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김수정 기자] 농협금융지주가 지속되는 자회사 출자로 재무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농협금융지주는 자기자본 대비 자회사 출자 여력을 나타내는 이중레버리지 비율이 지난 2년간 가파르게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개선세가 뚜렷한 4대 금융지주와는 극명하게 대조를 이룬다. 자회사가 코로나19 이후 건전성 관리에 고삐를 당기며 백기사로 나선 농협금융은 올 들어서만 자회사에 2조원 넘게 지원해 줬다.
11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농협금융지주가 자회사에 출자한 금액은 총 24조5800억원에 달했다.
농협금융지주의 자회사에 대한 자금 지원은 코로나19 발생을 기점으로 빠르게 늘었다. 지난 2020년 3월말 기준 20조7400억원이었던 자회사 출자금이 2년새 약 19% 증액됐다.
올들어 지난 3개월간 농협금융지주가 농협은행,
NH투자증권(005940), 농협생명보험 등에 출자해준 금액만 2조1300억원이다.
가장 큰 규모의 증자를 단행한 자회사는 농협은행이다. 농협은행은 지난 2월 유증을 통해 1조2000억원의 운영자금을 확보했다. 농협은행은 지난 2020년 11월 코로나에 따른 충격을 흡수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1000억원 규모로 자본을 확충했다. 이듬해 농협은행은 추가로 5000억원 규모의 유증을 단행했다.
NH투자증권 재무구조 개선 등의 이유로 작년 2000억원 규모의 유증에 이어 올해 3월 4000억원을 추가로 조달했다.
농협생명보험은 금리 상승으로 보유채권 평가액이 감소해 지급여력(RBC) 비율이 하락했다. 이를 끌어올리기 위해 지주사가 백기사로 나섰다. 농협생명보험의 RBC 비율은 1분기 기준 당국의 권고치를 밑도는 131.5%다. 이에 지난 3월 말 2250억원의 주주배정 증자에 이어, 4월 3750억을 추가 확보했다.
건전성 개선에 나선 자회사 탓에 지주사의 이중레버리지비율도 치솟았다. 농협금융지주의 이중레버리지비율은 지난 2020년 3월 말 115%에서 그해 말 117%로 높아졌다 작년 말 119%까지 상승했다. 이는 이중레버리지비율을 낮춘 4대 금융지주와 대조적이었다. 규제 수준 턱밑까지 갔던 신한은 110%까지 낮췄다. KB는 지난 2020년 3월 126%에서 올해 3월 112%로, 하나는 129%에서 123%로 각각 개선했다. 우리는 99%로 비율이 가장 낮다.
이중레버리지비율은 자본총계에 대한 자회사 출자총액의 비율이다. 금융당국은 130%를 넘지 않도록 규제하고 있다. 규제하는 수준에는 못 미치지만, 수치가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점은 고심이다. 지난 2월 농협금융은 자본 확충 차원에서 유상증자를 통해 약 1조원을 조달했으나, 3월 말 이중레버리지비율은 118%를 기록해 효과가 미미했다.
6월 말 기준 농협금융의 자기자본은 20조7200억원으로, 전 분기(20조7600억원) 보다 소폭 줄었다. 미처분 잉여금이 줄어든 까닭이다. 지난 4월 농협생명 출자를 감안하면, 2분기 이중레버리지비율은 1분기 보다 더 낮아질 전망이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자회사의 자본 건전성을 고려해 자본 확충 필요성에 따라 지주사도 자기자본을 늘려갈 계획"이라며 "현재 지주의 추가 유상증자 계획은 없다"라고 말했다.
김수정 기자 ksj021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