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자회사 정리 나선 안국약품…실적 개선에도 주가 '지지부진'
자회사 메디페르, 3년 적자에 자본잠식률 87%
전문경영인 체제 전환 후 매출·영업이익 동반성장
주가는 지지부진…주주가치 제고 움직임 보일까
공개 2022-12-05 07:00:00
이 기사는 2022년 12월 01일 19:34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박수현 기자] 올해 초 전문경영인 체제로 새롭게 출발한 안국약품(001540)이 부실 자회사를 정리하며 경영 효율화를 꾀하고 있다. 재무구조가 열악한 자회사를 흡수합병함으로써 사업 간 시너지 효과를 높이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안국약품이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한 뒤 실적 개선에는 성공했지만, 여전히 부진한 주가가 이어지고 있어 보다 적극적으로 주주가치 제고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안국약품 전경. (사진=안국약품)
 
1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안국약품은 오는 2023년 1월25일 자회사 메디페르를 흡수합병한다. 메디페르는 안국약품의 100% 자회사로, 신주를 발행하지 않고 1:0 비율로 합병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합병 완료시 안국약품는 존속회사로 계속 남고, 메디페르는 소멸된다.
 
이번 합병은 소유구조 개편을 통한 경영 효율성 제고와 재무구조 개선 차원에서 이뤄진 모습이다. 메디페르가 안국약품의 연결대상 종속법인인 만큼 합병 이후에도 연결재무제표 기준 재무적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안국약품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합병법인 안국약품이 피합병법인 메디페르를 흡수합병함으로써 경영효율성을 제고하고 사업의 경쟁력을 높이고자 한다”라며 “메디페르는 합병 이전에도 연결대상 종속법인이었으며, 합병은 연결재무제표상 매출과 손익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화장품 사업 위해 설립한 메디페르…3년 만에 흡수한 배경은
 
메디페르는 안국약품이 화장품 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지난 2018년 8월 17억원을 출자해 설립한 회사다. 루테인앰플과 루테인아이크림 등 루테인 성분의 화장품을 잇따라 내놓으며 미용 시장 공략에 나섰지만, 뚜렷한 성과를 거두진 못했다. 설립 이듬해인 2019년 7억5617만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한 데 이어 2020년과 2021년에도 각각 1억528만원, 2억6109만원의 적자경영을 이어갔다. 매출액도 2019년 8억2316만원, 2021년 8억3435만원으로 변화가 거의 없는 상황이다.
 
메디페르가 자본잠식에 빠진 것도 흡수합병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메디페르 출범 당시 모회사인 안국약품이 보유한 지분율은 19%였다. 안국약품은 2019년 하반기 메디페르의 지분을 늘려 100% 종속회사로 편입시키는 등 지원을 지속했다. 그러나 메디페르는 그룹 차원의 재무구조 개선 작업에도 좀처럼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메디페르의 지난해 말 기준 자본총계와 부채총계는 각각 3682만원, 4억1668만원으로 부채비율이 1000%를 넘어선다. 자본총계가 자본금(2억8800만원)을 밑돌면서 87%의 부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메디페르 흡수합병에 따라 안국약품이 갖는 부담도 일부 덜어질 전망이다. 통상 자회사가 적자일 경우 유상증자, 전환사채(CB) 발행 등을 통해 직접 자금 수혈에 나서거나 아예 조직 안으로 흡수해 손실을 떠안기도 한다. 모회사 입장에선 굳이 별도법인을 두지 않게 됨으로써 경영효율성을 늘리고 사업 간 시너지 효과도 높일 수 있다.
 
메디페르 흡수합병…적자 자회사 정리 신호탄 될까
 
이에 따라 안국약품의 이번 메디페르 흡수합병이 향후 자회사 정리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안국약품은 메디페르 외에도 안국바이오진단과 안국뉴팜, 안국건강, 프리즘스퀘어피에프브이, 프리즘스퀘어자산관리, 머스트바이오, 피코이노베이션 등 7개의 비상장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 이 중 안국건강과 과천프리즘스퀘어자산관리를 제외한 나머지 계열사 6곳에서 순손실이 이어져 오는 상황이다.
 
특히 안국약품의 주가가 저조한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도 향후 자회사 흡수합병이 이어질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다. 올해 들어 실적 개선에는 성공했지만, 주가가 뚜렷한 반등세를 보이지 않아 적극적인 주주가치 제고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곤 했다.
 
안국약품은 올해 3월 원덕권 대표이사를 선임한 바 있다. 1969년 고 어준선 명예회장이 인수한 이래 53년 만에 오너경영이 끝나고,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된 것이다. 원 대표가 경영 전면에 나선 이후 회사는 상반기 953억원 매출액과 28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외형 성장, 흑자전환을 이뤘다. 3분기 누적 매출액도 전년 대비 27.7% 증가한 1487억원이다.
 
그러나 안국약품의 주가는 실적 개선세와 달리 지지부진한 흐름이 지속됐다. 메디페르 흡수합병 결정을 발표했던 22일 주가가 전 거래일(8280원) 대비 9.3% 높은 9050원까지 오르기도 했지만, 3월 종가(1만1400원)에는 여전히 못 미치는 수준이다. 11월 종가는 8950원으로 3월 종가보다 21.5% 가량 낮다. 시가총액 또한 10월 기준 1076억원으로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7배에 불과하다. PBR은 주가와 주당 순자산을 비교해 나타낸 비율로 통상 1배 미만은 주가가 장부상 기업가치보다 낮게 평가받고 있다고 해석한다.
 
안국약품은 이번 흡수합병이 주주가치를 고려한 판단이라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메디페르 합병 결정에는) 주주가치를 제고하는 차원도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향후 추가적인 자회사 합병 여부에 대해선 "현재로선 계획돼 있지 않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주가 상승 방안에 대해선 "올해 신규 선임한 대표께서 연구개발(R&D) 전문가인 만큼, 앞으로 R&D 부문 강화나 투자에 조금 더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박수현 기자 psh557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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