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은주성 기자]
메리츠증권(008560)이 업황 부진에도 뛰어난 실적을 내며 순이익 업계 1위 자리까지 넘보고 있지만 최희문 메리츠증권 대표이사 부회장은 쓴웃음만 나오는 상황이다. 메리츠증권은 자기자본 규모도 5조원을 넘어서며 6위로 올라섰고 업계 위상도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최희문 부회장은 2010년부터 지금까지 12년째 회사를 이끌면서 이러한 메리츠증권의 성장을 견인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회사의 성장과 달리 부진한 주가 흐름에 최 부회장이 보유한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은 이익실현이 어려워 아직 '그림의 떡'일뿐이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주요 증권사들의 3분기 실적이 발표된 가운데 메리츠증권은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 6583억원을 거두면서 1위를 차지했다. 그 뒤를 신한투자증권(5703억원),
미래에셋증권(006800)(5651억원), 한국투자증권(4392억원) 등이 쫓고 있다.
NH투자증권(005940)의 3분기 순이익이 전년 대비 94% 급감하는 등 대부분의 증권사가 부진한 실적을 거둔 반면 메리츠증권만 유일하게 실적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어 4분기 실적 전망도 밝다. 이에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순이익 6위를 기록했는데 올해는 순이익 1위 자리를 노리게 됐다.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8235억원으로 증권사 중 유일하게 8000억원을 넘어서면서 영업이익 1조를 돌파할 것이라는 기대도 받고 있다.
최 부회장이 취임한 2010년 당시 메리츠증권은 자기자본 5250억원으로 업계 14위, 당기순이익은 200억원 수준인 중소형 증권사에 불과했다. 하지만 현재 자기자본 규모는 5조원을 넘으면서 6위로 올랐고 올해는 뛰어난 실적을 거두면서 업계 순이익 1위 자리까지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실적과 별개로 최희문 부회장이 보유한 스톡옵션 권리는 아직까지 무용지물이다.
최 부회장은 2010년 메리츠증권 대표이사 사장에 오른 뒤 12년간 회사를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다. CEO 임기가 짧기로 정평이 난 증권업계에서 현역 최장수 CEO이며 2017년에는 성과를 인정받아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지난 2015년 3월에는 경영성과를 인정받아 주주총회를 통해 290만주의 스톡옵션을 부여받았다. 당시 총발행주식의 0.9%에 해당하는 규모였다. 행사가격은 4710원이었지만 2016년 유상증자에 따라 4380원으로 낮아졌고 올해에는 자사주소각에 따라 4410원으로 다시 조정됐다.
스톡옵션 행사기간은 2020년 1월1일부터 2024년 12월31일까지 5년간이다. 이미 절반 이상의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까지 스톡옵션을 행사하지 않고 있다.
11일 메리츠증권 주가는 전날보다 3.73%(160원) 오른 445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메리츠증권 주가는 업황 부진 우려로 10월 내내 3000원대 수준에 머물다가 11월 들어 20% 오르면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최 부회장이 보유한 스톡옵션 행사가격(4410원)과 큰 차이가 없다. 결국 메리츠증권 주가가 더욱 상승해야 스톡옵션 권리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최 부회장이 스톡옵션을 부여받던 2015년 3월 당시 메리츠증권 주가는 5200원 정도였다. 스톡옵션 첫 행사가격(4710원)을 단순히 고려하면 10억원 이상의 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이후 메리츠증권 주가는 3000~4000원대를 주로 오가며 등락을 반복하는 흐름을 보였다. 특히 코로나19가 본격화된 2020년에는 주가가 2020원까지 떨어졌지만 이후 증권업 호황에 힘입어 올해 4월 7010원까지 상승하기도 했다.
하지만 금리 상승과 증시 위축, 부동산 경기 둔화 등으로 증권업황 부진 우려가 커지면서 증권사들 주가가 약세를 보이고 있다. 메리츠증권 역시 영향을 받으면서 주가가 10월에 3345원까지 떨어졌다. 4월과 비교해 절반 이상 급락한 것이다. 내년에도 증권업황 부진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주가 상승을 기대하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
메리츠증권 본사.(사진=메리츠증권)
실적 및 업황 외에 주주환원 정책의 변화도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5월 현금배당을 축소하고 소각을 전제로 한 자사주 매입으로 주주환원 정책을 변경하기로 했다. 메리츠증권 주식은 고배당주로 평가받아왔는데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통해 유통되는 발행주식 수를 줄여 주당 순이익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었다.
이에 메리츠증권의 시가배당률은 2020년 8.3%에서 2021년 1.9%로 크게 낮아졌다. 또 2021년 11월부터 2022년 11월까지 보통주 2467만주를 취득해 소각하기도 했다.
이론적으로 현금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 모두 주주환원 효과를 지닌다는 점은 동일하다. 단순히 계산한다면 현금배당을 받을 때 소득세를 지불하는 데다 자사주 소각을 통해 보유지분 가치가 상승하는 것이 더 낫다는 주장이다. 메리츠증권이 2011년 11월 1400억원 규모의 자사주취득 신탁계약을 맺은 뒤 주가가 12% 상승하기도 했다.
하지만 자사주를 매입 및 소각하더라도 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신뢰가 부족할 수 있고 외부 변수에 따라 증시 및 기업 실적 변동성이 확대되기 때문에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이 꾸준히 실현될지 불투명하다. 이에 현금배당을 통해 확고한 이익을 얻는 것이 좋다는 시선도 있다. 실제 주주환원정책 변화를 발표한 다음 거래일에 투자자들이 실망 매물을 내놓으면서 메리츠증권 주가가 13% 하락하기도 했다.
특히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진행하면 총발행주식이 줄고 주당 가치가 높아짐에 따라 스톡옵션 행사가격이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 최 부회장으로서는 스톡옵션 행사를 통한 차익을 기대하는 데 불리한 셈이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스톡옵션 행사가격 조정은 관련 규정에 따라 이뤄진 것이며 행사 여부는 개인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은주성 기자 e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