이 없다고 못 박았다. 카나리아바이오엠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일단 보호예수기간이 1년으로 잡혀 있기 때문에 현재까진 엑시트를 하겠다는 계획은 없다"라며 "애시당초 이번 헬릭스미스 인수는 카나리아바이오 그룹사로서 업무적 시너지를 낼 수 있겠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헬릭스미스 또한 같은 입장이다. 헬릭스미스 관계자는 "이번 경영권 양수도 계약 및 관련 공시는 그간 다각도의 검토 및 논의를 거쳐 양사 간 최적의 파트너십을 끌어내기 위해 결정한 것"이라며 "경영권 양수도 이후에도 헬릭스미스의 주요 파이프라인들에 대한 R&D는 예전과 같이 이루어지고, 향후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이 진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수현 기자 psh557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