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김성훈 기자] 포스코에서 지난해에 이어 또 성폭력 문제가 발생하면서, 포스코그룹(
POSCO홀딩스(005490))의 ESG 경영에 대한 신뢰가 깨지고 있다. 올해 초 발생한 사망사고에 이번 성폭력 사건까지 겹쳐 ESG 중 ‘사회적 책임’을 의미하는 ‘S’ 부문의 등급도 낮게 책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더해 삼척블루파워의 석탄화력발전 문제까지 안고 있어 전체 ESG 등급이 저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최근 경북 포항에서 근무하는 여성 직원이 동료 남성 직원들로부터 성폭력을 당한 사건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포항제철소 여직원 A씨는 지난 12일 성폭행·추행 등으로 남성 직원 4명을 경찰에 고소했는데, 그로부터 11일 후인 지난 23일 포스코가 김학동 대표이사 명의의 사과문을 발표한 것이다. 포스코 측은 “최근 회사 내에서 발생한 불미스러운 성윤리 위반 사건에 대해 피해 직원·가족분들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라며 “엄중하게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라고 사실을 인정했다.
포스코 내부의 성윤리 위반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초에는 광양제철소에서 포스코 직원이 협력사 여직원을 성희롱한 사건이 발생했고, 같은 해 중순에는 포항제철소에서 50대 남성 직원이 동성의 20대 신입직원을 성추행하는 일이 벌어졌다.
더 큰 문제는 이에 대한 조치와 징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포스코 노조에 따르면 포스코 측은 성윤리 위반 사건이 일어난 후에도 가해자와 피해자를 즉시 분리하지 않았다. 피해자의 최초 신고가 있었음에도 분리 조치를 시행하지 않아 문제가 커진 이번 사건과 유사하다. 특히 협력사 여직원 성추행 사건 이후 1차 포스코 인사위원회에서는 가해 직원에 대해 해고 결정을 내렸지만, 최종 징계는 정직 3개월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2003년 윤리경영 선포 이후 성윤리 위반 등 4대 비윤리에 대해선 원스트라이크아웃 제도를 시행하는 등 엄격한 잣대로 임직원의 윤리의식을 높여왔다”라는 포스코의 설명과는 다른 조치다.
포스코홀딩스 윤리규범 발췌. (자료=포스코홀딩스)
포스코 노조는 이 같은 사측의 미온적 태도에 대해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내기도 했다. 지난 5월 말 포스코홀딩스가 공시한 자체 윤리규범 중 ‘임직원 보호’ 항목에는 ‘개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성희롱 행위를 포함하여, 다른 사람에게 불쾌감을 주는 언어적, 육체적, 시각적 행동을 하지 않는다’라는 조항이 명확히 있지만 계속해서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ESG 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대부분 ESG 위원회를 운영하고 있지만, 주로 투자·수익성과 직결되는 환경 문제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라며 “이 때문에 환경 문제는 줄었어도 인권·지배구조 관련 문제는 계속해서 발행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포스코홀딩스는 지난해 3월 정기주총에서 이사회 산하 ESG 위원회 설치를 결정했고, 분리된 사업회사 포스코도 ESG 위원회를 운영할 예정이다. 그러나 꾸준히 성과를 내는 친환경·탄소중립(E) 부문과 달리 사회적책임(S) 부문에서는 올해 초에만 두 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하는 등 취약한 모습을 보인다.
포스코홀딩스 ESG 등급 조정 내역. (자료=한국기업지배구조원)
업계에서는 이번 사건이 포스코홀딩스의 ESG 등급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 포스코홀딩스는 지난 3월 철강 부문 자회사인 포스코와 분리한 후 지주사가 됐는데, ESG 평가기관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규정에 따르면 주력 사업영역을 갖지 않는 지주사의 ESG 등급은 자회사 경영활동 등의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4월 ESG 평가에서 포스코홀딩스는 사업회사 포스코에서 일어난 근로자 사망사고로 인해 등급 하락을 겪었다. S 부문 등급이 A+에서 A로 강등되면서 전체 ESG 등급도 A+에서 A로 내려갔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ESG 모범 규준에서는 ‘기업은 근로자의 신체적 안전과 편의·정서적 안정·심리적 안정에 최적화된 근무 환경을 조성하여, 제품과 서비스의 질 향상, 생산성 증대 및 근로자의 사기 진작 등을 도모하여야 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번 성폭력 사건은 포스코 내부와 관리 감독·조치 미흡으로 근로자의 신체적·정신적·심리적 안정을 크게 훼손한 것인 만큼, 오는 10월 발표되는 ESG 등급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삼척블루파워 석탄화력 발전소 조감도. (자료=삼척블루파워)
사회적책임에 더해 포스코홀딩스가 특히 공을 들이고 있는 ‘환경’ 부문의 ESG 등급이 낮아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포스코홀딩스의 100% 자회사 포스코에너지가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추진하는 삼척블루파워의 지분 29%를 보유한 2대 주주여서다. 삼척블루파워는 지난 4월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용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회사채 수요예측을 진행했지만, 단 한 곳의 투자자도 확보하지 못했다. 지난해 6월에 이은 두 번째 미매각 사태였다.
ESG 기조를 역행하는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추진에 투자자들이 등을 돌렸다는 것이 당시 투자은행(IB) 업계의 중론이었다. 신축 예정인 강릉안인·삼척화력이 산업자원통상부에 제출한 환경영향평가서에 따르면 이들 화력발전소 총 4기에서 나오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연간 2811만t에 달한다. 이 중 삼척석탄화력발전소 2기에서 예상되는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은 1400만t으로 예상되는데, 문재인 정부가 73조4000억원을 투자해 2025년까지 감축하겠다고 공표한 온실가스양인 1229만t보다도 170만t 이상 많다.
ESG 업계 관계자는 “지주사 이사회의 ESG 방침이 계열사와 실무 직원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보다 적극적이고 강력한 대응책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김성훈 기자 voic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