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김성훈 기자] 양극재·분리막 등 배터리 소재 사업에 역량을 쏟고 있는
LG화학(051910)이 재활용 사업에서도 눈을 떼지 않는 모습이다. 비닐·플라스틱 재활용에 이어 이번엔 폐벽지 재활용에 나서면서 영역을 확대, 재활용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왼쪽부터) 황영신 LG화학 PVC/가소제 사업부장, 박민철 화성시 환경사업소장, 문종경 ㈜성지 대표이사가 화성시 환경사업소에서 PVC 폐벽지 자원 선순환 체계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MOU)를 체결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LG화학)
17일 LG화학은 경기도 화성시·㈜성지와 함께 PVC 폐벽지의 분리배출·수거·재활용 체계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MOU)를 체결했다. PVC(폴리염화비닐)는 창호·파이프·바닥재·전선·벽지 등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제품에 활용되는 플라스틱으로, 우수한 단열 성능과 내구성이 강점이다. 이번 시범 사업은 화성시 내 공동주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수요조사에서 참여 의사를 보인 약 8개의 단지를 대상으로 우선 진행한다. 이후 시범 사업 경과에 따라 화성시 전역으로 확대 적용해 나가는 것을 검토할 방침이다.
현재 많은 가정에서 도배지로 사용하는 PVC 벽지는 재생 원료로 재활용할 수 있는 자원이지만, 수거 시스템이 없고 다른 쓰레기와 함께 혼합 배출돼 전량 소각되는 실정이다. 이번 협약에 따라 화성시는 PVC 폐벽지의 올바른 분리배출 확산을 위한 시민 홍보·교육과 정책 수립을 추진한다. 또 공동주택 내 발생한 폐벽지를 수거해 화성시 자원화시설(팔탄면 고주리)에 보관 후 재활용 업체 ㈜성지에 인계할 방침이다.
20년 이상의 재활용 경험과 기술을 보유한 ㈜성지는 수거한 폐벽지의 종이층과 PVC 코팅층을 분리하고 각종 이물질을 제거하는 역할을 맡는다. 분리한 종이 분말은 종이몰드·계란판 부재료 등으로 사용하고, PVC 코팅층은 LG화학에 제공한다.
LG화학은 이렇게 전달받은 PVC 코팅층에 독자 개발한 물성 강화 처방과 컴파운딩(Compounding 합성가공) 기술을 접목, 고순도의 PCR PVC를 만든다. PCR(Post-Consumer Recycled) PVC는 소비자가 사용하고 난 후의 제품을 재활용해 만든 PVC를 말한다. LG화학은 PCR PVC를 바닥재 등 다양한 제품군에 적용해 재활용 시장 확대와 신규시장 선점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시장조사업체 마켓샌드마켓에 따르면 글로벌 PCR 플라스틱 시장은 지난해 77억달러, 우리돈 약 8조8300억원에서 오는 2024년 102억달러로 연평균 약 6%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황영신 LG화학 PVC·가소제 사업부장은 “이번 시범 사업을 시작으로 폐플라스틱 자원이 순환될 수 있도록 지자체와의 협력을 늘리고, 친환경 기술과 적용 분야를 계속해서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LG화학은 이번 폐벽지 재활용 사업 외에도 다양한 자원 재활용 사업을 펼치고 있다. 2050년 RE100 전환을 목표로 플라스틱과 배터리·배터리 소재 등에 대한 자원 재활용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모든 제품의 환경 영향을 정량적으로 평가하는 LCA(Life Cycle Assessment)도 진행 중이다. 올해 3분기에는 국내 전 제품, 내년 2분기까지 국내외 전 제품에 대한 LCA를 마칠 예정이다. 최근에는 친환경 소재 브랜드 렛제로(LETZero)도 출시했다.
LG화학은 친환경 소재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바꾸기 위해 오는 2024년 1분기까지 충남 당진에 연간 생산량 2만t 규모의 ‘초임계 열분해유’ 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다. 열분해유는 비닐 등 폐플라스틱을 무산소 상태에서 300~800℃의 고온으로 녹여 만든 재활용 원유로, 새로운 플라스틱의 원료로 쓸 수 있다. LG화학 측은 “비닐·플라스틱 10t을 투입하면 8t 이상의 열분해유를 만들 수 있어 생산성도 업계 최고 수준”이라고 전했다.
시장조사업체 등에 따르면 세계 화학적 재활용 시장은 폐플라스틱에서 추출 가능한 열분해유를 기준으로 2020년 70만t 규모에서 2030년 330만t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활용 시장이 더 이상 친환경에만 머무르지 않고, 수익성까지 챙길 수 있는 잠재력 있는 시장이 됐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LG화학의 경우 재활용 관련 자체 기술 보유와 네트워크 확보에 오랜시간 공을 들여왔다”라며 “앞으로 시장이 커지고 수요가 늘면 본격적으로 성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성훈 기자 voice@etomato.com