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박수현 기자]
유유제약(000220)이 지난해 발행한 3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 리픽싱(전환가액 조정)이 이뤄지면서 유원상 오너 일가의 지분율 희석이 불가피해졌다. 지속된 리픽싱으로 전환권 행사시 발행될 신주수가 늘어난 탓이다. 지난 6월 전환권 효력이 시작된 가운데 전환가액과 현 주가가 전혀 차이나지 않고,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 행사 가능시기까지 시간적 여유가 있어 보통주 전환에 따른 최대주주 지분 희석이 부담 요소로 떠오른다. 다만 CB에 콜옵션(매도청구권)을 부여해 최대주주 측의 지분 방어 장치는 마련해 둬 향후 CB 활용방안에 더욱 관심이 쏠린다.
유유제약 전경. (사진=유유제약)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5일 유유제약의 제30회차 CB의 전환가액(1000억원 규모)이 기존 6990원에서 6560원으로 조정됐다. 이는 유유제약이 지난해 6월 CB 발행 당시 설정했던 리픽싱 한도(최초 전환가액의 70%)까지 하락한 것이다.
유유제약이 CB를 발행했던 6월 이후 제약·바이오업계는 인플레이션 우려에 따른 증시 한파 직격탄을 맞았다. 아울러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 품목 허가 취소와 오스템임플란트 주식거래 정지 등 업계 내 부정적 이슈가 잇따르면서 투자심리가 급격히 악화됐다. 유유제약의 주가도 CB 발행 결정 당시 9200원(2021년 6월11일 종가)이었지만, 6560원(9월16일 종가)으로 30%가량 하락했다.
유동성 경색 우려가 크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 행사 가능 시기가 2023년 6월부터 시작되는 만큼 아직 시간적인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유유제약은 올해 상반기 기준 유동비율 171.2%에 부채비율 53.2%로 양호한 재무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9억원의 순손실이 나타나긴 했지만,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가 5년 연속 순이익 기조를 이어왔다. 아울러 현금및현금성자산과 매출채권·기타유동채권 등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의 합계가 약 670억원에 달해 CB 상환에 따른 단기적 유동성 압박은 대응 가능한 수준으로 판단된다.
다만 CB 전환가액이 리픽싱 한도까지 떨어지면서 최대주주 측의 지분율 희석이 하방압력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풋옵션 행사 가능 시기가 아직 9개월 정도 남은 데다가 CB 전환가액과 현 주가의 차이가 나지 않는 상황이어서 투자자들이 전환권을 선택할 개연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앞서 2018년 발행한 200억원 규모 CB(28회차)도 전체 170만9401주 가운데 166만6660주가 2020년 사이 보통주로 전환된 바 있다. 2019년 발행한 100억원 규모 CB(29회차) 또한 전체 165만5629주 가운데 165만5625주가 지난해 보통주로 전환됐다.
30회차 CB는 앞선 두 개의 CB에 비해 규모가 커 전환권 행사시 최대주주의 지분율 희석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잇따른 리픽싱으로 인해 전환권 행사시 발행될 신주 수는 최초 320만5128주에서 457만3170주로 늘었으며, 이에 따라 신주가 발행 주식 총수(1723만2351주)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6.07%에서 26.54%로 10%p 가량 높아졌다.
해당 CB가 향후 전량 보통주로 전환될 경우 오너 3세인 유원상 대표이사의 지분율은 기존 13.75%에서 10.87%로 떨어지게 된다. 아울러 특수관계자 포함 오너 일가로 구성된 최대주주의 지분율도 33.01%에서 26.09%로 낮아질 전망이다.
다만 유유제약은 CB에 콜옵션을 부여해 최대주주의 지분율을 높일 수 있는 방어 장치를 마련해놨다. 콜옵션의 행사 가능 규모는 CB 권면총액의 50%인 150억원이다. 해당 콜옵션은 CB 발행사인 유유제약의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이 CB 발행일로부터 2년이 지난 올해 6월15일부터 오는 2023년 6월15일까지 매월 15일마다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콜옵션을 통해 취득한 CB로 전환권을 행사할 경우 최초 전환가액 기준 당시 보통주 160만2564주를 취득할 수 있었다. 현재 최초 전환가액 대비 70%까지 리픽싱이 이뤄진 만큼 취득 가능한 주식은 최대 228만6585주로 불어났다. 지분율로 환산하면 8.74%에서 12.02%까지 늘어난 셈이다.
주가가 적정 수준이 아니라고 판단된다면 유유제약이 직접 취득해 자사주로 편입시킬 수도 있다. 이 경우에도 최대주주의 지분율 희석을 일부 방어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와 관련 유유제약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경영권 승계가 완벽하게 마무리된 상태이기 때문에 최대주주 지분과 관련된 위협이나 분쟁 요인은 특별하게 없다고 판단된다"라며 "또한 CB의 전환권 행사기간이 아직 많이 남아있는 만큼 현재로선 콜옵션 활용방안에 대한 계획도 갖고 있지 않다"라고 말했다.
이어 "CB 발행 당시 투자기관들이 상환 청구가 아닌 주식전환을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주가 부양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수현 기자 psh557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